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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남의 무덤에…‘쇠말뚝’이 갈라놓은 마을의 평화

전남 무안군의 한 마을 선산에서 3백50여 개 발견돼 ‘수사 중’…마을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 소행 추정

전남 무안·맹대환 | 뉴시스 기자 ㅣ 승인 2010.03.30(Tue) 16: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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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무안경찰서는 전남 무안군 해제면 대사리 마을 분묘에서 쇠말뚝 수백여 개가 발견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전남경찰청


“특별한 원한을 산 것도 없는데, 마을 남자들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기에….”

조용했던 전남의 한 농촌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마을 곳곳의 무덤에서 의문의 쇠말뚝 수백여 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전남 무안군 해제면 대사리 무덤에서 처음 쇠말뚝이 발견된 것은 설날이었던 지난 2월14일. 마을 이장인 노충남씨(48)가 선산에 성묘를 하러 갔다가 아버지 묘소 봉분에서 쇠말뚝 4개가 10㎝가량 삐져나온 것을 발견한 것이다. 노씨는 이를 모두 뽑아놓고 마을로 돌아왔다.

이후 꿈자리가 좋지 않아 아버지 묘소를 다시 찾은 노씨는 13개의 쇠말뚝이 다시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노씨는 “평소 원한을 산 것도 없는데 내가 혹시 술을 마시고 누구한테 실수라도 한 것이 없나 고민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흉측한 쇠말뚝은 노씨의 선산은 물론 이웃집 선산에서도 잇따라 발견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것만 무덤 20기에서 3백50여 개에 이른다.

의문의 쇠말뚝이 연일 발견되자 마을에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원한에 의한 것이다” “미신을 숭배한 사람이 저주를 내렸다”라는 등 온갖 억측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무엇보다 “마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것이다”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주민들 사이에도 불신이 일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마을에서 성인 남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집의 무덤에만 쇠말뚝이 박혀 있다는 점이다. 한 선산의 형제 무덤 중에서 현재 아들이 마을에 살고 있는 무덤에만 쇠말뚝이 박혀 있고, 남자가 죽고 여자 혼자 사는 집의 무덤에는 쇠말뚝이 박혀 있지 않았다. 또, 대사리 큰 마을과 작은 마을 중 유독 작은 마을의 무덤에서만 쇠말뚝이 발견되었다.

무덤당 50여 개의 쇠말뚝이 박혀 있는가 하면, 일부 무덤에는 100여 개에 달하는 쇠말뚝이 꽂혀 있었다. 특히 쇠말뚝은 시신의 머리 부분과 가슴 부분을 향해 집중적으로 꽂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남자 있는 집 무덤에만 범행

   
▲ 묘에서 뽑아낸 쇠말뚝들.
ⓒ전남경찰청

아직까지 선산에서 쇠말뚝을 찾지 못한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쇠말뚝이 무덤 깊숙이 박혀 있어 육안으로는 식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오는 4월 한식 때 봉분을 헐어 쇠말뚝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일부 주민의 경우 인근 군부대에 금속 탐지기로 쇠말뚝을 찾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대사리에서는 함평 노씨 일가가 집성촌을 이루어 생활하고 있다. 평소 강·절도 등 큰 사건 하나 없던 조용한 곳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마을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결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노씨는 “마을에 큰 변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주민들 간에 큰 불화도 없어서 이번 일로 주민 모두 마음을 졸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남자들이 있는 집의 무덤에만 쇠말뚝이 박혀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마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일단 미신을 신봉하는 사람이나 정신 이상자 등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사리는 물론 인근 마을에서도 정신 이상자나 미신·주술을 믿고 쇠말뚝을 박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읍내에 거주하는 무속인 두 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대사리 쇠말뚝과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단서를 찾기 위해 대사리 큰 마을과 작은 마을 64가구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1백29명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무덤에 박힌 길이 1m가량의 쇠말뚝에 고추를 재배할 때 사용되는 지지대나 공사장 철근, 쇠파이프 등이 섞여 있는 점으로 미루어 이번 일을 위해 계획적으로 쇠말뚝을 대량 구입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마을 주민들이 쇠말뚝 수백여 개가 무덤에 박힐 동안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던 점으로 볼 때 범인이 장기간에 걸쳐 주로 야간에 무덤을 훼손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금속 탐지기로 쇠말뚝을 추가로 수색하는 한편, 묘지에서 사건의 단서를 추리할 만한 증거물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외근 수사 인력 전원을 현장에 투입했는데도 별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는 데다, 마을 인근에 폐쇄회로(CC) TV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을에 특별한 분란이나 정신 이상자도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현재로서는 미신을 숭배하는 사람이 저지른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다각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범인을 붙잡을 경우 재물 손괴나 사체 오욕죄 등의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이 마을에서 진을 치고 있는 데다 쇠말뚝 소식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신문과 방송 관계자들이 몰려들어 주민들은 또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주민 노 아무개씨(61)는 “집과 10m 떨어진 무덤에서도 쇠말뚝이 발견되었다. 동네를 잘 아는 자의 소행이 분명하다는 소문 때문에 평소 친하게 지내고 왕래가 잦던 주민들이 이제는 집 밖으로 잘 나오지도 않고 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 무안경찰서는 전남 무안군 해제면 대사리 마을 분묘에서 쇠말뚝 수백여 개가 발견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묘에서 뽑아낸 쇠말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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