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부국’ 희망에 들뜬 전쟁터
  • 조명진 | 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6.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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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프간에 1조 달러어치 천연자원 묻혀 있다고 발표…‘전쟁 명분 실질적 제시’ 의도로 비쳐

 

▲ 6월17일 와히둘라 샤라니 아프가니스탄 광업부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천연자원 매장 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블룸버그 6월14일자는 아프가니스탄에 천연자원이 대량으로 묻혀 있는데, 그 추정 가치가 1조 달러에 이른다는 펜타곤 내부 자료를 인용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 정도 자원이면 오랜 전쟁으로 피폐한 아프가니스탄 경제를 살리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 펜타곤 내부 자료는 이 천연자원 덕분에 아프가니스탄이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 of lithium)’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군 중앙사령부의 페트리우스 장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견된 광물은 대단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그 의미가 중차대하다”라고 언급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다량의 광물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탈레반의 영향권에 있는 위험 지역이 많아 전체적인 매장량은 알 수 없었다.

미국지질협회가 2006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시행해 온 조사에 근거한 펜타곤의 분석에 따르면 1조 달러의 자원 가치 중에 철광석은 4천2백억 달러로 비중이 가장 크고, 두 번째 가치가 있는 광물은 동으로 2천2백억 달러에 이른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광산청은 리튬과 코발트 그리고 금 같은 귀금속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번 발표가 나온 타이밍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토의 주력인 미군이 탈레반에 대한 공세를 취하고 있는 시점에 이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발견된 광물을 채굴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있어야 하고, 실제로 채광하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것을 감안하면, 이번 발표가 몇 가지 목적을 담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먼저 첫째, 미군에게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전투하는 명분을 실질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라거나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를 심는다는 등 종전의 참전 명분은 형이상학적이어서 미군 장병들에게 호소력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막대한 가치의 광물이 탈레반 손에 들어가면 세계 평화에 더욱 위협이 된다고 정훈 교육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둘째, 지난 12월 오바마 대통령의 신 아프간 전략에서 명시했듯이, 승리가 아닌 성공이 아프가니스탄 군사 작전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점에서 아프간 자원을 개발하고 이익을 취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셋째, 2011년 7월 철군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힌 상태에서, 이라크의 경우처럼 그 시점 이후 자원 개발에 참여한 서방의 다국적 기업이 아프가니스탄에 자리 잡게 되면 혹시라도 기업 활동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럴 때 보호해주기 위해서 언제라도 다시 병력을 투입할 명분이 된다.

이라크의 유전 개발에 참여한 주요 업체가 BP, 엑손 모빌, 쉘 등 서방 다국적 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아프가니스탄의 자원 개발도 나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을 위시한 나토 핵심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참고로 이라크에서 미군이 완전 철군하는 시점은 2011년 말이다. 

▲ 나토의 치안 유지군에 속한 스페인 군인들이 아프가니스탄의 한 광산에서 광부와 이야기하고 있다. ⓒEPA

중국 등에 자원 개발 주도권 뺏기지 않으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아프가니스탄 광업부가 가장 부패한 정부 부서라는 점을 들어 매장된 대량의 광물을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에 조심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더불어 미군 해병대 대변인 터너 소령은 미국지질협회가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3분의 2는 더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히며, 펜타곤과 국무부에서 채산성을 모르는 상태에서 발표한 것은 서두르는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미드 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이 광물 자원이 32년간 전쟁을 치러온,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의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쟁과 재원 부족으로 인해 수도 카불 서쪽에 있는 매장량 18억톤의 하지각 철광산과 카불 남쪽에 있는 매장량 1천100만톤의 아니나크 동 광산의 개발이 방해받아왔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문제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자원 개발 기회를 서방 기업에 독점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나크 동 광산의 개발권은 이미 중국의 국영기업 장지 동 회사(Jiangxi Copper Co)에 2007년에 주어졌다. 이 점에서 미국이 채광이 시작되지 않은 자원에 대한 개발 주도권을 서둘러 차지하기 위해서 이번 발표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그런데 정작 아프가니스탄 광업청은 이에 대한 정보를 미국으로부터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미국은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 각료들의 부패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어, 막대한 이권이 걸린 아프가니스탄 광물 자원 개발을 진행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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