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젊은 층 투표 늘릴까
  • 이철희 |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컨설팅본부장 ()
  • 승인 2010.04.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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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유권자 자극해 적극 투표 유도할 가능성 커… 세대별 투표율 격차 줄어드는 추세

 

▲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07년 6월 대구 관오사에서 노인복지시설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식당에 들러 신도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간에 이런 말이 나돌고 있다.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를 서울시장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사실 한 전 총리가 후보로서 별로 한 것이 없음에도 1심 재판 무죄 선고 후 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한 전 총리를 ‘유명하게’ 만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죄 판결로 인해 수사 자체의 정당성이 훼손되었기 때문만도 아니다. 키워드는 ‘투표의 동기 부여’(voting incentive)이다. 투표하지 않았던 유권자들로 하여금 다시 투표장에 나가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의 투표율은 46%였다. 역대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을 막론하고 가장 낮은 수치이다. 46%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난 총선 시점까지의 정치 상황을 되짚어봐야 한다. 16대 대선(2002년)과 17대 총선(2004년)에서 행정부와 의회를 개혁 또는 진보 세력이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장악했다. 그러나 그때뿐, 그 이후로 개혁 세력은 급격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몰락했다. 그 끝이 지난 17대 대선(2007년)이고, 18대 총선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02년 대선의 투표율은 70.8%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승리한 2007년 대선의 그것은 63%였다. 두 선거에서의 승자를 감안하면 어떤 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2004년 총선에서의 승자는 열린우리당이었는데, 투표율은 60.6%였다. 2008년 총선에서의 승자는 한나라당이었는데, 투표율은 앞서 언급한 대로 46%였다. 두 번의 총선 역시 누가 이겼는지 고려해서 보면, 어떤 계층이 기권했는지 알 수 있다.

검찰 수사가 오히려 ‘한명숙 약점’ 상쇄시켜주는 역할 할 수도

두 번의 대선과 총선에서 승패를 좌우한 것은 개혁 또는 진보 세력의 투표 참여율이었다. 대선의 경우 선거 전에 이미 패배가 확연했던 터라 이들은 대거 투표에 불참했다. 이들의 불참률은 총선에서 더 늘어났다. 따라서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이탈한, 즉 투표 행위를 할 만한 동기를 부여받지 못해 기권했던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개혁 또는 진보 세력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것이 승부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1심 재판 결과로 인해 사실상 ‘패배’했다. 하지만 이른바 별건 수사를 또 새로 들고 나왔다. 호불호를 떠나, 문제는 이것이 투표장 밖에 있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또 이미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검찰의 이런 별건 수사는 투표 동기를 강화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잘잘못에 대한 소극적 판단을 넘어서 표로 응징하고, 힘으로 깨우쳐줘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소재인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 드러나듯, 세대별로 투표율 격차가 심하다. 보수·친여 성향의 50대 이상 장·노년층과 진보·친야 성향의 40대 이하 청·중년층의 투표율 차이는 엄청났다. 그만큼 현 여권에게 유리한 구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재·보궐 선거 투표율 조사를 보면 이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이런 흐름에다 이번에 다시 검찰 수사 등 외부 요소가 자극을 하게 되면, 세대 간의 투표율 격차가 더 줄어들 것이다. 이것은 곧 한 전 총리에게 아주 유리한 셈이다. 한 전 총리의 캐릭터나 연령, 정치 행태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평가하면 젊은 층에게 소구할 수 있는 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런 약점이 검찰의 ‘오버 액션’에 의해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는 것이 현 정세의 특징 중 하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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