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자금력’이 저력 키웠다
  • 조명진 | 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0.07.14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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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가 강한 이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속한 32개 구단에 배당금만 8억 유로 지급

남아공월드컵은 유럽의 잔치가 되었다. 유럽은 남아메리카의 선전을 8강에서 잠재우고, 4강에 세 나라(독일·스페인·네덜란드)가 진출했다. 결국, 유럽 국가인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우승컵을 다투는 상황이 되었다. 유럽 축구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FIFA 회원국 2백8개국 가운데 유럽은 53개 국가로 아프리카와 같다. 그런데 월드컵 최종 출전 배당 국가는 유럽이 13개국으로 가장 많다. 아시아는 45개 회원국인데 4개국만 출전이 가능하다. 상당한 불균형이지만, 유럽의 기득권(텃새)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올 2010년 시즌에 챔피언스리그에 속한 유럽 32개 구단에 8억 유로를 배당금으로 지급할 만큼 막대한 재정을 보유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럽 축구가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유럽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 이외에 자금력에 있다. 2009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4천5백만 유로의 상금을 받았다. 챔피언스리그는 1955년부터 UEFA에서 주관해 온 세계 프로축구 클럽 대결의 최고봉이다.

우선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클럽은 경기 결과에 따라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다. 2008-2009시즌의 상금 내역을 보면, 일단 3백만 유로가 기본이다. 이 금액이 각 구단에 지급되고, 승패에 상관없이 경기당 40만 유로, 1차전(group stage)에서 이기는 경기당 60만 유로, 무승부는 30만 유로가 지급된다.

16강에 오르면 2백20만 유로, 8강은 2백50만 유로, 4강은 3백만 유로, 준우승팀은 4백만 유로, 우승팀은 7백만 유로를 받는다. 이것을 토대로 환산했을 때 2009-2010시즌에 8강에만 들어도 6백만 유로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좋은 경기 결과가 상금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훌륭한 선수를 스카우트 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특히,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상위 프로팀들이 성공적으로 구단을 경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력 운영에 있다. 능력에 따라 외국 감독을 선임하고, 실력에 따라 외국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어느 나라보다 열성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 7월7일 열린 남아공월드컵 준결승전 독일 대 스페인 경기에서 스페인의 푸욜 선수가 헤딩슛을 하고 있다. ⓒEPA

독일 분데스리가는 평균 관중 수 4만명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 얻어

프리미어리그 ‘빅 4’ 가운데 순수한 잉글랜드 출신은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커슨 감독은 스코틀랜드 출신, 아스널의 벵거 감독은 프랑스인, 최근 인터 밀란으로 옮긴 전 리버풀의 베니테스 감독은 스페인 출신, 첼시 감독 안첼로티는 이탈리아 사람인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영국 금융의 경쟁력이 개방 정책에 있는 것처럼, 스포츠 분야도 문을 활짝 열어놓았고 그 이득을 영국이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UEFA가 이처럼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배경은 무엇일까? FIFA와 마찬가지로, 방송권이 UEFA의 주된 수입원이다. 유럽의 5대 프로 리그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독일인데, 영국과 프랑스 축구 방송 중계권은 16억 유로를 상회한다. 독일의 분데스리가는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용품 기업의 유니폼 스폰서 활동에서 큰 수입을 올리고 있다.

스페인 프로클럽의 쌍두마차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 관계는 흥행을 보장하고 있고, 스페인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스페인어권에서 시청하는 경기여서 막대한 방송 중계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네 개 클럽인 AC 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 라찌오는 구단주의 자금력 덕분에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20개 팀’에 포함된다.  

더불어 남미 축구 스타들이 영국,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에서 뛰는 사실을 보면 유럽 축구가 잘나가는 이유가, 테니스도 잘하는 사람과 플레이해야 실력이 느는 것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선수들과 어울려 경기를 함으로써 경기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유럽 축구의 흥행 능력은 관중 동원 수를 보면 분명해진다. 나라별 평균 관중 수는 독일 분데스리가 4만2천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만4천명,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만7천5백명 그리고 이탈리아 세리에A가 2만4천명이다. 특히, 최대 관중을 동원하는 분데스리가는 2008-2009시즌 처음으로 평균 관중 4만명을 돌파해, 관중 감소가 시급한 현안이 되고 있는 다른 빅 리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게다가 독일은 영국처럼 럭비나 크리킷 같은 단체 경기가 대중적이지 않고, 테니스나 골프 같은 개인 종목도 영국만큼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축구에 쏠리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렇다 치더라도 경기장을 찾는 축구팬들의 꾸준한 성원이야말로 독일 축구가 잘되는 가장 큰 이유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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