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빼곤 뚜껑 열어봐야…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5.1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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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북·강원·울산 / 대전 전·현직 시장, 충북·강원 한나라-민주 ‘안갯속’ 승부

■ 대전광역시장-선진당, 염홍철 전 시장 ‘설욕’ 기대

“대전은요?”라며 2006년 지방선거 때 박성효 현 시장의 역전승을 이끌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원은 이제 없을 것 같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돕는 것이고 선별 지원도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한나라당 소속인 박성효 후보는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짐을 등에 진 채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박후보와 자유선진당 염홍철 후보는 나름으로 인연이 깊다. ‘현직’과 ‘전직’의 대결이다. 지난 2006년 선거에서는 정무부시장인 박후보가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업고 당시 시장인 염후보를 3% 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전직 시장인 염후보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일종의 ‘복수전’이다. 지난 5월10일 발표된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염후보는 39.2%, 박후보는 24.2%를 얻었다. 민주당 김원웅 후보(14.7%)와 진보신당 김윤기 후보(1.7%)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볼 때 염후보는 30% 중반, 박후보는 20% 중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급한 쪽은 현직 시장인 박후보 진영이다. 한나라당 대전시당 관계자는 “박후보에 대한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격차를 좁혀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지만, 이는 거꾸로 생각하면 박후보의 외연이 그만큼 넓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뜯어보면 염후보의 지지세는 정당이나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특징을 보이고 있어 표심의 유연성에서 낫다는 평가이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 문제는 이곳 대전에서도 일종의 국민투표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염후보가 앞으로도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 충북도지사-한나라당 정우택·민주당 이시종 치열한 대결

한나라당 후보로 나온 정우택 현 지사와 국회의원직을 내놓고 뛰어든 이시종 민주당 후보의 양강 싸움 역시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 5월8~9일 MBC-KBS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가 43.0%의 지지율을 기록해 민주당 이시종 후보(34.0%)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9%의 격차이지만 점점 간극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한나라당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한나라당 자체 조사에서도 한때 20%까지 차이가 나던 지지율이 최근 한 자릿수 격차로 줄었다고 한다. 정후보는 50~60대 장·노년층의 지지가 확고한 반면, 이후보는 20~40대 연령층 지지에서 정후보를 앞서고 있다. 뒤지고 있는 이후보측에서는 두 가지 사건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첫째 충북 역시 세종시 논란의 영향권 내에 있다는 점에서 세종시 문제의 재쟁점화가 있다. 둘째는 이 지역 5선 의원인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이 이후보를 공개 지지하면서 일어날 표심의 변화이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이의원에 대해 비난 성명을 내놓은 것에서 보듯 생각한 이상으로 지역 정치권에 미친 효과가 적지 않았다는 평가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영동·옥천·보은의 남부 3군은 여전히 선진당 소속 군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가는 곳으로 이용희 의원의 텃밭이다. 지지 선언이 가져올 효과가 거대하지는 않겠지만, 박빙의 승부에서는 요긴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 강원도지사-이계진 후보가 이광재 후보 앞서지만 낙관 불허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가 민주당 이광재 후보를 줄곧 앞서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이광재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4월17~18일 강원도 내 5개 언론사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23.6%, 5월3~4일 춘천KBS 조사에서는 29.7%, 5월8~9일 5개 언론사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31.0%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계진 후보의 지지율 역시 함께 상승했다. 같은 조사에서 이계진 후보는 38.2%, 42.4%, 47.2%를 각각 기록해 이광재 후보와 여전히 12~15% 격차를 유지했다. 늘어난 지지율의 의미는 상대적으로 부동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뜻하는데, 뒤지는 후보의 입장에서는 좋을 리가 없다.

지난 10월 강릉 재·보선 결과에서 보듯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의 유권자층이 두터운 곳이다. 게다가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 내에서조차 “최전방 지역 표는 (이계진 후보에게) 다 넘어가겠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이광재 후보에게도 일단 작은 전환점은 생겼다. 강원도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유시민 후보가 선출된 것은 청신호이다. 비로소 완성된 ‘전국적 친노 벨트’의 주목도가 이광재 후보에게 어떤 계기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 울산광역시장-박맹우 현 시장 독주 막을 야권 단일 후보 못 내

뉴스를 아무리 검색해봐도 울산시장 여론조사에 관한 기사는 찾기가 쉽지 않다. 울산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철저하게 변방 취급을 받고 있다. 매번 선거 때마다 주목받던 ‘진보의 메카’ 울산이 올해처럼 관심 대상에서 밀려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불과 1년 전인 지난 4월 재·보선 때만 해도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의 당선 여부를 두고 전국의 많은 눈이 울산으로 향했었다.

한나라당 후보인 박맹우 현 시장에 맞서 진보 진영은 아직 단일 후보를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김창현 민주노동당 후보와 노옥희 진보신당 후보는 일단 공식 후보 등록을 한 이후에 단일화 여부를 다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양 후보는 지난 4월에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적이 있지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당시 민노당은 경선을 요구했고, 진보신당은 시장 후보를 양보하는 대신 일부 기초단체장과 시·구 의원을 진보신당으로 단일화하는 정치적 협상을 요구했는데 결국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울산은 대구·경북 지역만큼이나 한나라당이 당선 확실을 자신하는 지역으로 변했다. 그나마 최근의 결과인 지난 5월3일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조사를 보면 현 시장인 박맹우 한나라당 후보는 56.2%를 기록해 김창현 민주노동당 후보(15.7%)와 진보신당 노옥희 후보(7.1%)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변이 없을 듯한 뻔한 승부가 울산을 변방으로 밀어낸 셈이었다.

시장 후보에서는 지지부진하지만 기초단체장 단위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진행 중이다. 북구청장과 동구청장은 이미 진보신당까지 포함한 야권 단일화가 이루어졌고, 다른 기초단체에서도 단체장 단일화 밑그림이 한창 그려지는 중이다. 민노당 관계자는 “기초단체장 단일화가 이루어지고 시장 단일화까지 패키지로 완성된다면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바닥 민심도 움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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