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혈전이냐, 여세 몰이냐
  • 나인문 | 충청투데이 기자 ()
  • 승인 2010.07.2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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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세종시 수정안 부결 후 민심 변화 기대…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견제 심리 ‘부담’

충청 지역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바람을 일으켰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과 지역 성향이 강한 이곳에서 보수 여당인 한나라당도, 지역 정당을 자처하는 자유선진당도 맥을 못 추었다. 따라서 약 두 달 만에 다시 치러지는 충남 천안 을과 충북 충주 지역 재·보선의 향배는 충청 민심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충남·북 도지사 선거에서 모두 이긴 만큼 그 여세를 몰아 중원을 확실히 장악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공천 과정이 여의치 않았던 데다,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유권자의 견제 심리가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런데 자유선진당은 더 절박하다. 충주에는 아예 후보도 못 냈다. 박상돈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천안 을 역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선진당은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충남에서마저 또다시 패배할 경우 당의 존립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고토 회복’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충청권 24개 의석 중 단 한 개(충북 제천·단양)의 의석만 얻는 데 그쳤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대패했다. 사실상 충청 지역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움직임도 한나라당이 가장 빨랐다. 지난 총선에서 아깝게 패했던 기존의 낙선 후보들을 모두 그대로 다시 내세우며 당선 의지를 불살랐다. 특히 이번 선거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이후 치러진다는 점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이다. 천안 을과 충주 모두 이번 선거는 치열한 3파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

 

 

천안 을, 압도적 후보 없이 치열한 3파전 양상

천안 을에는 한나라당이 김호연 전 빙그레 대표이사 회장(55)을, 민주당은 박완주 지역협의회 위원장(43)을 2008년에 이어 다시 한번 공천했다. 선진당에서는 박중현 연세멘파워비뇨기과 대표원장(42)이 출사표를 던졌다.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는 후보가 없어 세 후보 캠프 모두 “해볼 만한 싸움이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나라당 김호연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핵심 대선 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의 천안 유치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학 벨트 공약이 유권자들의 피부에 썩 와 닿을지 여부가 불투명하고, 또다시 세종시 문제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김후보의 인지도와 지역 내 기반, 18대 총선에서 석패한 경험 등을 내세워 현재 ‘선두’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박완주 후보는 세종시 원안 추진과 4대강 사업 중단 등을 강조하며 정권 심판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 원안 추진 방침이 확정된 데다, 천안의 경우 세종시 문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표심과 직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다. 선진당 박중현 후보는 이번 세종시 논란을 겪으면서 왜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필요한지를 호소하고 있다. 또한, 생활 밀착형 공약을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는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선진당이 그동안 충청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전망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는 관측이다.

충주에서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2%포인트 차이로 이시종 현  충북지사에게 분패한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64)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정기영 전 시당위원장(52)이 출마했다. 여기에 윤 전 실장과 공천 다툼을 벌였던 맹정섭 MIK충주녹색패션산업단지 대표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3자 대결로 압축되었다.

한나라당이 윤진식 후보를 일찌감치 공천한 것과 달리 민주당은 힘겨운 과정을 거쳤다. 민주당은 당초 박상규 전 의원을 이명박 정부 실세로 꼽히는 윤후보에 필적할 인물로 꼽았으나, 박 전 의원의 당적 변경 및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이 불거지자 고심 끝에 정후보로 선회했다. 맹정섭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마자 탈당했지만, 곧바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후 6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앞서 맹후보는 지난해 12월8일 산업단지 기공식을 열면서 선거구민 3천44명에게 초청장을 발송하고 행사에 참석한 1천3백명에게 가방과 담요를 제공한 혐의로 지난 7월3일 구속되었었다.

이같은 구도 속에 충주 선거의 초반 판세는 18대 총선에서 선전하며 조직력을 갖춘 윤후보가 리드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정후보가 추격에 시동을 건 데다, 맹후보도 오래전부터 표밭을 다져왔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너무 섣부른 낙관론을 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에서 “윤후보가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KB금융지주 인사에 개입했다”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히지만, 아직까지 판세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낙후된 충주를 발전시킬 ‘국가대표 경제 일꾼’을 모토로 출사표를 던진 윤후보는 30대 그룹 계열의 대기업 3개 유치, 충주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후보는 기업도시개발특별법 개정, 중부 내륙 철도 및 충청고속도로 조기 착공, 충주댐 지원금 증액을 위한 산정 방식 개선, 청년고용기금 조성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준비된 후보론’을 설파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맹후보는 MIK충주녹색패션산업단지 완공, 중소기업 100개 유치, 충주호 물값 보상 현실화 등이 주요 공약이다.

7·28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인천 계양 을과 광주 남구는 비교적 민주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이 승리를 자신하기는 어렵다. 특히 한나라당 이상권 후보, 민주당 김희갑 후보, 민주노동당 박인숙 후보, 무소속 이기철 후보 등이 자웅을 겨루는 인천 계양 을은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천 단계에서부터 잡음을 낳았다. 이기문 전 의원이 공천 결과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결국 이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문제가 일단락되었다. 

 이상권 한나라당 후보는 지역 일꾼론을 내세우며 김희갑 민주당 후보가 지역 기반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국무총리실 정무수석을 지낸 김희갑 후보는 민주당 소속인 송영길 인천시장, 박형우 계양구청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역 발전에 힘쓰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 인천 계양 을에 출마한 이상권·김희갑·박인숙·이기철 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광주 남구에서는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 대 ‘비민주당’의 1 대 1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은 기획예산처장관을 지낸 장병완 후보를 내세웠다. 장후보는 재정 자립도가 취약한 광주 남구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에는 예산 전문가인 자신이 제격이라며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야 4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이 연대한 단일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최대 격전지인 서울 은평 을 선거와 맞물려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천정배 의원 등 민주당 일부에서, 은평 을에서 민주당으로 야권 단일화를 하려면 민주당이 광주 남구에서 후보를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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