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에 빨려든 정치 이슈 여당은 웃을 일만 남았나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4.2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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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문가 4인의 6·2 지방선거 전망 / 야권, 정권 견제론 유효하지만 ‘인물’ 없어 고민

▲                                                                                                                  ⓒ시사저널 윤무영

“이번 지방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무엇인가?” 당초 6·2 지방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와 2012년 총선 및 대선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각종 돌출 변수가 등장하면서 선거 전문가들조차 앞선 질문에 대답하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무상 급식,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안 등 각종 정책 변수는 이미 ‘후순위’로 밀려났을 정도이다. 천안함 침몰 참사가 정국을 온통 뒤덮었고, 한명숙 전 총리 무죄 선고에 이은 ‘검찰 스폰서’ 파문도 불거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도 앞두고 있다.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불지 여전히 예측 불허이다. <시사저널>은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컨설팅본부장, 황인상 P&C 정책개발원 대표  등 선거 전문가 네 사람에게 이번 지방선거가 변수에 따라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 국회 의정관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현안 및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 ‘안보’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다른 선거 쟁점 압도

지난 3월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참사는 원인이 베일에 싸인 채 사건 발생 한 달째를 맞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천안함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되고 희생자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는 현재와 같은 추모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컨설팅본부장은 “천안함 사건의 경우는 현안인 데다 여당에서 의도적으로 끌고 가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안보 문제를 포함해 정부의 대응 능력 등 다른 여러 가지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라고 말했다.

여당이 끌고 가는 바람은 북쪽에서 불어온다. 일명 ‘북풍’이다. 청와대와 여당, 보수 진영이 한목소리로 ‘안보 의식 제고’를 말하고 있는 것도 북풍의 징조이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전통적으로 안보라는 주제는 보수층을 결집하는 데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선거 쟁점을 잡아먹는 데 있다. 여론조사 데이터들을 보면 현재 접전 지역에서 야당이 추격 중인 것은 사실로 보이는데 천안함 정국이 그 추격 타이밍을 빼앗아갔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전국적 야권 단일화는 무산…선거 변수로 보기에 늦은 감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는 “북풍 이슈가 생기면 보수 진영만큼 진보 진영도 결집한다. 서로 결집하면서 상쇄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에 압도적인 여론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오히려 대결 구도와 관계된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지방선거에서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단일화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철희 본부장 역시 “지난 18대 총선의 투표율이 46%인데 투표를 하지 않은 54% 중에는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이 많다.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고 나올 수 있는 동력이 생길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4월20일 단일화 협상을 중재해 온 시민·사회단체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전국적 야권 단일화는 무산되었다. 협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선거 변수로 보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지금쯤 선거 연대가 완벽하게 타결되어야 표심의 이동이 예측 가능해지는데 시기가 늦어진 감이 있다. 공천만 보더라도 야당이 여당보다 더디고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 지지층이 굳이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나 명분을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파급력 자체가 반감되었다는 지적이다.

■ 야권, 정파적 모습 보이며 경쟁력 있는 후보 못 만들어

전문가들은 정부·여당 견제 심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김지연 이사는 “이전 선거를 복기해보면 어떤 특정한 사건이나 이벤트보다는 기본적인 요인들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하지 않았나. 그런 부분에 대한 견제 심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판세가 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과연 민주당 등 야권이 선거를 반전시킬 정도로 견제 심리를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야권 단일 후보에 대한 지지 의견이 높게 나타나지만, 주요 지역에서 1 대 1 가상 대결을 펼쳐보면 대부분 한나라당 후보가 이기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은 순조로운 편이고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경선을 과감하게 펼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후보를 선정하고 포장하는 작업조차 순조롭지 못하다. 황인상 대표는 “한나라당은 경선을 하며 정당성을 찾아가는 반면에, 민주당은 국민들의 시각과는 거리를 보이면서 정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드는 작업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김지연 이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야권 단일 후보를 찍겠다는 의견이 높은 것은 유권자들도 가급적이면 밀어줄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야권 단일 후보가 여당 후보와 대적할 수 있는 인물인지 따져봤을 때 찍어주고 싶어도 못 찍는다는 데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철희 본부장은 “여야 대결 구도에서 드러나는 견제론의 흐름을 인물들이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안정론 대 견제론’이라는 구도가 더 세게 작용할지, 후보라는 ‘인물’이 더 세게 작용할지를 두고 보아야 선거의 흐름이 드러날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 여권 내부 실책 ‘돌출’되는 경우 큰 변수 될 수도

전문가들은 현재 판세로는 한나라당이 유리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안보 정국으로 바뀌어가면서 정권 심판론 등 여권에 비판적인 이슈들이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의 유리한 환경이 한나라당의 실책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이경헌 대표는 “역대 사례들을 살펴보면 한쪽으로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경우 선거가 편해지면서 실책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만약 여권의 실책이 나온다면 ‘정권 견제론’이라는 본질적인 이슈들이 다시 강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철희 본부장은 지난 2000년 총선 직전에 제1차 남북 정상회담(6월13~15일)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가 ‘총선용 신 북풍’이라는 역풍을 맞으며 한나라당에 패한 여당(당시 민주당)을 예로 들며 “(한나라당이) 천안함 침몰을 두고 북한을 과도하게 걸면서 오버할 경우에는 역풍이 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형 걸개 그림. ⓒ시사저널 유장훈

■ 노무현 서거 1주기, 노풍(盧風)의 강도는?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인 4대강, 세종시 수정안 문제 등은 이미 상수가 되어 어느 정도 표심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황인상 대표는 “4대강이나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지지층이 찬반을 통해 이미 선을 그어버렸다”라고 말했다. 반면, 곧 닥치게 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는 여전히 살아 있는 변수이다. 야권 입장에서는 때마침 결집이 필요한 시기에 노 전 대통령 1주기가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5월을 가정의 달 대신 노(盧)의 달로 불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라고 말할 정도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1주기 정국을 기대하는 눈치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노 전 대통령 1주기 역시 결국 민주당 하기 나름’이라는 지적이다. 이경헌 대표는 “추모 정국이 선거 이슈로 점화될 것이라고 장담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고 보았다. 김지연 이사는 “노 전 대통령 1주기 효과는 비슷한 수준의 후보들끼리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라면 제대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1주기 효과가 나타날 만한 지역은 수도권과 PK(부산·경남) 정도인데, 서울·경기는 여당 후보가 매우 강하고 PK는 한나라당 성향이 강해서 민주당이 그 혜택을 입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라고 지적했다.   

 경남에서 ‘한나라 깃발’ 내려갈까
선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관전 지역은?

이번에는 과연 경남에 꽂혀 있는 한나라당 깃발이 내려갈 것인가.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컨설팅본부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남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경남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지지 성향이 경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동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반(反)한나라당까지는 아니더라도 비(非)한나라당은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 역시 “경남을 봐야 한다”라고 말한다. PK에서 넘지 못했던 ‘마의 40% 득표율’이라는 장벽이 이번에는 깨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대표는 “마산과 창원을 기반으로 둔 진보 진영의 표심이 대략 5~10% 정도인데, 이것이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40~45%만 된다면 당선권에 근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변을 예상하며 경남을 주목하는 눈이 많지만 그래도 핵심 지역은 수도권이다. 황인상 P&C 정책개발원 대표는 “수도권에서는 그나마 경기도가 가장 박빙일 것 같다. 물론 지금은 단일화 움직임이 삐걱거리지만 만약 드라마틱하게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야권에서도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2012년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6월에 나타날 수도권의 표심은 2012년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다. 이경헌 대표는 “숨어 있는 광역급 선거 중의 하나가 수원시장 선거이다. 지난해 재·보선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움직였을 때 나타났던 그 상승 추이가 이번에도 나타날 수 있을지 주목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4+4’가 합의한 기초단체장 선거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경헌 대표는 “한나라당을 상대로 야권이 2012년 대선에서 공동 연정을 전제로 한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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