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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이미지 바꾸기, 왜 어렵나

기존 루머에 대한 단순 반박은 효과 없어…루머와의 연결 고리 끊으려면 다른 긍정적인 연결 고리 강화시켜야

전우영 |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5.04(Tue) 1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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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 순재’보다는 ‘방귀 순재’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에서 이순재의 방귀는 양과 강도의 차원 모두에서 압도적이었다. <지붕킥> 48회에서 산골 소녀 신애는 이순재의 방귀를 소재로 라디오에 사연을 보낸다. 그런데 신애의 사연은 예기치 못했던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사연을 들은 청취자들이 ‘이순재’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추적해서 ‘방귀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붙여 인터넷에 ‘방귀 할아버지’라는 단어가 검색어 순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후 이순재 F&B의 회사 간판은 ‘방귀 식품’ 같은 낙서로 가득 차고, 심지어 이순재 F&B에서 만든 김치와 음식에서 방귀 냄새가 난다는 항의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경영진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숲 속 냄새’를 테마로 텔레비전 광고를 만들어 방송한다. 그런데 광고가 나가자마자 인터넷에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물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저희는 모든 음식에 방귀 냄새를 첨가하고 있습니다. 뿡~ 이렇게요. 갓 뿜어낸 방귀로 밥을 지어본 적이 있습니까? 내 가족의 음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뀌고 있습니다. 방귀 냄새를 그대로 밥상 위로.” 이미지 회복을 위해 만든 ‘숲 속 냄새’ 광고가 사람들이 이순재 F&B에 대해 가지고 있던 ‘방귀 냄새’ 이미지를 수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강화시키고 만 것이다.

   
▲ 드라마 <지붕 뚫고 하이킥> 48회에서는 ‘방귀 할아버지’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내용을 담았다.
■ 지렁이 햄버거 사건 | <지붕킥>에서 이순재 F&B는 이러한 루머 때문에 48회에 한 번만 위기를 겪지만, 현실에서 루머는 기업 또는 개인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뜨리기도 한다.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판매점인 맥도날드도 이러한 루머 때문에 곤경에 처한 적이 있다. 맥도날드가 햄버거에 들어가는 고기 페티를 소고기가 아닌 지렁이 고기를 갈아서 만든다는 황당한 루머가 돈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이 루머가 나돈 뒤 맥도날드 매장의 판매량은 이전에 비해 약 30% 가까이나 떨어졌다고 한다.

맥도날드는 이 루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우선 미국 내의 가장 권위 있는 전문 기관으로부터 자신들이 만든 햄버거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받았다. 미국 농림부장관으로부터 확인서를 받은 것이다. 이 확인서에는, 맥도날드 햄버거는 적절한 확인 절차를 통해 검증한 결과 식품으로서의 안전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물론 맥도날드는 농림부장관이 서명한 이 확인서를 고객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매장 문 앞에 부착했다. 이와 함께 텔레비전과 신문 등의 인쇄 매체를 통해서 맥도날드 햄버거는 100% 순수한 쇠고기만을 이용해서 만든다는 사실을 홍보했다. 심지어 지렁이 고기를 사용하면 소고기보다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지렁이의 가격이 파운드당 5~8달러였지만, 햄버거 고기는 파운드에 1달러를 약간 넘는 정도였다고 한다. 맥도날드에서 최소 5달러 이상의 추가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지렁이 햄버거를 만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과연 이런 대대적인 캠페인은 기대했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맥도날드의 공세적인 캠페인 후에도 판매량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문제는 바로 맥도날드의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에도 소비자들은 이미 루머가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맥도날드에서 벌인 캠페인은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던 소비자들에게 그 루머의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다시 한번 주장한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 일러스트 황중환

■루머의 기억 |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지렁이 햄버거에 대한 루머를 믿지도 않았는데, 맥도날드 햄버거의 판매량은 왜 감소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의 기억이 저장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하나의 대상(또는 개념)과 또 다른 대상이 일종의 고리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배우 ‘신애라’와 ‘차인표’라는 두 대상은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하나의 대상이 활성화될 때, 이 대상을 활성화시키고 남은 에너지는 연결 고리를 통해 가까운 곳에 위치한 다른 대상으로 전달된다. 그 결과, 연결된 대상에 대한 생각이 저절로 활성화되는 것이다. “배우 ‘신애라’를 아세요?”라고 물으면, 남편 차인표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거의 자동적으로 ‘차인표’가 떠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맥도날드에서 지렁이 고기를 쓴다는 루머를 들었을 때, 맥도날드와 지렁이 고기 간의 연결이 형성되었다가, 나중에 맥도날드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 이때 발생한 활성화 에너지가 바로 옆에 연결된 지렁이 고기라는 대상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이다. 그 결과, 맥도날드를 생각할 때마다 지렁이 고기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동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맥도날드가 지렁이 고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일단 기억에 맥도날드와 지렁이 고기 간의 연결이 형성되면, 맥도날드가 떠오를 때마다 지렁이 고기도 자동적으로 생각나게 되는 것이다. 맥도날드 햄버거를 볼 때마다 지렁이를 갈아서 만든 고기가 떠오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아마도 햄버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은 하겠지만, 한 입 베어먹고 싶은 충동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들이 루머가 거짓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맥도날드 매장에 발길을 끊은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루머의 악영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루머 탈출의 심리학 | 한 가지 가능한 방법은 바로 맥도날드와 지렁이 간의 연결 고리 이외의 다른 연결 고리를 만들고 강화시키는 것이다. 맥도날드라는 대상이 활성화될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지렁이 이외의 다른 대상들(예, 맥도날드 매장의 위치, 커피, 감자 튀김, 밀크셰이크)이 맥도날드와의 연결 고리를 형성하면, 맥도날드가 활성화될 때 지렁이 고기로 흘러가는 에너지의 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맥도날드와 연결된 대상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맥도날드가 활성화될 때 지렁이 고기로 흘러가는 에너지의 양은 줄어들고, 덕분에 지렁이 고기가 기억에서 떠오를 확률도 함께 감소하는 것이다. 실제로 엘리스 타이바웃(Alice Tybout) 같은 연구자들은 이러한 가정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결과에 따르면, 맥도날드와 관련된 다른 대상들에 대해 생각하도록 해서 맥도날드와 다른 대상 간의 연결 고리가 강화된 사람들은, 지렁이 고기 루머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루머를 전혀 듣지 않았던 사람들만큼 맥도날드를 좋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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