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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녀석’에게 까무러칠까

여름 들어서면서 공포영화 개봉 줄이어…심리적 공포 다룬 ‘국산’과 유혈 낭자한 ‘미국산’ 대결 눈길

김진령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0.05.25(Tue) 15: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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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서 여름을 나타내는 징조 가운데 하나는 공포영화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포영화가 줄줄이 개봉한다. 이미 <나이트메어> 리메이크판이 지난 5월20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고, 한국 영화 <블러디 쉐이크>가 5월27일, <귀鬼>가 6월10일, <여대생 기숙사>가 5월24일, 뱀파이어판 할리퀸 문고라는 이야기를 듣는 <트와일라잇>의 3편 <이클립스>가 7월8일, <고死 두 번째 이야기: 교생 실습>이 7월 말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 <귀鬼>

재미있는 점은 한국 공포영화가 짝사랑이나 학교의 억압 등 심리적 억압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 데 비해 미국산 공포영화인 <나이트메어>나 <이클립스> <여대생 기숙사>는 젊은 육체의 전시나 난도질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산 공포영화에 대한 영화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부분 좋지 않은 쪽으로 모아진다. 하지만 흥행 실적은 꼭 그렇지만 않다. 올해 속편이 나오는 <고사>는 영화평론가들로부터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악평을 받았지만, 그해 가장 흥행한 공포영화로 기록되었고 그 여세를 몰아 속편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제목에서 드러나듯 학교와 입시 경쟁이 주는 억압이 공포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블러디 쉐이크>는 <귀鬼>와 함께 완성도 면에서 주목을 받을 만하다. ‘판타지 심리 공포물’임을 자임하는 <블러디 쉐이크>는 지난해 부천영화제에 출품되었었고 올해 홍콩 필름마켓에 출품되어 타이완과 영국에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지용 감독은 “짝사랑이라는 소통 부재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심리적인 공포를 다룬 영화로 하드코어적인 장면도 있지만 무섭다기보다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귀鬼>는 재기발랄한 30대 초반의 감독 세 명이 함께 연출한 영화이다. 에필로그와 프롤로그를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 감독이 연출해 전체적으로 옴니버스가 아닌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을 가진 영화로 만들어냈다. 제작사인 청년필름의 송서진 홍보팀장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공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10대 공포물과 차별화했다”라고 밝혔다. 이 영화 역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치열한 입시 교육과 경쟁’이 국내 공포물의 흥행 코드로 부각

미국 공포 영화는 만듦새에서 국산 영화를 앞선다. <여대생 기숙사>는 미국산 공포 영화의 전형이다. ‘여대생’은 젊음과 싱싱한 육체의 동의어로 활용되고, 게다가 ‘기숙사’에 모여 있다. 관객은 이제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여대생’의 육체가 어떻게 난도질당하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반면 <이클립스>는 신체 훼손과 유혈 낭자를 최소 한도의 선에서 억누른다.

올여름 공포영화 가운데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은 <이클립스>의 경우 포장은 뱀파이어 호러물이지만 내용은 ‘10대 여학생용 포르노’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젊은 남자의 육체와 10대 소녀의 연애 판타지에 집중하는 변칙 장르물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고, 숱한 유사 영화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성공한 공포영화는 시리즈로 제작되면서 쉽게 흥행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치열한 입시 교육과 경쟁이라는 아이템이 10대 공포물의 흥행 코드로 부각되고 있다. <여고괴담>시리즈나 <고死> 시리즈가 대표적인 수혜자이다. 하지만 대부분 전편의 흥행 코드를 답습하고 있어 완성도 평가에서 점수가 낮다.

영화평론가 김종철씨는 “호러영화가 허름한 만듦새로 큰돈을 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포영화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공포영화 전통이 척박한 한국에서도 1980년대 <깊은 밤 갑자기>나 2000년 <소름>처럼 걸작 공포영화가 나왔다”라며 한국 공포영화의 분발을 촉구했다.  

 정치적 메시지까지 담아낸 매끄럽고 우아한 스릴러


 
▲ <유령작가>

‘유령작가’는 유명인의 책이나 연설문을 대필하는 이를 말한다.
그에게는 이름이 없고, 수백만 권의 책이 팔리더라도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 주인공(이안 맥그리거)은 거액을 받고 얼마 전 퇴임한 전(前) 영국 총리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의 회고록을 대필하기 위해 그가 있는 미국의 섬으로 간다. 마침 집권 당시 파키스탄계 영국인 테러 용의자를 미국 CIA에 불법으로 넘겨주었다는 스캔들이 터지면서 아담 랭과 주인공은 영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주인공은 회고록 초고를 쓰던 중 자살했다는 전임자의 죽음에 의혹이 있으며, 따분해 보이는 그의 정치 입문 과정에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영국의 언론인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해리스는 자신의 소설을 각색해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주었고, 그 거장에 의해 매끄럽고 우아한 스릴러 영화 <유령작가>가 탄생되었다. <유령작가>는 장르영화로도 완벽하지만, 내용 면에서도 아주 엄청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른바 ‘oo 장학생’은 해당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공직 등에 진출한 뒤 그 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하는 이를 뜻한다. 영화 <무간도>에는 폭력 조직이 조직원을 경찰 간부로 ‘심는’ 과정이 나온다. 1980년대 중동이나 남미의 친미 정권은 미국 CIA에 의해 세워진 괴뢰 정권이었다는 음모론도 익숙하다.

영화 속 아담 랭은 집권 당시 미국의 대테러 정책을 절대적으로 추종한 것으로 나온다. 영화 속 대규모 이라크 파병이나, 자료 조작 사건 등은 토니 블레어 재직 당시의 실제 사건과 병치되며, 영부인과의 관계 역시 블레어 부부를 연상시킨다. 물론 아담 랭이 ‘부시의 푸들’이라 놀림받던 토니 블레어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그런데 토니 블레어 역시 2010년 미국에서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이라니, 얼마 전 보았던 한국 영화 <베스트셀러>가 생각난다. 혹시 이것도 귀신이 해준 이야기? 6월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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