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종합 위기 관리 시스템을 세워라
  • 염재호 / 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 승인 2010.05.0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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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커지고, 남북 간에 긴장감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금강산 관광 부동산 동결 조치가 지난 4월30일 완료되었다. 개성공단에도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금강산 관광 민간인 피살 사건이 일어난 2년 전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위기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고 질책한 적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었지만, 2년이 지나는 동안 정부의 위기 관리 시스템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지 못했다. 이번 천안함 사건으로 볼 때 오히려 군사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 관리는 전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은 9·11 테러 사건을 겪고 나서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를 신설하고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까지 산하에 두면서 국가의 모든 안보와 재난을 담당하는 위기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 내에서 전쟁의 경험이 없었던 미국민들에게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안전 보장이 최우선인 것을 반영하는 대응이었다. 이후 국토안보부는 카트리나 등 국내 재난이나 위기가 있을 때마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정부 고위 관료들의 교육 기관인 푸동 간부학원에서도 제일 눈에 띄는 교육 프로그램이, 중국 전역 어디에서 어떤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기 관리 시스템을 모의 실험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교양 강좌와 같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모의 실험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실전을 방불케 한다.

이제 전쟁의 위협이나 안보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증대되고 사회의 복잡성은 심화되기 때문에 국가 시스템은 위기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지진이나 홍수 등과 같은 자연 재해뿐 아니라 신종플루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건강과 환경의 위협으로 인한 위기도 심각하다.

더 나아가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나타나는 무차별 살인이나 테러의 위협도 증가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국제 금융 위기는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심각한 위협 요소가 된다. 더 나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국가 정보 시스템이 공격을 받으면 국민들의 정상적인 활동은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다.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의 생명과 생활에 직결되는 안전을 보호하는 일이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2천만명이 밀집되어 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전쟁이나 지진과 같은 재난이 일어나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제는 차분하게 미래의 불확실한 위기 상황을 예상하고 그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위기 관리 매뉴얼을 준비해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관할하는 종합 위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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