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정당 통합’ 분위기 잡히나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6.1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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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의 해운대구 선전이 단초 제공할 수도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사람은 광역·기초단체 의원 25명이다. 반면, 야권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응한 민주노동당은 전국적으로 1백42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기초단체장은 수도권 두 곳을 포함해 3곳, 광역의원 23명, 기초의원 1백16명이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진보신당 내부에서 ‘참패’로 규정되고 있다. 참패까지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위기’를 말했다. 진보신당의 한 당선자는 “민주노동당과 체급 차이만 벌어졌다”라고 평가했다.

그런 진보신당 내에서도 부산 해운대구의 성과는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구의원 15명을 선출하는 해운대구에 진보신당 구의원 세 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모두 당선되었다. 이들은 모두 부산에서 가장 소득 수준이 높다고 하는 해운대 신시가지에서 출마했다.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벌어진 작은 파란이었다. 진보신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해운대는 서울 강남과는 달리 정치적 몰표는 나오지 않는 곳이다. 계급 투표를 하기보다는 의식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보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벤츠를 타고 가던 사람이 “진보신당 파이팅!”을 외치는 곳이 해운대라는 것이다.

유권자의 성향으로만 100% 당선율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지역에서는 더 중요한 당선 요인을 선거 구도에서 찾는다. 진보신당 중앙당은 ‘5+4’ 야권 연합에서 탈퇴를 선언했지만, 부산만큼은 달랐다. 부산에서는 진보신당을 포함한 모든 야권의 단일화 움직임이 성사되었기 때문이다. 기초의원부터 시장까지 모든 후보가 그 대상이었고, 그 결과에 따라 지난 5월12일 김석준 진보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사퇴하고 부산 내 지역구별로도 단일화가 시나브로 진행되었다.  

진보신당 후보들은 자신들이 출마한 해운대 지역구에서 유일한 야권 단일 후보였다. 애초 해운대 지역에서는 한 명 당선이 목표였지만 세 명 모두 당선되었고, 이것은 단일화의 결과물로 평가되고 있다. 진보신당은 해운대구에서부터 무엇인가를 바꾸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김광모 당선자(진보신당·해운대구 가선거구)는 “다녀보면 말과 실제가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낮은 인지도도 발목을 잡았고,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도 넘어야 할 벽이었다. 김당선자는 “중1동에 가니까 한 여성 유권자가 그러더라. 당신 말이 다 맞는데 찍어주면 당선이 될 수 있는 것이냐고. 진보신당이 하는 말이 옳다는 것을 떠나 현실과 말은 차이가 있다”라고 전했다. 김당선자는 인터넷 매체 ‘레디앙’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도 ‘나도 야권 연대에는 반대론자였지만 막상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심상정의 눈물이 이해가 되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연 부산 해운대구 야권 단일 후보들. ⓒ연합뉴스

 

 방식에는 차이 있지만 통합 필요성에는 동의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지사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렸다. 심후보가 사퇴한 이후 진보신당 내부를 뒤덮은 것은 엄청난 격론이었다. 심후보가 자신의 사퇴 배경으로 ‘연합 정치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그 대상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국민참여당 일부’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의 폭은 더욱 커졌다. 심후보는 사퇴 이후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연합 정치를 통해서 승리의 조건을 마련했어야 했다. 독자 완주는 자력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주체적 준비와 상황이 마련되어 있을 때 고려해야 할 방안이다”라며 선거 전략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심후보 사퇴와 지방선거 이후 생긴 논란은 당내 구성원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일이 아직 멀었다는 문제만 보여주었다”라고 진단했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함께해 온 구(舊) 당원들은 합당 논의나 연합에 부정적인 반면, 촛불 시위 이후 결합한 신(新) 당원들 사이에는 독자 생존이 어려운 만큼 최소한 연합 정도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5+4 회의 참가에 대한 평가와 부산 등지에서 있었던 야권 단일화에 대한 평가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단 6월19일 열리는 전국위원회가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데, 핵심 의제는 결국 심후보의 고민에 얼마나 동의하느냐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진보 진영 재편 문제는 어떻게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총선 이전에 진보 대통합당을 만든다는 것이 당론이다”(민노당 우위영 대변인), “민주노동당과의 단순 통합은 애초부터 계획이 없었고, 전체 진영을 아우르는 재편이 필요하다”(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양당 모두 손을 내밀어야 하는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진보신당의 의견이 먼저 정리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른다. 6월19일, 심상정의 고민과 해운대의 결과가 어떻게 평가받을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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