‘세 잎 클로버의 행복’을 찾는 알찬 여행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03.16 15: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와 철학이 숨 쉬는 매혹의 공간, 지친 삶을 위로하는 세계 각국의 도서관 탐방기

 

우리나라 도서관 중에 ‘살아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도서관은 얼마나 될까. 가끔 지역의 작은 도서관들이 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호응에 힘입어 활기 띤 현장 소식을 전해 오기도 하지만, 어째 도서관이 책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 것일까.

<세계 도서관 기행>이라 해서 박물관 여행 같은 책이려니 하고 펴들었는데, 외국의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동네 놀이터처럼 자유롭게 이용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저자의 의도가 독자에게 반가울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도서관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마음으로 찾아갈까. ‘책이 쌓인 창고’를 뒤지러 가듯 가거나, 열람실에 가서도 가지고 간 교과서나 펴들고 있지는 않을까. 어른들은 자신들이 과거에 경험했던 것을 떠올리며 도서관에 대한 선입견을 떨치지 못한다.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도서관들은 도서관을 잘 이용하도록 ‘훈련’받은 몇몇 아이들을 빼고는 아이나 어른이나 편하게 찾지 못하는 곳이다. 이것은 막 탄생하는 ‘책’들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책들을 적극적으로 받아주고, 독자와 만나게 해주고, 살거나 죽거나 할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서들도 부족하고, 예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계 도서관 기행을 다녀온, 얼마 전까지 국회도서관 관장을 지낸 저자의 이야기 또한 그러하다. 저자는 “세계 유수의 40여 개 도서관을 여행하면서 나는, 인간 지성의 위대함과 호흡할 수 있었다. 도서관은 인류의 영혼이 숨 쉬고 있는 곳이다. 이 오래된 공간을 거닐며, 훌륭한 도서관에는 예외 없이 족적을 남긴 위대한 지도자와 학자, 문인과 사상가들의 선견과 지혜에 감복했다. 그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글을 써나가면서 종종 매혹적인 도서관의 자태가 아른거렸고, 천년을 버텨온 진귀한 서적의 냄새가 코끝을 맴돌았다”라고 감탄했다. 그 도서관들은 저마다의 역사와 문화가 깊게 배인 공간인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청춘들의 아지트였다고. 저자 또한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철학과 문학에 심취했고, 도서관에서 사서였던 아내를 만났다. 오랜 세월 도서관을 ‘운명’처럼 여겨온 저자는 지금 어린이와 어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리는 ‘살아 있는 도서관’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라는 말이 있다. 도서관은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손 타지 않는 책들을 쌓아두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도서관 관계자들이 논밭을 갈듯이 ‘책의 영토’를 잘 일구기를 원한다. 책이 살아 움직일 수 있게 말이다. 좋은 책을 찾아내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과 교류하게 만드는 것이, 사람들이 재래시장에 다시 찾아들어 북적대는 것처럼 되게. 또, 저자는 11개국 40여 곳의 도서관에서, 디지털화 작업이 한창인 각국의 도서관에서 지식의 미래와 전세계로 넘나드는 도서 교류의 현장을 소개했다.

국내 도서관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욕심도 남다르다. 그는 세계 유수의 도서관을 순례하는 와중에 틈틈이 국내의 크고 작은 도서관을 다녀왔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등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굵직한 도서관들 외에도 정조의 위대한 실험이었던 규장각, 동네 어린이들의 훌륭한 놀이터가 된 용인 느티나무도서관,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인 김대중도서관, 여행길에 들르면 좋을 제주 바람도서관까지 발걸음을 이어갔다. 저자는 도서관이 누구에게나 갈고 닦은 만큼의 정직한 결과를 선물하는 곳이라며, “도서관에서 네 잎 클로버의 특별한 ‘행운’ 대신 세 잎 클로버의 일상적 ‘행복’을 찾으라”라고 말했다.   

 

 

ⓒ해냄
이런저런 수치를 들먹이면 한숨만 나온다. 그러지 않아도 피부로 느끼며 무심코 내뱉는 말이 “사는 것이 힘들다”이다. 자살률 세계 최고·출산율 세계 최저ㆍ노동 시간 세계 1위ㆍ
사회갈등지수 OECD 4위ㆍ행복지수 OECD 최저…. 한국 사람들은 참 힘들게 살고 있다. 아니, 과거보다 아주 많이 잘살게 되었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비교되니까. 남들처럼 살지 않으면 당장 어떻게 되는 양 늘 쫓기듯 살아야 하니까.

 

공병호 박사가 ‘지금, 여기’에 천착했다. <공병호 대한민국의 성장통>(해냄 펴냄)을 펴냈다. 거대한 혼돈에 휩싸인 이 땅의 경제와 사회 변화를 통찰하고, 대한민국이 그리고 한국인이 진정한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특히 그는 어지러운 눈앞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호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낙관했다. 지금 겪고 있는 이 진통은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가치와 시스템을 강건히 하기 위한 혹독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장통’은 미래 비전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 더해질 것인데, 효율성이 떨어지는 교육 시스템과 과도한 교육비가 저출산과 불안한 노후 준비의 원인이 되어 가정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성장통도 오래 가면 죽을 것이다. 저자는 아픔을 기회로 삼으면 그 처방을 빨리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처방을 보았더니 “기업가 정신과 같은 올바른 시대정신과 경제적인 기반 마련을 바탕으로 ‘개인 자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라는 말로 요약된다. 지방자치도 아니고….

‘개인 자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남 눈치나 보며 살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천착하라고.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