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메시지까지 담아낸 매끄럽고 우아한 스릴러
  • 황진미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5.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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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작가’는 유명인의 책이나 연설문을 대필하는 이를 말한다.

‘유령작가’는 유명인의 책이나 연설문을 대필하는 이를 말한다. 그에게는 이름이 없고, 수백만 권의 책이 팔리더라도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 주인공(이안 맥그리거)은 거액을 받고 얼마 전 퇴임한 전(前) 영국 총리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의 회고록을 대필하기 위해 그가 있는 미국의 섬으로 간다. 마침 집권 당시 파키스탄계 영국인 테러 용의자를 미국 CIA에 불법으로 넘겨주었다는 스캔들이 터지면서 아담 랭과 주인공은 영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주인공은 회고록 초고를 쓰던 중 자살했다는 전임자의 죽음에 의혹이 있으며, 따분해 보이는 그의 정치 입문 과정에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영국의 언론인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해리스는 자신의 소설을 각색해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주었고, 그 거장에 의해 매끄럽고 우아한 스릴러 영화 <유령작가>가 탄생되었다. <유령작가>는 장르영화로도 완벽하지만, 내용 면에서도 아주 엄청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른바 ‘oo 장학생’은 해당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공직 등에 진출한 뒤 그 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하는 이를 뜻한다. 영화 <무간도>에는 폭력 조직이 조직원을 경찰 간부로 ‘심는’ 과정이 나온다. 1980년대 중동이나 남미의 친미 정권은 미국 CIA에 의해 세워진 괴뢰 정권이었다는 음모론도 익숙하다.

영화 속 아담 랭은 집권 당시 미국의 대테러 정책을 절대적으로 추종한 것으로 나온다. 영화 속 대규모 이라크 파병이나, 자료 조작 사건 등은 토니 블레어 재직 당시의 실제 사건과 병치되며, 영부인과의 관계 역시 블레어 부부를 연상시킨다. 물론 아담 랭이 ‘부시의 푸들’이라 놀림받던 토니 블레어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그런데 토니 블레어 역시 2010년 미국에서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이라니, 얼마 전 보았던 한국 영화 <베스트셀러>가 생각난다. 혹시 이것도 귀신이 해준 이야기? 6월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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