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영에는 스피드가 최우선”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4.2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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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배 한국 전기안전공사 사장 인터뷰 / “국내 조선소의 선체 전기 설비 점검도 따내는 등 신규 사업도 개척”

 

ⓒ시사저널 임준선

공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잘해야 본전이다. 이익 창출을 우선할 수도 없고, 순이익과 매출을 도외시할 수도 없다. 여기에 ‘철밥통’이라는 비판을 받는 조직 이기주의 문제도 있다. 그래서인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것이 “공기업을 개혁하겠다”라는 공약이다.

임인배 한국 전기안전공사 사장은 3선 의원 출신으로 2008년 10월 사장으로 부임했다. ‘1초 경영’을 내세운 스피드 경영론을 강조하면서 부채 6백억원대의 적자 기업을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전환시키면서 매출을 늘렸다. 그를 만나 의원으로서 바라보았던 공기업과 경영자로서 경영해 본 공기업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공기업에 들어가 보니 밖에서 보던 것과 어떻게 다른가?

국회의원 할 때는 공기업이 썩었다고 생각했다. 들어와 보니 관리가 잘 되어 있더라. 본사의 경우 정원보다 40명을 적게 쓰고 있었다. 검사 기관이 무조건 사람을 적게 쓸 수는 없지만 나름으로 경비를 아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공기업들이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잘하고 있다. 부패 등을 줄이기 위해 자체 감사 인원을 늘리고 필요한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가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

전기 기술력이 세계적이다. 우리나라, 미국, 일본, 독일의 전기기술이 비슷하다. 지금도 한전이 원자력발전소를 지으면 우리가 가서 안전 점검을 한다. 

장점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 | 국가에서 좀 더 지원을 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생각이 너무 없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수출만 많이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안전망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지원해주어야 한다. 또, 고학력의 기술과 지식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면 우리도 해외에 같이 나갈 기회가 많아진다.

적자 기업을 어떻게 흑자로 전환시켰나? 비결이 궁금하다.

기존의 안전 점검 업무만 해서는 돈을 벌기 어렵다. 그렇다고 서민들을 상대로 요금을 올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신성장 동력을 개발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눈을 돌렸다. 국내 조선소에서 짓는 큰 배의 전기 설비 점검도 외국 기업이 하던 것을 우리가 따내는 등 신규 사업도 개척했다. 올해는 해외 사업으로 돈을 좀 벌 것이다.

매출도 늘리고 고객 만족도도 높이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 87.5%에서 90.5%로 고객 만족도를 올렸다. 1인당 매출액도 7천7백만원에서 지난해 8천만원대로 올렸다. 현대중공업, 에버랜드, 경찰청 등 7백22개의 기업과 전기 안전에 관한 협약을 맺고 24시간 기업 긴급출동 서비스인 비즈니스콜 제도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었다.  

경영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오면서 세 가지를 약속했다. 흑자를 내고, 허위 검사를 없애고, 복지를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공기업은 마음대로 임금을 못 올린다. 대신 사옥을 마련해주겠다고 했다. 64개 지역 지사가 있는데 70%가 임대이다. 이를 자가 사옥으로 바꾸어서 그 비율을 50% 이상으로 올릴 것이다. 내가 나갈 때면 55% 정도 될 것이다. 세 군데는 짓고 있고 경매에 좋은 물건이 나오면 산다. 목포·군산·여수에서는 경매에 나온 물건을 샀다. 2백억원짜리를 경매를 통해서 사면 40~50% 정도 가격에 산다. 경매를 통해 사옥을 마련하면 투명성도 확보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

자가 사옥이 좋은 점은 무엇인가?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 소득도 올라야 하고, 사건·사고로 많이 죽는 일이 없고, 안전사고가 없어야 한다. 검사·점검 기관은 일단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뇌물을 안 받을 수 있도록 보수를 충분히 줘야 한다. 부실 점검과 관련해 지난해 4명을 집으로 보냈다. 그런 것은 엄격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에서 해마다 공기업을 평가하던데.

엊그제에도 교수 25명이 평가를 위해 왔다 갔다. 공기업 평가는 공기업이 긴장하고 일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국가가 추진하는 것을 안 하면 안 되니까. 이렇게 한 5년만 밀어붙이면 무언가 가시적인 변화가 나올 것 같다. 다만, 2년에 한 번 정도만 하면 좋겠다. 평가 대비반을 만드는 공기업도 있다. 일하는 것을 보려면 느닷없이 와서 평가를 해야 하는데, 평가를 위한 평가가 되는 경향도 있다.

‘1초 경영’을 내세워 주목되었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29세 때 레스토랑을 경영했다. 5년 동안 돈을 벌어 빌딩을 사고 이를 팔아서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다. 36세 때는 직장에 다니면서 부업으로 해외 운송업도 해보았다. 하지만 경영 경험이 부족해서 부임 전에 경영학 교수들에게 조언을 들었다. 1초 경영은 스피드 경영을 의미한다. 명확한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하더라. ‘1초 경영’이라는 말이 특허청에 등록된 것도 아니라 ‘1초 경영’을 골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대한민국 공기업이 다 ‘1초 경영’을 하면 선진국이 빨리 될 것이다.

스피드를 중시하는데, 원래 성격이 급한가?

급하다기보다는 열정적인 것이다. 나는 월급만 받다가 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냥 앉아서 있지 못한다. 늘 다니며 사람을 만나는 동적인 사람이다. 의자에 앉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노조와의 관계는 어떤가?

정치하는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를 잘하지 않나. 노조 문제가 제일 쉽다.(웃음) 우리는 노조와의 관계는 정부의 규정대로 완벽하게 지키고 있다. 노조가 인사권이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없다. 

정치인 출신인데 앞으로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가?

앞으로의 일은 모르는 것이지만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임기는 마칠 것이다. 지난번 선거에서 지역구 지지도가 60%가 넘었지만 공천을 못 받았어도 탈당하지 않았다. 살다 보면 여러 일이 있는 것이니까. 내 건강도 좋고, 여러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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