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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족의 나라에 ‘순종 한족’이 없다?

중국 인구의 91%라 했는데 DNA 검사에서도 존재하지 않아…“2천~3천년 전 한 시기의 지역적 구분” 주장도

소준섭 | 국제관계학 박사 ㅣ | 승인 2010.03.23(Tue) 15: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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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중국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퍼레이드를 보러 나온 중국인들.
ⓒEPA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민족은 바로 중국의 한족이다. 중국 인구 13억명 가운데 91%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19% 그리고 아시아 인구의 48.1%를 차지하고 있다. 한족이라는 명칭은 천하장사 항우를 제압했던 유방이 세웠던 한(漢)나라로부터 유래되었으며, 황제(黃帝)를 시조로 숭앙하고 있다. 황제가 염제(炎帝)를 정복한 뒤 이들 두 부락이 결합해 연맹이 되었고, 그리하여 오늘날 한족들은 자신들을 ‘염황(炎黃)의 자손’이라고 칭하며 화하족(華夏族)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중국에서 순종 한족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족의 개념은 심지어 DNA 검사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란저우 대학 생명과학학원 셰샤오둥 교수는 중국 서북 지역에 거주하는 민족의 DNA 연구를 통해 과거 중국에서 중원(中原) 지역의 범주에 포함되었던 허난 성과 장수 성, 서부 및 안후이 성 서·북부 지역에 살았던 사람 정도가 중원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들이 비교적 순수한 한족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으로부터 2천~3천년 전인 상나라와 주나라 시기에서만 타당했을 뿐, 이미 춘추 전국 시기의 진나라만 해도 그 민족은 융족(戎族)으로서 소수 민족이었다. 셰 교수는, 따라서 한족은 과거 한 시기의 지역적 구분에 해당될 뿐, 특정한 정의를 지닌 민족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중국 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의 객가족(客家族)은 고어(古語)를 사용하는 등 당시 중원 사람들의 문화 전통을 순수하게 계승하고 있고, 그들의 풍속에도 고대 한족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현재 소수 집단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호요방, 주덕, 엽검영 등 현대 중국 지도자를 비롯해 손문의 부인 송경령 그리고 저명한 역사학자 곽말약 등이 모두 객가족 출신이다.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홍수전과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도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이들 객가족은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 엘리트 한족의 명맥을 잇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또한, 객가족은 전세계 상권을 장악한 화교의 절대적 주류를 이루면서 중국이 개혁·개방하는 과정에서도 조국인 중국 대륙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 중국의 부활을 이끌었다. 홍콩의 유명한 부호 이가성과 ‘호랑이 기름’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호문호 등 유명한 화교 거상들 대부분이 객가족이다.  

한편, 중국 유전학자들이 진행했던 인류 DNA 서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로부터 출발한 인류는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의 두 지류로 나뉘었고, 아시아의 한 지류로부터 한족과 티베트족이 파생되었다. 그리고 한족은 다시 남방 한족과 북방 한족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침략과 정복의 역사 더불어 ‘한족 행세’하는 토착민도 늘어나

   
▲ 중국 혁명의 지도자 손문(오른쪽)의 부인 송경령(왼쪽)은 소수 민족으로서 엘리트 한족의 명맥을 이어온 객가족 출신이다.
ⓒ연합뉴스

중국의 북쪽과 남쪽을 모두 여행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중국의 남쪽과 북쪽 사람의 생김새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광둥 사람과 베이징 사람은 그 체형과 얼굴 모습에서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신들은 같은 한족이라며, 한족과 닮지 않았다고 말하면 즉각 큰 불쾌감을 드러낸다.

그런데 2001년에 발표되었던 중국과학원 소속 유전연구소의 인류 유전자 연구센터가 15년 동안 진행한 중국인의 성씨와 유전자 관계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중국 남부 지역인 푸젠 성과 장시 성 사이에 걸쳐 있는 우이 산과 난링 산맥을 경계로 해 그 남쪽과 북쪽에 거주하는 ‘한족’이 혈연상으로 확연하게 구분되었다. 심지어 이 연구팀은 이들 두 범주의 ‘한족’ 간 유전자 차이가 한족과 소수 민족 간의 유전적 차이보다 더욱 크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중국이 54개 소수 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임에도 13억 인구의 91%가 한족이라는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인구 통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연구 결과이다.

이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한족이 통치하던 송나라와 명나라 시기,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등 모두 세 차례의 인구 조사 내용을 분석하고 5백여 편에 이르는 고문헌과 족보를 참조했으며, 동시에 수백만 명의 중국인 혈액을 검사해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라고 밝혔다. 이런 연구 결과는 일부 소장 역사학자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들 소장 학자는 중국의 역사는 황허 유역 한족 세력이 남방을 침략하고 정복하는 역사였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남방의 토착민이 자신의 출신을 속이고 한족 행세를 하면서 이와 같은 결과가 빚어졌다고 주장한다. 베이징의 한 역사학자는 “한족만이 중국 사회에서 정치적 파워를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토착민들이 자신들보다 우월한 중화문화권에 편입하기 위해 한족이라고 자처했다. 중앙 정부도 소수민족 복속 정책의 일환으로 그것을 묵인하고 장려해왔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 ‘위장 한족’ 외에도 한족과 소수민족 간의 결혼으로 인해 태어난 후손 가운데 절대 다수가 소수 민족으로 남기를 포기하고 사회생활에 유리한 한족을 선택한 것도 한족이 늘어난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에서 부모의 출신 민족이 서로 다르면 자녀에게 어느 민족에 속할 것인가의 선택 권한이 주어지지만, 소수 민족을 선택하는 자녀는 거의 없다.

한족은 이렇듯 장기적인 역사적 과정을 통해 ‘복합 구성’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한족은 ‘양이 마침내 질을 전화시키듯’ ‘인해 전술’로 표현되는 압도적인 인구의 힘으로써 거대한 문화적 동화력과 함께 중국이라는 국가를 수천 년 동안 강력하고도 지속적으로 지탱하고 강화시킨 확고한 물적 토대로 기능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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