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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총괄직’ 인선에 말 많네

오바마, 신임 국가정보국장에 클래퍼 전 차관 임명…실무 전문가들은 “적임자”, 의원들은 반발

워싱턴·최철호 | 통신원 ㅣ | 승인 2010.06.15(Tue) 01: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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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6일 미국 내 정보 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DNI)에 새로이 제임스 클래퍼 전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을 지명했다. 클래퍼 지명자는 공군 중장 출신으로 국방부 정보국 차관으로 재직해 온 정보통이다. 이전에는 국가지리정보국(NGA) 국장을 맡기도 했었으며, 지난 1992년부터 1995년까지는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역임하는 등 줄곧 정보 분야에서 일해 온 베테랑이다.

주한미군을 포함해 태평양본부와 전략공군본부 등 세 개 지역정보합동정보본부 국장직을 지내는가 하면, 전역 후에는 부즈앨런 해밀튼 사와 SRA 사 등 기업에서 간부로 지내기도 했었다. 젊은 시절부터 시그닛, 즉 EC-47S라는 정보 수집 항공기를 몰면서 정보 분야에 발을 디딘 그는 전문 역량을 꾸준히 키워 결국 정보 분야의 총수가 되었다. 이 때문에 그의 임명을 둘러싸고 이 자리가 생긴 이래 더 이상의 적임자가 없을 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치권의 평가는 다르다. 자리가 인물에 비해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그의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은 정보 분야 실무 전문가들이 보는 적임자라는 시각과 정치권에서 보는 그렇지 않다는 해석 차이에서 온다.

국가정보국장 자리는 대통령과 국가안보 담당 보좌관, 위원회 등에 자문하고 국토안보위원회에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국가 안위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는 막중한 직책이다. 이 자리는 지난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에 나온 행정명령 13470호에 따라 그 역할이 더욱 강화되었다.

이전까지 국가 정보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자리는 중앙정보국장(DCI)이었다. 그러나 9·11 사건이 일어난 뒤 9·11위원회가 지난 2004년 7월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9·11을 막지 못한 원인은 정보 처리의 실패이며, 이같은 허점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보 내용을 총괄 처리하는 새로운 자리가 필요하다’라는 건의를 하면서 국가정보국이 생겨났다.

의회에서 적극적으로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민주·캘리포니아 주)이나 제이 록커펠러 의원(민주·웨스트버지니아 주) 그리고 봅 그래엄 의원(민주·플로리다 주)이 주요 발의자가 되어 입법화하면서 추진되었다.

당시 자리는 너무나 막중하기 때문에 기존 중앙정보국(CIA) 국장과는 철저히 구별되도록 했으며, CIA 국장이 이 자리를 겸직하지 못하도록 했다. 겸직은커녕 오히려 기존 정보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CIA 국장이 이제는 새로 입법화된 상황에서 DNI 국장에 CIA가 수집한 정보 내용을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명실공히 DNI는 정보의 총괄직으로서 은근히 CIA에 대한 감시·감독자의 역할도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자리임에도 막상 행동 반경은 매우 좁다. 수하에 수족이 없다. 정보를 총괄하고 분석·판단은 하지만 밑에 부려야 할 하부 조직이 없다. CIA는 말 그대로 정보국으로서 수많은 인원과 예산을 운용하면서 움직인다. 또, 국방부는 산하에 국가안보국(NSA)을 비롯해 국가정찰국(NRO), 국립지리정보국(NGIA) 등을 두고 있다.

이러한 DNI의 태생적인 한계는 의도적으로 설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보를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부서이기에 다른 부서에서 건네받은 정보를 다루는 것으로 역할을 한정지어 권력의 집중이나 오·남용을 막으려는 지혜(?)가 엿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래퍼 지명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시기에 시기적절하게 그를 지명한다”라고 언급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역시 “그 이상의 적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그를 임명해야 한다고 건의한 형태로 이루어진 이번 인선과 관련해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이나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인 키느 본드 의원이 다른 인물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가 지명되기 전 클래퍼의 이름이 블레어의 후임자로 거론되자 파인스타인 의원은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후광을 입어서 되는 인물이 아니어야 한다. 특히 국가의 정보 임무를 맡을 인물은 군 경력과 민간 경력이 균형 잡힌 인물이어야 한다”라며 군인 출신인 클래퍼에 반기를 들었다.

오바마와 같은 민주당인 파인스타인 의원 외에 공화당 진영에서도 피트 헥스트라 의원 역시 클래퍼의 지명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나타냈다. “민주·공화당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그는 매우 민감한 프로그램의 책임을 맡기에 부족하다”라는 것이 이유였다.

이들은 모두 전임자인 데니스 블레어가 CIA와 빚은 마찰이 어느 한 쪽의 양보 없는 자세 때문에 일어난 것이며, 다시 이같은 분란이 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DNI 국장자리에 더 막강한 인물이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찌감치 척 헤이글 연방 상원의원(공화·네브래스카 주)을 비롯한 몇 명의 정치 거물들이 후보에 포함되어 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헤이글 의원은 고사했고, 이 와중에 게이츠 장관이 실무 역할을 강조하며 클래퍼를 지명하도록 건의한 것이다. 반면에 블레어와 마찰을 빚어왔던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은 클래퍼가 지명된 데 대해 “능력 면에서 매우 적임자이다. CIA가 이전부터 매우 긴밀히 함께 일하고 싶어 했던 인물이다. 미국의 국가 안보를 강화해줄 것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지난 6월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클래퍼 전 차관(왼쪽)을 국가정보국장에 임명하기 위해 백악관 로즈가든으로 안내하고 있다.
ⓒAP연합

 

국가정보국의 태생적 한계 반증

전직 정보 관련자들은 클래퍼가 백악관 안보 담당 부보좌관인 존 브렌넌의 휘하에 들어가 그의 훌륭한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의회가 왜 클래퍼의 지명을 반대하는지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행정부로서는 정보 사회가 마찰 없이 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쪽으로든 높낮이가 잘 정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회는 어느 한 곳으로 물이 흘러가기보다는 서로 대등한 높이에서 조화를 이루고 정보가 총괄되기를 원하고 있다. 결국, 클래퍼가 지명된 것은 그같은 의회의 내면적인 요구에 행정부가 부합하지 않은 것이다. DNI의 태생적인 기능의 한계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부시 행정부 시절 국토안보 보좌관이었던 프랜 타운젠드는, 클래퍼는 매우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지만 DNI의 역할은 의회에 의해 다시 한번 규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클래퍼가 가질 직함이 국장이지만, 국장이라는 직함이 아주 어울리지 않는 자리이다”라는 말로 현재 진행되는 클래퍼의 지명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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