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올까 걱정만 쌓이네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0.07.0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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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여권 내부 갈등 해결할 정국 반전 ‘카드’ 없어…‘제2 조각’ 수준의 인적 쇄신으로 분위기 바꿀지 주목

 

▲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나라당사. 왼쪽은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딱히 묘수도 없다. 상당한 규모의 청와대 개편과 개각을 준비하고 있고, 7월14일에는 한나라당 전당대회도 열리지만, 정국을 반전시킬 만한 ‘흥행 카드’가 마땅치 않다. 청와대 개편과 개각의 포인트는 ‘세대교체’가 될 것이다. 40~50대 인사들의 진출이 과거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이다. 그러나 얼마나 신선한 인물들이 등장해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자칫 나이만 젊고 회전문 인사에 그칠 경우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전당대회는 그만그만한 인물들 여럿이 나와 다투다 보니 전혀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당이 갈수록 활력이 떨어지는 분위기이다. ‘좌절된’ 세종시에 이어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니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의 동력이 될 국정 어젠다 또한 취약하다. 향후 청와대의 정국 장악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불거지고 있다.

여당의 내홍은 지난 6월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표결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내 ‘친이계’와 ‘친박계’가 정면 충돌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5년여 만에 직접 국회 단상에 올라 세종시 수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거물 정치인의 누적된 불신과 갈등의 깊이를 또다시 국민에게 확인시켜준 장면이었다.  

오는 8월25일을 기점으로 이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돌아 정권 후반기로 접어든다. 이대통령은 분위기 전환을 꾀할 수 있는 카드로 ‘제2의 조각’ 수준에 해당하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인적 쇄신에도 국민이 ‘큰 감동’을 받지 못한다면, 여당은 지방선거에 이어 7·28 재·보궐 선거에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대통령의 ‘밀어붙이기’에 여당 의원들이 일사분란하게 결집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대통령의 대척점에 서 있는 박 전 대표와의 관계부터가 이미 꼬일 대로 꼬여 있고 호전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지난 6월 초 정부 부처의 한 차관급 인사가 몇몇 기자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대통령의 속내를 비교적 잘 읽고 있는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그는 이 자리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이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은(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한 사람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이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있는 박 전 대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은유적 설명이다.

‘세종시 수정안’의 침몰과 함께 이대통령의 양대 국정 과제인 ‘4대강 살리기’ 사업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친박계의 ‘도움’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킨 야권은 4대강 사업의 전면 수정을 더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짐작된다. 당장 올해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4대강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두관 경남지사 등도 4대강 사업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충돌이 예상된다.

여권 주류에서 군불을 지피고 있는 개헌론도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6월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개헌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권은 “지방선거 참패를 덮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다”라며 반응이 싸늘하다. 설사 개헌 논의가 시작된다 해도 여당 내에서조차 ‘한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주류에서는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 등 권력 분점 개헌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박 전 대표를 위시한 친박계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당·청 갈등도 예사롭지 않다. 지방선거 후 친이계를 포함한 소장파 의원들을 주축으로 당·정·청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평적인 당·청 관계 확립을 요구하면서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여당 의원들이 입각 로비 벌이는 모습도 목격돼

그동안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어왔던 이대통령이 최근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사를 통해 여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개각에 이어 이번 개각에서도 당 출신 인사를 일부 입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개각 분위기가 무르익자 실제 한나라당 의원 몇몇은 여권 실세를 찾아다니면서 ‘입각 로비’를 벌이고 있다. 정권 초기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특히 여성 의원들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지난 6월21일 ‘중립 성향’인 한 여성 의원은 여권의 핵심 실세를 찾아가 40분 정도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의원은 자신이 가고 싶은 행정 부처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 “입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여성 의원도 여기저기에 자신의 입각 의지를 설파하고 있다. 이를 인지한 해당 부처 장관은 이 여성 의원에게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얼마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7·28 재·보선도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뭔가 반전이 되어 ‘MB(이대통령)를 지지해주자’ 이런 분위기가 일어날 것 같지도 않다. 재·보선에서 지면 기운이 좀 빠질 것이다. 이대통령이 또 개헌을 주장하다가 못하게 되면 레임덕이 촉진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지사가 최근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이같은 말도 청와대로서는 예사롭지 않게 들릴 법하다.

이대통령은 여권의 ‘질서’를 잡을 카드로 이재오 전 의원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28 재·보선에서 서울 은평 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그가 살아 돌아올 경우 당은 빠르게 ‘이재오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이대통령은 일단 내부를 추스르면서 갈수록 원심력이 커지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일전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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