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에서 빛난 ‘어학의 달인’들
  • 이춘삼 |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7.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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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 시리즈-한국의 신 인맥 지도 / 한국외국어대학교

 

▲ 한국외국어대 ⓒ시사저널 이종현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외대) 동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은 누구일까? 안성기일까, 엄홍길일까? 아마도 백중지세일 것 같다. 외대 동문 중에는 이들처럼 쟁쟁한 명사들이 많다. 한때는 처음 원했던 대학 진학에 성공하지 못한 수재들이 차선책으로 외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들의 실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외대 출신의 주 무기는 역시 어학이다.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뿐 아니라 아프리카어·아랍어 등 특수 외국어를 망라한 어학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외대 동문들의 경쟁력은 언론계·학계·외교계·무역업계 등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옛 중앙정보부로부터 시작해 국가정보원의 IO(Intelligence officer)를 주축으로 한 세력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과로 보면 영어과가 단연 우세하다. 그리고 프랑스어과·스페인어과 출신들과 더불어 비언어 전공 학과 가운데 정외과·무역과·신문방송학과에서 비교적 많은 인물을 배출해냈다.

 

 

외대는 1954년 국내 최초의 외국어 전문 고등교육 기관으로 출발했다. 보험업과 방직업, 금융업으로 기업을 일군 김흥배 이사장(작고)이 설립한 동원육영회가 주축이 되어 외국어를 바탕으로 한 특수 고등교육 기관을 세운 것이다. 설립 당시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시작했던 대학이 5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전세계 45개 언어를 가르치는 외국어대학으로 성장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외국어 강의는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아랍어, 터키·아제르바이잔어,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 우크라이나어, 그리스·불가리아어, 아프리카어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아울러 외국어를 기본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법학, 자연과학, 공학까지 다양한 강좌가 개설되어 있다.

외대 동문들은 특히 언론계에 많이 진출했다. 최동호 세종대 이사장은 외대 언론계 동문의 좌장으로 알려져 있다. KBS <9시 뉴스> 앵커와 보도본부장을 역임한 그는 외대 총동문회장도 지냈다. 세종대 석좌교수, 세종사이버대학 총장을 거쳐 지난 3월부터 세종대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이사장과 같은 인천 출신이며 신흥초등학교와 인천중학교 선후배 관계인 이윤성 의원은, 15~18대에 이르는 4선의 기록으로 18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을 지냈다. 그는 KBS 기자 시절 <9시 뉴스> 앵커로서 박력 있는 진행으로 인기를 끌었었다.

 

 

언론계·외교가에서 두각 보인 인물 많아

동아일보에는 최맹호 대표이사 부사장이 있다. 수습기자로 입사해 정치부·사회부·국제부 등에서 취재 활동을 한 그는 사주 집안 출신이 아니면서 대표이사 부사장에까지 올라 주목되었다. 고미석 전문기자, 김일동 출판부국장, 방형남 논설위원, 조창래 편집부장 등 많은 후배가 최부사장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 밖에도 많은 동문이 주요 언론사의 사장, 편집국장, 부서장, 해외 특파원 등 전·현직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런 경향은 영자 신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영자 신문인 코리아헤럴드와 코리아타임스의 현직 논설 책임자와 편집국장이 모두 외대 출신이다. 표에서 정계 인물로 분류된 강인섭·김길홍 전 의원이나 관계의 오인환 전 공보처장관이 모두 언론인 출신이다.

 

 

정계에는 앞서 거명된 동문들 말고도 강석호·박병석·조원진 의원이 18대 국회에 들어가 있다. 김택기 강원대 초빙교수는 영동 지역의 대부였던 김진만 전 국회 부의장의 차남으로, 동부그룹에서 CEO로 활동한 후 태백·정선 지역구의 16대 의원을 지냈으나 18대에서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3선 의원 출신인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의 포항중학 4년 후배로 이상득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포항 그룹의 핵심 멤버로 알려져 있다.

 

 

관계의 인물들을 보면 보건복지부 요직을 두루 거친 노연홍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중앙선관위에서 계속 재직해 온 이기선 사무총장,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연구 업적을 쌓은 정문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내무 공무원 출신의 최민호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장, 한국관광공사 사장(직대)을 역임한 최재근 인천관광공사 사장 등이 눈에 띈다.

국가안전기획부의 지방 지부장과 대공수사실장을 거친 후 부장 특별보좌관을 지낸 이청신씨나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중앙정보부에 들어가 국정원 3차장에 오른 최종흡씨가 국정원 내 외대 인맥의 주요 인물이다.

현재 외교통상부에서는 서울대 외교학과와 서울대 법대 출신이 주요 학맥을 형성하고 있지만, 외대 출신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외대 스페인어과는 다른 대학에 비해 역사가 긴 편이어서 주로 이 학과 출신들이 남미 지역에 많이 파견되어 있다. 그런데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각 지역 무역관장에도 외대 출신들이 다수 배치되어 수출 시장 개척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우리측 수석 대표를 맡았던 민동석 외교역량평가단장은 최근에 당시 협상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은 책을 펴내 눈길을 끌었다.  유럽에서 안보분야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조명진 박사는 스웨덴어과(현 스칸디나비아학과) 출신으로 최초의 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박사는 2008년 1월 『세계 부와 경제를 지배하는 3개의 축』이라는 저서를 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별표의 명단에 일일이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전국 각 대학의 외국어 전공학과에는 외대 출신 교수들이 폭넓게 퍼져 있다. 학계 인사 가운데 이남주 외국어대 이사장과 박철 외국어대 총장이 모교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이남주 이사장은 YMCA 활동을 해 온 시민운동가로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스페인어 전공인 박철 총장은 모교 강단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다 2006년 현직에 취임해 2009년 연임했다. 박총장은 형인 박강수 전 배재대 총장과 함께 형제 대학 총장이라는 색다른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재임 중 인천 송도 제3캠퍼스 건설에 힘을 쏟고 있다. 재학생이 4년간 8개 학기 중 한 학기를 외국 대학에서 수학하게 하는 프로그램도 그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안성기·엄홍길·유열 등 유명인도 다수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창 숙명여대 행정학 교수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학생회장을 지낸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오성식씨가 진행하는 아침 라디오 방송 <굿모닝 팝스 잉글리시>는 영어 회화 공부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며 재치 있는 진행으로 많은 청취자를 확보했다.

 

 

외대 동문 기업인 중 자수성가한 인물로는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이 첫손에 꼽힌다. 한때 국내 최고의 연봉을 받으며 ‘샐러리맨 신화’를 일궈낸 그는, 서울대 치대를 중퇴하고 외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원칙에 충실한 투명 경영’이 사업의 모토라고 강조하는 그의 좌우명은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지키자’이다. 이는 그의 모교인 서울고 교훈이기도 하다.

재무부와 재정경제부를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에서 기업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윤용로 행장은 형편이 어려워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어린이와 학비가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기업은행 복지재단을 통해 수술비와 학자금을 지원한다. 여기에 결식 아동, 백혈병 어린이, 독거 노인을 돕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기금은 윤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매달 월급에서 떼어 모으는 성금에 그와 똑같은 액수의 회사 기여금을 덧붙여 마련하고 있다.

 

 

7월 초에 국제로타리 3650지구 신임 총재에 취임한 박영구 금호전기 회장도 새로 추진할 사업 가운데 결식 아동을 위한 급식비 지원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몽골 어린이 심장병 수술과 저개발국 초등학교 개·보수 사업도 착수하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이다. 국제로타리 3650지구는 윤영석 전 대우그룹 총괄회장이 전임 총재였고, 과거 총재를 지낸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2008~09년도 국제로타리 본부 회장에 올리기도 했다. 오재경 전 문공부장관과 송인상 전 재무부장관은 본부 임원으로 활동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3650지구 회원이다.

상공부 국장 출신인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매제이며, 부인인 신정희씨는 동화면세점 대표이사이다. 광고업계의 기린아로 불리는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 오리콤의 고영섭 사장이나 ‘증권가의 큰손’으로 통하는 강방천 에셋플러스투자자문 회장은 모두 외대 출신의 젊고 패기 넘치는 기업인으로 촉망받는 인물들이다.

문화예술·체육계 등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는 인물들도 적지 않다. 안성기씨는 연기자로서 탄탄한 자기 입지를 굳혔고, 해발 8천m 이상의 히말라야 고봉 16좌 완등을 해낸 엄홍길씨는 세계가 인정하는 산악인이다. 방송인 김세원씨, 소설가 김진명씨, 가수 유열씨, 영화배우 출신 하명중씨도 외대를 빛낸 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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