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정치 주력군’ 지방 앞으로!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3.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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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지방의회 선거 40대 예비후보, 누가 누가 뛰나

 


6월 지방선거를 계기로 40대들이 정치권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역 유권자들의 삶을 좌우하는 풀뿌리 지방 정치 주력군으로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회 의원까지 “지방 앞으로!”를 외치며 등장하는 40대 후보들이 적지 않다. 아직 후보 등록 기간이 끝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지방선거에 40대들이 도전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월11일 현재 풀뿌리의 가장 작은 단위인 기초의원 예비후보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사람은 총 2천8백31명이다. 이 중 40대 후보는 9백98명으로 1천1백63명인 5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광역의원을 보면 40대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광역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40대는 4백94명으로 50대(4백95명)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젊은 후보군을 도통 보기 힘들던 광역단체장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4년 임기가 보장되고 자체적인 예산 편성권을 쥔 광역단체장들은 장관급보다 훨씬 큰 권한을 가진다. 바로 이 자리에 40대의 도전이 거세다. 3월11일 현재 선관위에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보는 69명이다. 이 중 40대는 18명으로 50대(35명) 다음으로 많다. 일단 40대 현역 시장을 둔 서울에서부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 지난 2월10일 경남 김해에서 열린 ‘제5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를 위한 선거법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은 수도 서울을 경영하는 수장이라는 중량감 때문에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진다. 그래서 ‘소통령(小統領)’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나라당에서는 오세훈 현 시장을 비롯해 원희룡·나경원 의원 등 40대를 대표하는 기성 정치인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민주당 40대 기수들도 동참 중이다. 충남지사에 출마하는 안희정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이미 지역 시·군을 한 바퀴 돌았다. 이광재 의원은 강원지사, 송영길 의원은 인천시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며 40대 기수론에 불씨를 댕기고 있다. 특히 지역 행정을 책임지는 지역 CEO인 기초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40대들이 많다. 3월11일까지 등록한 기초자치단체장 예비후보 6백58명 중 40대는 1백95명이다. 과거 구청장, 군수 후보에서 대세를 이루었던 60대가 1백72명이라는 점에서 볼 때 ‘40대 바람’의 강세를 읽을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 가는 40대의 상당수는 민주당 출신의 ‘486세대’(4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로 중앙 정치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많다.

서울에서는 김용 전 청와대 시민사회 행정관(광진구), 강신일 국회보좌관(구로구), 유성훈 전 청와대 행정관(금천구), 이창우 전 청와대 행정관(동작구), 박병권 변호사(송파구), 김우영 국회 보좌관(은평구)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젊은 피끼리 예선전을 펼쳐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원구에서는 고용진 전 청와대 행정관과 김성환 전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 도봉구에서는 강정구 전 국회의장 비서관과 최광웅 전 청와대 인사 제도 비서관, 마포구에서는 이은희 전 청와대 제2부속실장과 최동규 전 열린우리당 기획실장, 중랑구에서는 서영교 전 청와대 춘추관장과 강화수 전 청와대 정책조정 행정관이 맞대결을 펼친다. 성동구에서는 김영재 전 청와대 정책기획 행정관과 정원오 전 민주당 대변인, 성북구에서는 기동민 민주당 부대변인과 김영배 전 청와대 정책기획 비서관, 오상호 전 청와대 의전 비서관, 윤건영 민주당 부대변인 등이 동시에 입후보했다.

경기도 역시 민주당 후보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최경신 전 청와대 행정관(군포),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부천), 정동균 당 부대변인(양평) 등이 나서고, 고양에서는 유은혜 당 수석 부대변인과 권오중 전 청와대 행정관이 예선을 펼쳐야 한다.

한나라당에서는 차세현 청와대 행정관(서울 서초), 주용학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서울 용산), 이진동 전 조선일보 기자(경기 안산)가, 진보신당에서는 김형탁 전 당 대변인(경기 과천), 진보신당에서는 박용진 대변인(서울 강북구), 국민참여당에서는  임찬규 전 청와대 행정관(서울 강남구)과 성기청 전 국회입법보좌관(서울 송파구) 등이 수도권 지역의 40대 후보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서울·경기를 제외하면 지역으로 하방(下放)하는 40대 후보들은 쉽게 보기 어렵다. 인천과 강원도에서는 한나라당 젊은 후보들이 눈에 띈다. 인천에서는 계민석 부대변인(인천 강화), 정일우 국회의원 보좌관(인천 서구)이 등록했고, 강원도 춘천시장 예비후보로 육동인 부대변인과 이순모 청와대 행정관이 맞대결을 펼친다.

대전·충남도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에서는 김강우 국회의원 보좌관(대전 서구)이, 민주당에서는 복기왕 전 국회의원(충남 아산)과 박영순 전 청와대 행정관(대전 대덕구)이, 자유선진당에서는 박종선 전 국회입법보좌관(대전 유성구)이 도전한다.

“40대 후보들의 출마가 40대 표심 자극할 수 있다”

지역 정당이 확고한 곳, 노령화가 심한 지역일수록 젊은 후보들의 출마가 적다. 전남, 전북, 광주, 부산, 경북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경남의 일부 지역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제법 있다. 초대 시장을 선출하는 창원 통합시에는 안상근 경남도 정무부지사, 이래호 당 부대변인(이상 한나라당), 허성무 전 청와대 비서관(민주당)이 각각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과 인접한 김해에서는 정영두 전 청와대 행정관(민주당)이 도전에 나섰다.

전문직이 기초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것도 이채롭다. 특히 변호사들의 도전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에서는 강호정(경기 부천)·강태현(경남 양산)·장운영(경남 양산) 씨, 민주당에서는 박병권(서울 송파)·장영기(경기 광명) 씨 등이 도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는 김승교씨(서울 도봉구), 진보신당에는 김한주씨(경남 거제)가 있다. 정규련(전남 영광)·전세정(전남 함평) 변호사는 무소속 후보로 나섰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왼쪽부터 육동인(한나라당·강원 춘천), 이행숙(한나라당·인천 서구), 신장용(민주당·경기 수원), 이재명(민주당·경기 성남)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 모습. ⓒ뉴시스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40대들은 기존 정치 환경에서 중요한 경험을 한 세대이다. ‘386’이라는 이름으로 보통명사화되었고 노무현 정부에서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겪었는데, 이제 40대가 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서 축적한 ‘경험’은 무기가 되었다. 특히 ‘실패’의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다. 황인상 P&C 정책개발원 대표는 “밑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니라 중앙 정치에서 변화의 바람을 통해 정권을 잡으면서 구성원들의 정치 역량이 덜 숙성되었다. 국민과 대중적 욕구에 본인들이 어울리는 경력을 갖추고 훈련되어야 하는데, 예외적으로 정권을 먼저 얻고 국회 다수를 얻는 일이 벌어지면서 자질 논란이 일어났다. 결국, 이후 대거 탈락되지 않았는가”라고 지적했다.

지방선거는 이들에게 실패의 원인을 수정해 만회할 수 있는 재기의 장이며 동시에 시대적 소명을 구현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40대 후보들의 지방 정치 도전을 북돋운다. 그는 “민주화의 첫 단계가 반독재 민주화운동이라면 두 번째 단계는 ‘분권’이다”라고 설명하며 더 많은 젊은 사람이 지방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안최고위원은 “독재 타도와 쿠데타 정부 타도를 외치던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소명만큼이나 소명 의식을 가지고 매달려야 할 부분이 분권화와 지방화이다”라고 말했다.

‘40’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도 이들을 지방 정치로 향하게 한다. 현실적으로 40대는 출마의 여러 요건, 특히 지역적 기반을 갖출 만한 나이이다. 이는 한나라당·민주당뿐만 아니라 진보 정당에도 마찬가지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진보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활동가라고 해서 모두 나갈 수는 없다. 그동안 지역에서 활동을 해왔고 지역 사회에 기여한 바가 있는 사람들 위주로 출마하다 보니까 40대가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후보로 나서는 이에게도, 유권자에게도 40대는 고뇌의 시기이다. 국회의원 보좌관에서 은평구청장으로 변신을 꾀하는 김우영 예비후보는 “30대 후반이 되니까 장차 40대에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었다. 지난해에 두 대통령을 보낸 뒤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다가 지역 풀뿌리에 기여하며 다른 도전을 하는 40대들이 있어야 10년, 20년 뒤 정치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40대 유권자는 가장 두터운 층을 이룬다. 인구가 약 50만명에 이르는 은평구민의 평균 나이는 ‘40’ 언저리인 37세이다. 40대 유권자 역시 고민이 많다. 생활 정치 영역인 교육·육아 등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요구할 것이 많아지는 시점이다. 김예비후보는 “최근 풀뿌리 요구가 교육이나 복지나 생활 정치 쪽으로 바뀌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정서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학부모 세대이다. 나이가 있는 후보와는 코드나 문화적 차이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40대 유권자와 비슷한 고민은 공약으로 이어진다. ‘486’ 출마자들이 주목하는 점은 교육·보육·복지 등 40대들이 공유하는 고민이다. ‘친환경 무상 급식’ ‘어린이 도서관 건립’ ‘공공 보육 시설 확대’ 등 생활 속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호흡을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번 선거 때마다 40대는 ‘캐스팅보트’라고 말해진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40대 후보들의 출마가 40대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과거처럼 닫힌 시대가 아니다. 여전히 아날로그 선거 운동이 중요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대중과 접촉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 결국, 누가 더 호소력 있게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는데 그런 점에서 40대 후보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40대 출마자들의 ‘지방 정치’행 대열은 더욱 길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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