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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판 ‘쌍용’들이 쑥쑥 큰다

브라질월드컵 준비하는 한국 축구의 꿈나무들 / 공격수 부진 씻을 유망주의 등장도 관심 모아

서호정 | 스포탈 코리아 기자 ㅣ 승인 2010.07.06(Tue) 18: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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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독일월드컵. 눈앞에 두었던 16강 진출이 스위스전 패배로 아쉽게 날아가자 한국 축구는 새로운 희망 찾기에 바빴다. 당시 언론이 거론했던 희망의 이름 중에 이청용과 기성용은 없었다. 축구인들 사이에서나 잠재력 있는 10대 유망주로 평가받던 두 선수는 4년 사이에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 대표팀 핵심 선수가 되었다. 그리고 선배들이 해내지 못한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20대 초반에 달성했다.

 

   
▲ 지난 6월2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대표팀 훈련장에서 김보경·이승렬·김재성 선수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쌍용’에 가려진 87세대의 ‘권토중래’

이청용과 기성용, 두 쌍용은 탁월한 축구 두뇌와 유럽·남미 선수에 뒤지지 않는 기술을 앞세워 한국 축구가 기존의 투박한 축구에서 새로운 스타일로 전환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 가능성을 처음 확인했던 것은 2007년 캐나다에서 열린 U-20 월드컵이었다. 당시 쌍용과 함께했던 1987년생 이하의 어린 선수들은 한국 축구가 기다리던 황금 세대로 평가받았다. 당시 비록 16강 진출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패스와 개인 전술을 앞세워 세계 최강 브라질 등과 정면 승부를 펼치는 모습은 축구팬들이 갖고 있던 ‘기술 부재 콤플렉스’를 한 번에 날려주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 발탁되지 못하며 쌍용의 승천에 가려졌지만 2014년 20대 중반이 되는 87년생들은 4년 뒤 브라질월드컵에서 대표팀의 주축이 될 선수들이다. 87세대를 대표하는 선수는 신영록이다. 16세이던 2003년 수원 삼성에 입단하며 주목받았던 신영록은, 역동적인 플레이와 문전에서의 골 결정력을 앞세워 ‘한국의 드로그바’로 불린다. 18세이던 2005년 두 살 위 형들과 함께 이미 U-20 월드컵에 참가했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2008년부터 허정무호에 승선해 테스트를 받았지만 터키와 러시아 무대에서 실패하는 바람에 경쟁에서 밀렸다. 국내 복귀를 준비하는 신영록은 박주영에게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후보이다.

만능 플레이어 이상호도 다음 월드컵이 기대되는 선수이다. 모든 공격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로 공간 침투에 이은 골 결정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상호 역시 일찍부터 허정무 감독의 관심을 받았지만, 잦은 부상으로 인해 월드컵에 출전하는 꿈을 접은 경우이다. 그 밖에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김동진의 자리를 위협했던 J리거 박주호, 이번 월드컵에서 노출된 취약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 유망주인 최철순, ‘K-리그의 비에라’로 불리는 장신 미드필더 박현범 등도 2014년 월드컵에 나설 유력한 후보이다.

■ 세계의 벽 넘어 본 ‘홍명보의 아이들’

이번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의 막내였던 21세의 이승렬과 김보경은, 본선 무대에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최종 엔트리에 든 것만으로 박수를 받았다. 월드컵을 6개월 앞두고서야 처음 대표팀에 발탁되었음에도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경쟁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상대가 누구이든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는 자신감과 대담함을 보였는데, 그 힘은 2009년 U-20 월드컵에서의 성공이었다. 이승렬과 김보경은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U-20 대표팀의 일원으로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현 U-20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26년 만에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당초 이 세대는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았지만 정작 본선 대회에서 독일, 미국, 파라과이 등을 누르며 8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향하는 팀 정신과 기본기가 잘 갖추어진 선수들의 기량이 어우러지며 대형 스타 없이도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경험을 얻은 것이다.

이들은 오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을 통해 도약한 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엔진이 될 전망이다. 이승렬, 김보경과 함께 막판까지 최종 엔트리 경쟁을 펼친 미드필더 구자철은 ‘홍명보의 아이들’을 대표하는 선수이다. 올해로 프로 4년차를 맞는 구자철은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의 중원 사령관으로 기성용 못지않은 패스와 감각으로 무장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기성용의 영향력에 가려졌지만, 다음 대회에서는 동등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추었다는 평가이다. U-20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 김민우는 제2의 박지성으로 각광받는다. 풀백, 윙어, 중앙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인 데다가 1백72cm의 단신임에도 엄청난 기동력과 안정된 기술로 유럽과 남미 선수들을 누른 바 있다.

명수비수 출신인 홍명보 감독과 김태영 코치가 키우는 선수들인 만큼 수비에도 눈에 띄는 선수가 많다. 중앙 수비수인 홍정호와 김영권은 U-20 월드컵에서 좋은 호흡을 선보이며 토종 수비수도 세계 무대에서 선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측면 수비수인 윤석영과 오재석은 이영표·차두리 등 대표팀 은퇴가 임박한 선배들의 공백을 메울 유망주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대형 수비수 발굴이 절실해진 상황에서 이들이 앞으로 4년간 얼마나 성장해주느냐는 브라질월드컵 성공의 키포인트이다.

 

   
▲ 이승렬(좌측)선수와 김보경(우측) 선수.
ⓒ연합뉴스

■ ‘포스트 황선홍’ 꿈꾸는 특급 스트라이커들

이번 월드컵에서 박주영이 맹활약했지만, 중요한 기회에서는 염기훈·이동국 등이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이 기록한 여섯 골 중 공격수에 의한 득점이 박주영의 프리킥 1골에 불과하다는 것은 한국 축구의 고질병인 결정력 부족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행히 차범근·최순호·황선홍의 대를 이을 두 명의 10대 대형 스트라이커가 동시에 등장해 경쟁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아약스에서 뛰는 석현준과 K-리그 전남 드래곤즈의 지동원이다.

석현준은 18세이던 2009년 10월, 네덜란드의 명문 클럽 아약스에 입단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아약스가 영입한 최초의 아시아인인 석현준은, 프로 무대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트라이얼을 통해 기량을 인정받아 입단했다. 과거 토트넘에서 이영표를 지도했던 마틴 욜 아약스 감독에게 직접 찾아가 테스트를 받게 해줄 것을 요청하며 꿈을 이룬 이야기는, 유럽 내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백90cm의 장신에도 스피드와 기술이 좋은 석현준은 맨체스터 시티에의 토고 공격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에 비견된다. 아약스가 능력 있는 유망주만 영입해 빅 클럽에 보내는 특별한 감식안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석현준의 재능은 충분히 인정받은 것이다.

유럽에서 뛰는 석현준과 정반대의 길을 택한 특급 유망주도 있다. 전남의 스트라이커 지동원은, 광양고 시절 잉글랜드 레딩에서 유학했다가 K-리그로 돌아온 경우이다. 국내 최고의 유스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전남이 키운 역작인 지동원은 프로 데뷔 첫해인 올해 팀에서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1백87cm의 장신이지만, 볼 터치가 좋고 유연성이 뛰어나다. 특히 문전에서의 골 감각과 여유는 프로 10년차 선수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전남 박항서 감독의 평가이다. 지동원과 석현준은 고교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를 맺어왔다. 득점력이 뛰어난 지동원과 예측 불허의 움직임을 지닌 석현준이 좋은 조합을 이룰 경우 역대 유례 없는 공격 조합이 탄생할 것이라고 축구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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