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변화의 바람에 흔들리는 ‘네이버 아성’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4.2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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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은 국내 포털 사이트 업계 절대 강자이다. 오랫동안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올 1/4분기 영업 실적도 성공적이다. 하지만 달라진 환경은 네이버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 환경은 유선인터넷에서 무선인터넷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를 주도하고 발맞춰 나가지 않으면 한순간에 뒤처질 수 있다. 최근 창업 멤버들이 NHN을 떠나고, 해외 시장 개척도 녹록지 않다. 잘나가는 NHN의 불안 요소를 짚어보았다.

ⓒ시사저널 박은숙
NHN은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2000년대 초반 통합 검색 서비스와 지식iN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급성장하면서 업계 1위로 올라선 이후 그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게임 포털 한게임 역시 넥슨에 이어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는 강자이다. NHN은 네이버와 한게임이라는 쌍두마차를 거느리며 4월 말 발표 예정인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 이익에서도 경쟁사를 너끈히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NHN이 지난 10년간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고 해서 앞으로 다가올 10년도 그러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소니, 모토로라, 도요타 등 화려한 나날을 보내던 선두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언제나 시작은 아주 작은 균열에서부터 나타났다. 잘나가는 NHN에도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NHN 1세대 멤버들 하나 둘 떠나는 등 인력 손실 커

먼저 지금의 NHN이 만들어지기까지 막중한 역할을 담당했던 1세대 멤버들이 떠나고 있다. 김정호 전 한게임 대표가 최근 NHN 등기이사직에서 퇴임했다. 김 전 대표는 NHN 창업 멤버로 이해진 네이버컴 창업자와 김범수 한게임 창업자 중간에서 매파 역할을 하며 NHN 합병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는 게임 사업과 중국 법인을 책임져왔다. 지난해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을 맡으며 외연을 넓혀왔지만 지난해 11월 돌연 휴직 의사를 밝혔고,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김 전 대표는 5월까지 휴직한 상태로 업계에서는 NHN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남궁훈 전 NHN USA 대표는 지난해 12월 CJ인터넷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문태식 엔플루토 이사회 의장 역시 지난해 6월 NHN이 엔플루토를 관계 회사에서 제외하면서 NHN과 인연을 다했다. 이에 앞서 2007년 9월에는 한게임 창업주인 김범수 전 NHN 대표가 사임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2008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를 런칭한 아이위랩을 설립하며 업계에 복귀했다.

김범수 아이위랩 대표, 남궁훈 CJ인터넷 대표, 문태식 엔플루토 이사회 의장은 모두 한게임 출신이다. NHN을 받치고 있는 두 축 가운데 공교롭게도 한게임 출신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퇴진으로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과 이준호 COO(최고운영책임자)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NHN 매출액 1조3천5백74억원 가운데 온라인 게임이 벌어들인 액수는 4천4백67억원으로 32.9%의 비중을 차지했다. 6천9백26억원으로 51%를 차지한 검색 광고에 비해 비중이 작다. 검색 부문과 게임 부문 임원들 간 줄다리기에서 게임 부문 임원들이 밀려난 원인을 NHN 매출 구조에서 엿볼 수 있다.

경영 일선에 나섰던 유력 인사의 이동은 실무 담당자 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궁훈 CJ인터넷 대표는 최근 NHN 마케팅팀장 출신 김석환 실장을 마케팅실장으로 영입했다. NHN 중국 법인에 있던 김현수씨에게는 유통 사업본부장을 맡길 예정이다. 임원진과의 동반 이동이 아니더라도 실무를 담당하던 직원들 가운데 NHN을 떠나는 인력들이 늘어나고 있다. NHN의 한 관계자는 “조직의 허리를 담당해야 할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실무진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임원들이 물러나는 것보다 실무진이 자리를 비운다는 점이 더 걱정이다. 초창기 멤버들 가운데는 대기업이 되어버린 NHN을 벗어나 새로운 일을 찾으러 떠나기도 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 진출이 여의치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 시장은 성장세가 주춤하다. 지난해 NHN은 1조3천5백73억원 매출을 기록해 2위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즈가 거둔 2천4백45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판도에 큰 변화는 없었다. 정체된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매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NHN으로서는 더 이상 거둘 것이 많지 않다. NHN이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이다. NHN은 게임 산업을 앞세워 설립 초기부터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꾸준히 해외 진출을 노려왔다. 하지만 일본 시장에서의 제한적 성공을 제외하고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NHN은 최근 타이완 현지 법인을 청산하기로 했다. 타이완 법인은 중화권 시장 조사 차원에서 2년 전 설립되었다. 임무를 마치고 철수하는 것이지만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 2004년 중국에서 게임 포털 롄종을 운영하는 하이홍 사와 제휴해 공략에 나섰던 중국 시장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정호 전 대표가 중국 시장 진출을 이끌었지만 정부 규제가 걸림돌이 되었다.

해외 시장 진출도 한계에 부딪쳐

NHN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NHN은 지난 2000년 NHN재팬의 전신인 한게임재팬과 네이버재팬을 설립하며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NHN재팬은 한국 게임업체 가운데 현지 시장에서 사실상 창업해 성공한 최초 사례로 꼽힌다. 2003년 4억5천2백만 엔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100억 엔을 넘기며 급성장했다. 지난해에도 1백19억5천4백만 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성공을 거둔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2년 동안 정체에 빠져 있다.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탓이다. 

NHN재팬이 성공을 거둔 반면, 검색 시장에 진출한 네이버재팬은 활로를 뚫어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 검색 시장을 구글과 야후가 양분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식 네이버 검색 엔진이 일본 네티즌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도 이유로 들 수 있다. NHN재팬은 지난 4월12일 일본 내 7위 포털 사이트 라이브도어를 인수했다. 라이브도어는 가입자 3천만명을 확보하고 블로그 서비스에 강점을 보이는 포털 사이트이다. 네이버재팬은 월간 순방문자 수가 2백만명에 불과해 일본 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 가운데 36위를 기록하고 있다. 라이브도어 인수는 네이버재팬으로서는 지명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나 라이브도어 인수가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브도어가 네이버 검색 엔진을 적용한다면 네이버재팬의 검색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구글 검색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당분간 네이버 검색 엔진으로 바꿀 계획도 없다. 라이브도어 인수가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NHN재팬의 게임, 네이버재팬의 검색, 라이브도어의 블로그가 상승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라이브도어 인수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NHN 승부수 ‘NBP’의 약발은?

NHN은 검색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5월 자회사 NHN비즈니스플랫폼(NBP)을 설립했다. 그러나 NBP는 자칫 자기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검색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신생 자회사에게 검색 광고를 맡기는 것은 수익성을 떨어뜨릴 여지가 있다. NBP는 NHN이 온라인 광고 영업 및 마케팅플랫폼, IT 인프라 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로 네이버 광고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NBP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결과 페이지에 나오는 파워링크, 플러스링크, 비즈사이트를 담당한다. 가장 상단에 나오는 스폰서링크만 검색 광고 대행사인 오버추어가 담당한다.

오버추어는 네이버, 다음, 야후, 네이트, 파란 등 국내 5대 포털 사이트와 검색 광고 대행 계약을 맺고 있는 업계 1위 업체이다. NHN이 NBP를 설립한 것은 오버추어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검색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51%를 차지하고 있는 구조에서 오버추어에게 지급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NHN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내 전체 검색 시장의 80%를 네이버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 광고만으로 자립이 가능하다는 것도 NBP를 설립한 이유이다.

현재까지 NBP를 설립한 NHN의 행보는 성공적이라고 판단된다. 증권업계는 NHN이 2010년 1/4분기 매출액과 영업 이익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은 NHN 1분기 매출액과 영업 이익이 각각 3천7백88억원과 1천6백5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7.5%와 29% 상승한 수치이다. NBP가 검색 광고를 담당한 것이 1분기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검색 광고에서 거둔 성과를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국내 각 포털 사이트 검색 광고를 다년간 대행해 온 오버추어의 영업 노하우를 NBP가 단시간에 따라잡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오버추어의 계약은 올해로 끝난다. 네이버가 오버추어와의 관계를 끝내고 NBP만으로 검색 광고를 운영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소영 NHN 홍보 담당자는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차근차근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오버추어와의 재계약 문제는 시장의 논리를 따라 합리적으로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해 구글과 관계를 끊고 오버추어와 계약했다. 네이버에서 입지가 약해진 오버추어를 끌어안으며 검색 광고 부문을 강화한 것이다. 오버추어와 계약한 이후 다음의 검색 광고 실적은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실시간 검색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각 포털 사이트의 검색 서비스 경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조짐은 NHN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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