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의 파도에 휩싸인 ‘워터파크’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0.05.3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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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월드가 캐리비안베이 바짝 추격하며 ‘마케팅 전쟁’

여름이 다가왔다. 그보다 더 뜨거운 위터파크들의 전쟁도 시작되었다. 해마다 10여 개가 새로 생겨날 만큼 워터파크는 여름철 놀이 문화로 탄탄하게 자리매김하고 있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싸움의 발동은 오션월드가 가파른 성장을 하면서 걸었다. 2006년 개장한 오션월드는 불과 4년 만에 세계 워터파크 순위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996년 개장한 이래 지난 14년간 국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캐리비안베이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세계 워터파크 5위인 캐리비안베이가 더 이상 팔짱을 끼고 지켜볼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다. 세계 테마엔터테인먼트협회(TEA)와 경제연구협회(ERA)가 매년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캐리비안베이의 지난해 입장객 수는 1백45만명이다. 오션월드는 1백31만명으로 불과 14만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션월드는, 올해 광고모델을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인 유이와 가희로 교체했다. 지난해까지 이효리를 모델로 내세워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았던 오션월드는, 지난해보다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1위 자리를 넘보겠다는 심산이다. 

캐리비안베이도 가만 있지 않았다. 1위 수성에 나선 캐리비안베이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보다 광고비를 50%나 늘려잡았다. 다양한 콘텐츠로 물량 공세를 펼칠 수 있도록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전략을 내걸었다.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란 브랜드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영화·음악·드라마 등 모든 엔터테인먼트 장르에 브랜드 광고를 녹여내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을 노출하는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 스토리 속에 브랜드 이미지를 투영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마케팅 기법이다. 캐리비안베이는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인 2PM과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이처럼 A급 모델을 기용해 대대적인 광고에 나선 것은 개장 이래 처음이다. 이들이 캐리비안베이에서 최고의 라이프가드(수상 인명 구조 요원)가 되기 위해 서바이벌을 펼친다는 내용으로 TV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배경음악은 음원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도록 했다.

▲ 캐리비안베이 파도풀(왼쪽)과 오션월드 자이언트 워터플렉스(오른쪽)에서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캐리비안베이와 비교하면 올해 오션월드의 광고 마케팅은 다소 약해 보인다. 이상옥 오션월드 홍보 담당자는 “캐리비안베이는 삼성이 운영하는 워터파크인 만큼 쉽게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줄은 몰랐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오션월드는 이효리 광고 효과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전략으로 유이와 가희를 모델로 발탁했는데 올해 가을까지 1백~2백 회 정도 TV 전파를 탈 계획이다.

광고 마케팅에 이어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데에도 두 업체 모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놀이시설 증축 경쟁을 펼치던 양상이 올해는 편의시설 확충으로 전이된 셈이다. 2008년 당시 캐리비안베이는 ‘와일드 리버’를 개장하면서 ‘타워 부메랑고’와 ‘와일드 블라스터’ 등 놀이시설 다섯 개를 설치했다. 투자비만 수백억 원에 달했다. 그러자 그 이듬해에 오션월드는 다이나믹존을 신설해 ‘슈퍼 부메랑고’와 ‘몬스터 블라스터’를 들여놓으며 맞불을 놓았다. 현재 놀이시설 수는 캐리비안베이가 26개로 18개를 보유한 오션월드보다 다소 많다. 하지만 쾌감을 자극하는 수위는 오션월드의 놀이시설이 한 수 위로 평가되고 있다.

▲ 아이돌 그룹 2PM과 소녀시대를 모델로 내세운 캐리비안베이 광고(왼쪽)와 걸그룹 애프터스쿨을 내세운 오션월드 광고(오른쪽).

광고 이어 편의시설 대결도 ‘후끈’…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

두 업체가 올해 편의시설 확충으로 눈을 돌린 것은 고객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인철 캐리비안베이 홍보과장은 “놀이시설을 이용하면서 즐거웠다가 샤워를 하거나, 락커를 이용하면서 불편을 느끼게 되면 워터파크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고객 편의를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이유이다”라고 설명했다. 캐리비안베이의 경우 실외 락커동을 3층에서 4층으로 확장했다. 락커 수는 기존과 동일한 1천7백여 개를 유지하면서 공간을 1.5배 넓혔다. 락커동 바닥은 모두 미끄럼 방지면으로 교체했다. 샤워기도 3백개 가까이 늘려 이용객들의 대기 시간을 줄였다. 오션월드는 식음매장이 부족하다는 고객들의 지적에 따라 현재 관련 시설의 증축 공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여성 파우더룸과 락커동, 화장실을 확장할 계획이다.

오션월드는 캐리비안베이와 비교해 투자 여력이 떨어진다. 그런 만큼 최신 시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국내 최고의 파도 높이를 자랑하는 파도풀과 빠른 유속을 강점으로 내세운 파워풀 리버, 캐리비안베이에는 없는 찜질방을 이용해 온 가족이 편안히 쉬었다 갈 수 있는 워터파크의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입장객 가운데 절반이 대명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콘도에서 1박2일을 묵을 정도로 숙박객이 많은 만큼 이들을 위한 야간 개장도 준비 중이다. 대명콘도는 현재 2천여 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이상옥 오션월드 홍보 담당자는 “스키장 야간 개장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곳이 대명 스키장이었다. 워터파크에도 야간 개장을 도입하고자 지난해에 1주일 동안 밤 11시까지 시범 운영했다. 올해에는 이 기간을 좀 더 늘려 야간 개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캐리비안베이는 에버랜드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에버랜드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퍼레이드와 축제를 캐리비안베이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김인철 캐리비안베이 홍보과장은 “국내 워터파크 최초로 방문객들이 인기 댄스팀과 함께 레게와 힙합 등을 즐길 수 있는 ‘하바나 뮤직 타임’을 기획 중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클럽 파티 분위기를 연출한 풀사이드 파티도 열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격 할인 경쟁도 예상…시즌권 등 소비자 선택 폭도 넓어져

두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전략의 최후 수단이라 할 수 있는 가격 할인 경쟁이 일 조짐마저 엿보인다. 캐리비안베이는 올해 처음으로 8개월간 캐리비안베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즌권을 선보인다. 오는 7월31일까지 에버랜드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구매자가 구매 당일부터 2010년 12월31일까지 캐리비안베이를 횟수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이다. 시즌권 가격은 18만원이다. 5월31일까지는 3만원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오션월드는 호랑이띠 고객과 생일 1주일 전후 고객, 오션월드 지역 주민(홍천·춘천·횡성 등등), 군인, 1971~1991년생 여성 고객들은 6월 한 달 동안 균일 가격 2만7천원에 입장이 가능한 행사를 진행 중이다. 정상 가격인 5만5천원보다 50%가량 저렴하다.

이처럼 국내 워터파크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 간의 경쟁은 워터파크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워터파크가 재도약기로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서천범 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오션월드는 중견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데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캐리비안베이를 바짝 뒤쫓을 만큼 잘해 오고 있다. 이들의 경쟁으로 2014년까지 20여 곳에 워터파크가 들어설 만큼 시장 규모가 커졌다.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대폭 늘어난 만큼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라고 평가했다. 

 ‘물 반 사람 반’인데 정수는 제대로 할까

워터파크 성수기에는 하루 최대 입장객이 3만명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게 많다. 물놀이를 하다 물 한 모금 삼키게 되면 그렇게 찜찜할 수가 없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워터파크 수질 관리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장세환 의원이 내놓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위생 기준이 마련되었다.

캐리비안베이와 오션월드는 법적 기준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사내 수질 기준을 정해 깐깐하게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두 업체 모두 전기분해 방식의 염소 주입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캐리비안베이의 경우 활성탄·모래·자갈 등이 들어 있는 여과기에 물을 통과시켜 오염물을 1차 정화한다. 2시간이면 워터파크 전체 물이 여과기를 통과하므로, 하루 10회 정도 순환 정수가 가능하다. 각종 세균과 전염병 예방을 위해 일정 수치에 이르면 자동으로 염소 소독과 오존 살균 처리 시스템이 가동되는 방식이다. 이물질 청소 작업도 수시로 이루어진다. 수질 관리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기보건환경연구원과 용인시청에서 매월 한 번 실시하는 정기 점검을 받고 있다.

오션월드 역시 워터파크 내 물을 자동 측정 장치로 유입해 오염이 일정 수치에 이르면 염소가 자동 투입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염소는 식용 소금을 전기분해해 만들어낸 것을 사용하고,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화학약품을 투입한다. 이런 방식으로 많게는 하루 25회, 적게는 8회 정도 물을 순환해 정수하고 있다. 법적 순환 기준인 1일 3회를 훌쩍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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