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술이 세상을 뒤집을까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0.04.0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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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내다본 미래 최첨단 기술들 / 언어 장벽 깨고, 시각 장애인 눈 뜨게 하고…

 

▲ 2010 지식경제 R&D 성과 전시회에 전시된 탄소나노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센서용 나노플랫폼을 관람객이 들여다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미국은 2002년 세계 최초로 국가 융합 기술 개발 비전을 발표했다. 이에 자극받은 유럽은 그로부터 2년 뒤, 비감성적 기술 개발에만 치중하지 않고 인문·사회·환경 영역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융합 기술 전략을 수립했다.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융합 기술에 연구비를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가 독일이다. 최첨단 기술 개발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 파악하려면, 독일 연구 단체들이 개발하는 미래 상품을 살펴보면 될 정도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테오도르 핸슈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장은 지난 2008년 4월 출간한 <세상을 뒤집을 100가지 미래 상품>에서 독일 연구 단체의 미래 기술 개발 성과물을 정리했다.  

페터 프롬헤르츠 막스플랑크 생화학연구소 교수는 인간의 신경세포와 컴퓨터 칩을 융합해 언어 장벽을 뛰어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바벨탑의 저주를 풀려는 인간의 부질없는 도전이 결실을 볼 듯하다. 기술 원리는 간단하다. 일본에 여행을 간다고 치자. 출발하기 전 뇌 속에 ‘일본어 언어칩’을 이식하는 것이다. 이에 소요되는 시간은 30분. 뇌 속 신경조직과 컴퓨터 칩이 자극을 통해 교신하면서 모르는 외국어가 자국 언어로 번역되어 인식되는 기술이다. 이제 쥐 실험까지 성공했다. 상용화까지 5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빌프리트 모크바 독일 아헨 공대 교수는 시각 장애인에게 빛을 선사할 보정기를 개발하고 있다. 카메라가 장착된 눈 보정기 덕에 시각 장애인이 시력을 되찾는 세상이 조만간 열릴 수 있다. 카메라를 통해 전달된 신호는 수정체에 이식된 칩으로 보내지면 이 칩에 전달된 신호를 죽은 망막 위에 깔린 얇은 마이크로 판으로 보내 뇌가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15년 뒤에나 상품화할 것으로 보인다. 

위조 방지 사진·주인 알아보는 신용카드 등 개발 중

안전을 높이는 융합 기술도 한창 개발 중이다. 귄터 하인 독일 뮌헨 연방군대학 교수는 위성 내비게이션 신호를 건물 내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은 화재 현장에 있는 소방관들의 안전을 높일 수 있다. 외부 통제실에서 3D 화면을 통해 실내 위치를 보고 소방관에게 건물 내부 상황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위조 범죄를 막아줄 수도 있다. 여권이나 주민등록증에 찍힌 사진을 2차원에서 3차원 방식으로 전환하면 된다. 스캐너로 얼굴을 탐색한 후 3D 모델에 얼굴의 기초 자료를 넣어 미세한 부분까지 똑같게 구현하면 위조나 사진 도용도 불가능해진다.

융합 기술의 새로운 가치로 떠오르는 친환경 기술(Green Technology)을 접목한 상품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진동을 새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흔들릴 때마다 에너지가 생산되어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나오는 세상이 올 수 있다. 전기 네트워크의 지역화도 에너지 효율화를 접목한 융합 기술이다. 사용자와 근접한 곳에 작은 발전소를 설치하고, 인터넷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연결 시스템을 개발해 남는 이웃집 에너지를 당겨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눈과 귀를 가진 생각하는 자동차’ ‘버스와 전차를 결합한 미래형 자동 전동차’ ‘카메라가 장착되어 주인을 알아보는 신용카드’처럼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제품들이 상용화를 위해 한창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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