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되지 않는 상처에 잠 못 드는 섬
  • 이지선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3.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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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못지않은 조연들 합세한 드림팀 앞세우고 꼼꼼한 연출까지 돋보이는 심리 스릴러

 

▲ 감독 | 마틴 스콜세지 / 주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러팔로


대개 상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물기 마련이지만, 간혹 어떤 상처는 영원한 흔적을 남기거나 아예 회복되지 않기도 한다.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작가 데니스 르헤인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자,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네 번째 만남으로 화제가 된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바로 이 치유되지 않는 상처, 혹은 상처로 망가진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스턴 셔터 섬의 정신병원. 환자 중 하나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수사를 위해 연방보안관 테디 다니엘스가 동료 척과 함께 도착한다. 구토와 어지럼증을 이겨내고 도착한 섬은 기암절벽으로 만들어진 외로운 고도이다. 권총을 반납하고 들어간 병원은 중범죄자들만 따로 수용하는 곳으로 쇠사슬과 높은 담장 그리고 철통같은 경비망에 둘러싸여 있다. 도무지 탈출이라고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곳에서 자식 셋을 죽이고 수용되었다는 환자 레이첼 살몬드가 사라졌단다. 그리고 레이첼의 병실을 수색하던 테디는 알 수 없는 메시지가 적힌 쪽지를 발견한다. 의사, 간호사, 환자 등 병원 관계자들은 무언가 꾸며진 듯한 소리만 늘어놓고, 엄청난 폭풍까지 몰아닥쳐 섬은 완전히 고립되어 버린다. 무슨 일이 생겨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 테디는 불면증과 환영에 시달리며 이 기이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마틴 스콜세지는 상실감에 빠져 있는 수사관 테디를 내세워 영화를 불안으로 가득 찬 심리 스릴러로 만들었다. 회상과 환영, 현실이 교차되는 구성은 다소 복잡하지만 오색찬란한 환영과 오래된 누아르 영화처럼 어둡고 답답한 현실 장면의 대비는 이런 난점을 가볍게 해소한다. 탁월한 선곡 솜씨 역시 여전하다. 말러를 비롯해 20세기 클래식으로 채워진 영화음악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드라마의 분위기와 구성에 힘을 실어준다.

금방이라도 분열되고 말 듯한 디카프리오의 섬세한 연기도 볼거리이지만,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영화의 장점이다. 마크 러팔로, 벤 킹슬리, 미셸 윌리엄스, 패트리샤 클락슨, 에밀리 모티머, 재키 얼 헤일리, 일리어스 코티아스 그리고 막스 폰 시도까지, 그야말로 드림팀으로 이루어진 캐스팅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요소이다. 그들의 멋진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1백38분은 지루할 새가 없다. 이만하면 디카프리오와 스콜세지의 네 번째 만남, 꽤 성공적이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3월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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