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해야 할 일
  • 김정식 / 연세대 상경대학 교수(현) ()
  • 승인 2010.03.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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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총재는 경제 대통령이라고 할 만큼 그 책무가 막중하다. 한국은행이 금리와 시중 유동성을 결정해서 물가와 부동산 가격은 물론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4월부터 한국은행은 김중수 신임 총재 체제로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비록 글로벌 금융 위기는 극복했다고 하지만, 기업 투자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실업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 너무 많이 풀린 유동성 때문에 오른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것도 염려되고 있다. 이러한 신호는 이미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데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 김중수 신임 총재의 책무는 막중하다.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해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늘어난 실업을 줄여 경기를 회복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금리를 높이는 출구 전략의 올바른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금리를 높이는 경우, 비록 그동안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은 흡수할 수 있지만 늘어난 가계 부채가 부실화되면서 금융 위기가 초래될 수 있고 경기 또한 다시 침체될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높이는 출구 전략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는 단기화된 자금들이 부동산으로 가는 경우 부동산 버블이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금 금리 정책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러한 딜레마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은행은 먼저 금리를 인상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과잉 공급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적당한 시기에 금리를 소폭 인상해서 금리 인상의 신호를 보여줄 필요는 있지만, 과도하게 금리를 높일 경우 가계 부실과 부동산 가격 버블 붕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도 결국 과도하게 늘어난 유동성을 흡수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큰 폭으로 금리를 높였다가 일본은 부동산 버블 붕괴로 10년 불황을, 미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산에서 내려올 때 조심해야 하듯이 위기가 회복될 때 신중한 금리 정책을 사용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 

또한, 금리를 높이는 출구 전략을 시행할 경우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는 보완 정책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금리를 높이는 동시에 환율 정책을 사용해 환율이 높아질 경우 금리 인상으로 위축된 내수를 수출로써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동시에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추가적인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다.

다음으로 신임 총재는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데서 국제 금융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우리 경제는 자본 이동이 자유화되어 있으며, 외국 자본의 유입이 통화량과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금리를 높이는 경우 우리 금리가 외국 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국내 금융 기관들은 외화 차입을 더욱 늘리게 된다. 자본 유입으로 통화량이 한국은행의 의도와 달리 크게 감소하지 않을 수 있으며, 환율과 단기 외채에도 영향을 미쳐 2008년과 같은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이제 자본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화 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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