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천하’ 계속되려나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5.18 14: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 한나라당 허남식·민주당 김정길 후보 맞대결 구도…“허후보 당선 가능성 크다” 80.5%

 

학계에서는, 부산이 보수화된 데는 ‘PK의 맹주’로 불리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0년 ‘3당 합당’에 합류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본다. 3당 합당 이후 거대 여당으로 거듭난 민자당은 부산의 주류 정치 세력이 되었고, 그 후신인 한나라당은 지금까지도 부산의 지방 권력을 놓쳐본 적이 없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판도를 바꿔보기 위해 부산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언론들은 부산에 노풍(盧風)이 불지도 모른다고 전망했지만, 그것 역시 결과적으로 오류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부산은 요즘 정치적으로 무주공산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렇다고 대안으로 야권을 선택하지도 않는다. 이번 <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아도 차기 부산의 지방 권력은 여전히 한나라당 손안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일단 오는 6월2일 지방선거가 갖는 의미를 묻는 질문에, ‘여야 구분보다는 지역 행정가를 뽑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응답이 37.3%로 가장 많았다. ‘국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여권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의견은 24.2%, ‘이명박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으로 여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15.0%, ‘한 정당의 지방 권력이 이번에는 교체되어야 한다’는 13.3%를 기록했다. 부산은 한나라당이 지방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 권력 교체론’ 역시 여당에 대한 비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정권 견제론(15.0%)과 지방 권력 교체론(13.3%)을 합쳐도 30%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싱겁게 끝날 것으로 보였던 부산시장 선거는 민주당 경선 덕을 보았다. 점점 꺼져가던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길 후보는 15년 만에 경선으로 선출된 민주당 후보이다. 이런 이벤트가 미친 영향 때문인지 민주당 지지도는 이전보다 조금 상승했다. 5월12일 이루어진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은 47.4%, 민주당은 19.7%의 지지도를 얻었다. 지난 1월 <시사저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53.1%, 민주당은 16.2%였다.

김후보는 지난 5월12일 민병렬(민노)·김석준(진보신당) 후보를 제치고 야권 단일 후보로 결정되었다. 이로써 부산시장 선거는 현 시장인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와 민주당 김정길 후보의 맞대결로 전선이 명확해졌다. 15년 만에 경선도 했고, 완전한 야권 단일 후보 선출도 이루어냈다. 현 시점에서 불러올 수 있는 바람을 모두 동원하기 위해 힘껏 부채질을 했다. 하지만 후보 지지도에서는 여전히 허남식 후보가 멀찌감치 앞선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 가상 대결에서 허남식 후보는 49.9%로 과반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 민주당 김정길 후보(28.4%)보다 21.5% 포인트 높은 지지도였다. 다만, ‘반드시 투표하겠다’라고 밝힌 적극적 투표 의향층에서는 허후보(50.0%)와 김후보(33.1%)의 차이가 16.9% 포인트 차로 줄어들었다. ‘허남식 대세론’은 당선 가능성을 놓고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부산시장 당선 가능성을 물어보니, 허후보가 무려 80.5%를 얻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김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7.1%에 불과했다. ‘모름/무응답’ 수치(11.2%)보다도 낮았다. 특히 김후보의 지지층에서도 허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71.5%로 높게 나왔다.

선거 이슈 1위는 “4대강 살리기”

지지 후보를 밝힌 응답자를 대상으로 그 후보자를 지지하는 이유를 물었다. 허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경력과 능력’(45.2%)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다음이 ‘소속 정당’(20.5%), ‘대안 부재’(20.2%) 순이었다. 지난 6년의 시정(첫 2년은 보궐 선거로 당선되었다)으로 얻은 경쟁력, 즉 현직이라는 이점이 여론조사에서도 크게 작용한 셈이다. 반면, 김후보에 대해서는 ‘대안 부재’(33.6%), ‘소속 정당’(17.8%), ‘도덕성’(16.5%), ‘경력과 능력’(15.1%) 순으로 나타났다.

투표에 참여할 때 무엇을 고려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34.7%가 ‘능력과 경력’을 꼽았다. ‘정책과 공약’(26.4%), ‘도덕성’(24.5%)이 뒤를 이었다. ‘소속 정당’(7.5%)은 10% 미만으로 조사되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정당’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허후보 지지자 중 45.7%는 ‘능력과 경력’을 첫손에 꼽은 반면, 김후보 지지자 중 31.8%는 도덕성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는 점에서는 차이점이 보인다. 차기 부산시장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는 ‘실업(일자리) 문제’가 41.3%로 수위를 차지했다. 부산의 역대 민선 시장들은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부산시에 대기업 본사 하나 유치하지 못했다. ‘지역 개발 문제’(12.5%), ‘물가 문제’(10.4%), ‘지역 성장 동력 문제’(10.3%) 역시 주요 문제로 지목되었다.

부산 시민들은 지방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이슈로 ‘4대강 살리기 사업’(34.5%)을 꼽았다. 지난주 <시사저널>이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천안함 사건 원인 규명’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부산에서 천안함 사건은 21.8%로 두 번째였다. 물 문제는 부산 시민들에게 골칫거리로 다가온다. 부산시는 최근까지 낙동강 수질 악화로 식수 사용이 어려워졌고 국토해양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강댐 물 부산 공급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부산과 경남의 갈등을 불러온 바 있다.

오는 6월2일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라고 밝힌 응답자는 53.2%였다. ‘웬만하면 투표하겠다’는 28.9%였고, 투표할 의사가 없다는 층은 14.4%로 나타났다. 서울·충남 등 타 지역에 비해서는 적극적 투표 의향층이 조금 얇은 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지지도는 긍정적 평가가 50.5%, 부정적 평가가 35.7%로 서울과 비슷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