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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누르는 1백50g의 힘

전자발찌, 착용시 재범률 0.2%…‘위치 추적 사각지대 존재·행동 탐지 불가’ 등 허점도 있어

정락인 ㅣ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3.16(Tue) 16: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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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가 3월10일 오후 수사본부가 꾸려진 사상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여중생 성폭행·살해 사건이 터지면서 ‘전자발찌’ 착용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여론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인 김길태가 두 번의 성폭행 전과가 있는데도 ‘전자발찌’ 착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여론을 자극했다. 시민들은 만약 김씨가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면 “여중생 이 아무개양(13)은 살아 있었을 것이다”라며 안타까움을 토해내고 있다.  

국회는 그동안 낮잠 자던 성폭력 관련 법안들을 빨리 심의해 통과시키겠다며 난리 법석이다. 한나라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전자발찌법의 소급 적용 문제’를 매듭짓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민주당도 3월 국회에서 처리할 태세이다. 법무부도 전자발찌를 소급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야 의원들도 경쟁적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의원들은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공소 시효 정지’(진수희 한나라당 의원과 최영희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를 하자거나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10년에서 30년으로 늘려야 한다’(이정선 한나라당 의원 대표 발의)고 주장했다.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은 ‘화학적 거세론’을 들고 나왔다.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상습적 성범죄자 가운데 성도착증 환자에 대해 성욕 감소를 위해 화학적 호르몬을 주입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자발찌법 개정안은 현행 10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성범죄자의 전자발찌 착용 기간을 최대 30년까지 늘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이 자칫 ‘형벌 불소급’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자발찌 착용을 소급해서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교도소에는 김길태와 같이 성범죄를 저지른 우범자들이 많다. 법이 어느 시점에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 시점부터 적용한다는 것은 모순이 있다. 그 전의 성범죄자들이 같은 범죄를 저지를 것이 뻔한데도 관리하지 않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다만, 모든 성범죄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철저한 심사와 평가를 거쳐서 재범 우려가 있는 성범죄자에 국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도대체 전자발찌가 어떤 물건이기에 이러는 것일까. 전자발찌는 크게 세 가지 기기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발목에 부착하는 손목시계 모양의 전자발찌와 어디에 가든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하는 휴대전화 단말기 크기의 추적 장치 그리고 집에 설치되어 있는 무선전화 본체를 닮은 재택 감독 장치가 그것이다.

전자발찌는 국내의 시스템 개발업체인 일레스틱네트웍스가 제조해 정부에 일괄 납품하고 있다. 세트당 가격은 1백72만원 정도이다. 이 회사는 정부측의 주문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보안성을 향상시킨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목에 부착하는 전자발찌는 의료용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져 인체에는 무해하다. 무게는 약 1백50g이다. 전자발찌의 줄 내부와 고정 클립에는 센서가 달려 있다. 만약 강제로 발찌를 훼손하면 센서가 작동해 중앙관제센터와 보호관찰관에게 바로 통보된다.

휴대용 추적 장치는 발찌보다 100g 정도가 더 무겁다. 이 기기로는 보호관찰관 및 중앙관제센터와 연락을 취할 수 있으며 문자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다. 관찰 기관 등에서 걸려온 전화도 받을 수 있다. 무선전화기처럼 재택 감독 장치를 통해 충전할 수도 있다. 한 번 사용한 전자발찌는 위생상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어려워 영구 폐기하고 있다는 것이 제조회사측의 설명이다.

전자발찌는 인공위성과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등을 이용해 추적된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의 추적 장치에서 신호가 발생하고, 이것이 위성이나 기지국을 통해 중앙관제센터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서울 휘경동의 서울보호관찰소 내에 있는 ‘위치 추적 중앙관제센터’에서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들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성폭력범의 위치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만약 전자발찌와 휴대 단말기의 거리가 1m 이상 떨어지거나 전자발찌를 훼손할 경우 즉각 관제센터에 경보가 울리고, 보호관찰관에게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이어 보호관찰관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서 전자발찌의 훼손 여부와 부착자의 위치를 확인한다. 전자발찌를 착용할 경우 성폭력 범죄자는 꼼짝없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해야 한다. 반면, 보호관찰소측에서는 원스톱 시스템 관리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전자발찌가 만능은 아니다. 허점이 있다. 위성 신호나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는 추적이 안 된다. 말 그대로 ‘추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또, 위치 추적은 가능하지만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런 허점을 이용한 범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 전자발찌는 손목시계 모양의 발찌와 휴대용 추적 장치 그리고 재택 감독 장치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연합뉴스

 

 

“격리에만 초점 맞추지 말고 교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지난 2008년 9월1일 일명 ‘전자발찌법’(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 추적 전자 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폭력 범죄자는 5백74명이다. 시행 초기 가석방 대상자 53명에게 처음 전자발찌가 부착되었으며, 지금은 1백64명이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보호관찰소의 감시를 받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9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조두순도 12년의 형기를 마치면 전자발찌를 차야 한다. 조씨가 70세가 되는 해에 석방이 되면 77세까지 7년 동안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한다. 전자발찌는 법원의 부착 명령이 선고된 후 10일 이내에 부착된다.

해당 보호관찰관이 PDA를 통해 중앙관제센터에 등록하면 그때부터 대상자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현재 전자발찌 부착 대상은 성폭력 범죄로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거나 13세 미만의 아동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 또는 가석방되어 보호관찰을 받는 성범죄자로 국한되어 있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사례도 있었다. 지금까지 일곱 명이 도주했으나, 100일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검거되었다. 보호관찰관과 경찰을 피해 최장 기간 도주한 성폭력 범죄자는 미성년자를 강제 추행했다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김 아무개씨(40)이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전자발찌를 파손하고 쓰레기통에 버린 채 도주했다. 김씨는 100여 일을 숨어 지내다 붙잡혔다.

지난 2월18일에는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가위로 끊고 달아났던 윤 아무개씨(28)가 도주 20일 만에 검거되었다. 윤씨는 지난 2007년 노래방에서 만난 도우미를 성폭행하고 상해를 가한 혐의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가석방된 상태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전자발찌는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까. 법무부에 따르면 그동안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중 단 1명만 성폭력 범죄를 다시 저질렀다고 한다. 재범률 0.2%이다. 일반 성폭력 사범의 동종 범죄 재범률이 5.2%인 것을 감안하면 전자발찌가 성폭력 예방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법무부는 “보호관찰관은 최소 월 4회 대상자를 직접 면담하는 것 외에도 수시로 발생하는 경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하는 등 1일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라며 성폭력 범죄자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발찌 소급 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부착 대상자에는 1천7백여 명이 추가된다. 향후 신규 전자발찌 구입비와 직원 신규 채용, 지하철 등에 위치 추적용 안테나 추가 설치 등 추가 비용만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전자발찌가 ‘격리’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것에 우려를 표시하는 시각도 있다. 교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전자발찌 부착과 신상 공개 등 처벌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전문적인 치료 시스템도 갖추어야 한다. 재범이 예상되는 성범죄자를 1 대 1로 전담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담관리 담당자는 관리 대상자를 지속적으로 관찰·관리하고, 정신과적 치료나 화학적 치료에 대한 적정성 여부 등을 판단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영국, 일본, 타이완 등에서도 전자발찌 제도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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