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 박대’ 서러운 쌍둥이들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0.06.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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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체 보험사들, ‘태아 보험’ 가입 거절…미숙아 많아 손해율 높아진다는 이유 들어

 

▲ 한 달 전 이란성 쌍둥이를 출산한 박성례씨가 아기를 돌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주부 박성례씨(31)는 쌍둥이의 엄마이다. 박씨는 지난 2005년에 결혼한 후 한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4년 동안 아이가 없자 남편 이상명씨(33)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했다. 부인 박씨는 “남편이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퇴직하고 병원 진료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정성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박씨는 지난해 가까스로 임신을 했고, 올해 5월14일에는 쌍둥이 남매를 낳았다. 하지만 임신 35주차에 태어난 아이들은 연약했다. 쌍둥이 남매 중 오빠 민섭이는 2.3kg, 동생 지민이는 1.97kg이었다. 지민이는 2kg를 넘지 않아 미숙아 판정을 받고 1주일간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만 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씨 부부는 쌍둥이의 부모라는 이유로 보험사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신생아라면 누구나 드는 ‘태아 보험’에 가입하려고 해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박씨는 “임신했을 때 보험 설계사들이 여럿 다녀가면서 ‘태아 보험’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했다. 하지만 쌍둥이라고 하면 모두 손사래를 쳤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대다수 보험사가 쌍둥이 중에는 미숙아가 많아 손해율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태아 보험 가입 자체를 막고 있다. 결국, 이씨 부부의 쌍둥이 남매는 자격 미달로 지금까지 태아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 시중 보험사 가운데 태아 보험을 운용하고 있는 곳은 20여 개 생명보험사가 있는데, 그중 쌍둥이 한 명에 한해 보험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곳은 동양생명, 신한생명, 흥국생명 세 곳뿐이다. 하지만 출산 후에도 보험사들이 쌍둥이의 보험 가입을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의 말은 다르다. 문재철 동양생명 홍보팀 과장은 “태아 보험은 임신 즉시 가입하는 보험이다. 가입 당시에 쌍태아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우선은 한 명으로 제한을 두는 것이다. 쌍태아일 경우에 나머지 한 명은 차후에 또 보험에 가입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약관 변경해 가입 차단한 보험사도

몇몇 보험사들은 아예 가입 약관을 바꾸기도 했다. 현대해상은 출생 직후 3년 미만, 태어날 때 몸무게 2.5kg 미만 쌍둥이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가입 기준을 변경했다. 이씨 부부는 “대부분의 쌍둥이가 2kg 전후로 태어난다. 보험회사 기준대로라면 가입이 가능한 쌍둥이가 거의 없는 셈이다. 아무리 이익을 우선하는 기업이라고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쌍둥이의 태아 보험 가입 제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신문고에도 관련 민원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소관 부서인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쌍둥이라는 이유로 태아 보험 가입을 거부당하는지에 관해서는 더 조사가 필요한 단계이다. 게다가 대부분 설계사들에 의해 보험 가입이 이루어지다 보니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관련 사례가 적발되면 사후 개선 조치를 내리겠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은 미미하고 보험사로부터는 문전 박대당하는 현실 속에서 쌍둥이를 둔 엄마·아빠의 한숨은 그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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