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아바’ 탄생할까
  • 조명진 | 유럽연합 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0.05.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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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2010’에 거는 기대 여전…‘시청자 채점’이 당락 좌우해 ‘눈길’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유럽 각국의 방송국 연합체인 유럽방송연맹(European Broadcasting Union; EBU)이 1950년 스위스 로잔에서 창설되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 이하 유로비전)는 1956년부터 EBU가 주관해 온 유럽 최대의 가요제이다. 세계의 최장수 TV 프로그램일 뿐만 아니라 스포츠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6억명에 이르는 최다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유로비전은 해마다 5월에 전년도 우승국에서 개최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유로비전의 규정에 따르면 참가 곡의 길이는 3분 이내, 참가 연령 제한은 16세, 무대에 설 수 있는 최대 아티스트 수는 여섯 명, 국적은 반드시 출전국의 국민일 필요는 없다.

유로비전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로 1974년과 1988년 우승한 스웨덴의 아바와 캐나다 국적이지만 스위스 대표로 참가한 셀린느 디옹을 들 수 있다. 1964년 <논노레타(Non ho l’eta)>로 이탈리아에게 첫 우승을 안겨준 질리올라 친꿰티는 16세 소녀였다. 10년 뒤인 1974년 유로비전에도 <씨(Si)> 라는 제목의 노래로 다시 출전했지만, 아바의 <워털루>에 압도당했다.

 

▲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2010’을 준비하고 있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콘서트장. ⓒEPA

유로비전 우승곡 가운데 우리에도 잘 알려진 노래는 1976년 영국 브라더후드 오브 맨이 부른 <Save Your Kisses for Me>와 1981년 영국 벅스 피즈의 <Making Your Mind Up>이다. 클리프 리차드의 1968년 노래 <Congratulations>는 2등을 한 곡이지만 우승곡 이상으로 히트를 했다. 1982년 유로비전에서 독일의 니콜은 <아인비센 프리덴>, 그리고 노르웨이의 시크릿 가든은 1995년 <녹턴>으로 그랑프리를 차지하며 국제적 스타덤에 올랐다.

지금까지 최다 우승국은 7회 우승한 아일랜드이다. 아일랜드는 1993년, 1994년, 1995년 등 3년 연속으로 우승한 기록도 갖고 있다. 더불어 아일랜드의 조니 로간은 1980년 <What is Another Year>와 7년 뒤인 1987년 <Hold Me Now>로 두 번이나 유로비전에서 우승한 기록을 남겼다. 게다가 조니 로간은 1992년 아일랜드가 우승한 곡 <Why Me>를 작곡했기 때문에 그랑프리를 세 번이나 차지한 아티스트로 이름을 남겼다.

‘빅 4’ 국가가 힘 못 쓰는 이유

특이한 점은 클래식 분야에서 예로부터 전설적인 테너 카루소를 비롯해 오늘날 파바로티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세계적인 테너를 배출한 이탈리아가 지금까지 2회밖에 우승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세계적 테너 카레라스와 도밍고를 배출한 스페인은 1968년 마시엘이 <라라라(La La La)>로 딱 한 번 우승했다. 독일도 1982년 한 번의 우승이 전부인 것을 보면 유로비전은 팝뮤직일뿐 클래식의 저력과는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유로비전과 정말 인연이 없는 나라는 포르투갈이다. 그동안 43회 출전했지만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

유로비전의 채점 방식은 참가국의 심사위원들이 자국을 제외한 국가에 점수를 주는 방식이었는데, 1975년부터 ‘포지셔널 채점 시스템(positional voting system)’을 도입했다. 심사위원은 자국을 제외한 10개국에 1점에서 8점까지 주고 2위 국가에 10점, 1위 국가에 12점을 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1997년부터 5개국(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스웨덴, 영국) 시청자들에 의한 텔리보팅(tele-voting)이 실험적으로 도입되면서 자국을 제외한 국가의 시청자들도 점수를 줄 수 있게 되는 ‘채점의 대중화’를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1998년 유로비전에 텔리보팅이 전면 도입되었다.

그런데 텔리보팅에 문제가 발생했다. 자국에 표를 던질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참가국에 점수를 주는데, 참가곡의 선호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참가국에 대한 선호도가 그랑프리의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이웃 국가에 최고의 점수를 주고,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발트 3개국 같은 동유럽 국가들은 인근 국가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

옛 유고슬라이아 공화국이었던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코소보, 마케도니아 같은 국가도 블록으로 이웃 국가에 점수를 후하게 주고 있다. 더욱이 그리스와 사이프러스의 경우에는 서로에게 12점 만점을 주고받기까지 한다. 게다가 터키의 이민자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에서 터키에 몰표를 주기도 하는데, 실제로 2003년 유로비전에서 터키가 우승하는 데는 이들 국가의 표가 주효했다.

 

▲ 지난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알렉산더 리박(오른쪽)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ITAR-TASS 연합

EBU에 재정적 기여가 큰 국가를 ‘빅 4(Big Four)’라고 지칭하는데, 이는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이다. 특별한 블록에 속하지 않는 빅 4는 ‘블록 보팅(bloc voting)’이 가능한 기존의 심사 방식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궁리 끝에 2000년부터 자동 결선 출전권을 주는 ‘특혜’를 갖는 것으로 담합했다. 최종 결선에 참가 가능한 국가는 25개국인데, 다른 EBU 회원국은 예선전을 거쳐서 결선에 출전해야 하는 것이다.

빅 4는 또 한 번 머리를 썼다. 문자메시지를 포함한 텔리보팅 방식으로는 우승할 기회가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2009년 유로비전부터 심사위원제와 텔리보팅을 혼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럼에도 2009년 우승 국가는 빅 4가 아닌 노르웨이 알렉산더 리박(Alexander Rybak)의 <Fairy Tale>이 차지했다.

5월2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55번째 개최되는 ‘2010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과연 빅 4에서 우승국이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 아바와 셀린느 디옹에 필적할 만한 월드 스타가 또 탄생될지에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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