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와의 관계’ 조준했나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0.07.1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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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익씨, 이지사와 동향이어서 내사받았다” 주장 나와…시점도 전 정권 비리 캐던 시기와 일치

 

▲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가 7월7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민간인인 김종익 전 뉴스타트한마음 대표는 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대상이 되었을까. 김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이명박 대통령의 BBK 동영상’은 불과 20여 명이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 블로그였고, 본 사람도 많지 않은 김씨의 블로그를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어떻게 인지했던 것일까. 총리실이 동작경찰서에 보낸 서류에는 ‘첩보 입수 후 내사 시작’이라고만 기록되어 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최강욱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원관실 조사를 받은 직원들의 공통된 얘기는 김씨가 이광재 의원(현 강원도지사)과 동향이기 때문에 내사를 받았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조사를 받은 2008년 9월은 평범한 시기가 아니었다. 정권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이른바 ‘촛불 세력’에 대해 정권 차원의 대반격이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사정 기관들은 숨겨놓은 전 정권의 비리 카드를 하나 둘 빼들었다.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는 융단 폭격이 이루어졌다. 국세청·감사원 할 것 없이 모두 ‘돌격 앞으로!’ 하던 시기였다. 수십 명의 정보 인력이 움직이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도 이런 분위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떤 사안이건 무언가 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이들을 내몰았을 것이다. 게다가 만들어진 지 불과 한 달 만이었다.

조전혁 의원은 ‘노무현 정권 위한 비자금 조성설’ 제기

이와 관련해 두 가지가 주목된다. 하나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지난 7월8일 기자회견 내용이다. 조의원은 제보를 받았다면서 “김씨가 대표로 일했던 KB한마음(뉴스타트한마음의 전신)이 비자금을 만들어 노무현 정권 실세들에게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김씨가 전 정권과 관계가 있다는 첩보 등이 진작에 정권 핵심부에 접수되었을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김씨는 자신에 대한 내사가, 지원관실 조사 이전부터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BBK 블로그’는 김씨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한 계기에 불과했을 수 있다.

김종익씨가 금융권에 있었다는 것과 관련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이끌던 이인규 팀장이 노동부 출신이고, 그가 이 일을 보고한 청와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은 평화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한국노총 금융노련에서 간부로 일했다. 금융권 정보에 밝을 바탕을 지녔다. 국민은행의 한 팀장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한 팀장이 함께 노동대학원을 다닌 것도 주목되고 있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아야겠지만 어떤 경우이든 김씨에 대한 내사는 당시 이광재 의원 등 정치권 실세들과의 관련성에 주목해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경우는 다르지만 김씨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한 2008년 9월, 느닷없이 대검 중수부에 연행되었던 문 아무개씨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문씨는 2007년 6월, 한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로비를 펼친 것이 문제가 되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고 구속되었다. 1년3개월 뒤 문씨를 체포한 검찰은 이때 압수한 문씨의 파일에 나와 있는 이광재 의원 등의 이름을 들이대며 관련성을 따졌다. 문씨는 “당시 갑작스럽게 체포되어 전 정권 실세들에게 돈을 건넸는지에 대해 25차례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그 사건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공용 서류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되어 4개월간 실형을 살았다. 광풍이 불던 시기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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