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의 정치’ 끝내야 한다
  • 염재호 / 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 승인 2010.07.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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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나가서 한국 정치를 이야기할 때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 국회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갈등이 그들에게 크게 각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난장판이 되는 나라로 타이완과 한국을 먼저 떠올리면서 그 나라의 국민성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선진국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것을 느끼게 된다. 또 최근에는 이른바 엘리트 국회의원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냉소적인 태도가 증폭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인 국회의원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정치인들에게는 야누스와 같은 두 얼굴이 있다. 하나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한 공공성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정치인으로서 성공하려는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얼굴이다. 정치인들은 공공성의 가치를 앞면에 내세우지만, 선거 과정에서는 당선이 우선이고 당선되고 나서도 정치인의 이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된다. 

7·28 재·보선 과정에서도 정치적 이념이나 정책보다는 상대 정당이나 후보자들을 비난하고 부인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통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것을 볼 때 우리의 정치 문화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증오의 정치를 확대시켜 유권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우리의 정치인들이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편 가르기를 하고 상대의 잘못만을 부각시키는 정치를 하는가?

6·25 60주년을 보내고 나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이제 자유롭고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지난 민족 상잔의 전쟁이 우리에게 드리운 그늘에 대해 되돌아보고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가치를 고민하는 노력에서 부족한 면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좌가 되었든 우가 되었든, 우리는 전쟁을 통해 철저한 인간성의 말살을 경험했다. 대립과 갈등이 초래한 참혹한 결과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광복 이후 정치적 테러와 암살이 만연했고, 완장을 찬 정치꾼들에 의해 국민들은 정치적 선동의 대상으로 내몰렸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사회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강요하기 위한 노력만을 경주해왔다. 이런 역사적 경험이 우리 사회의 선진화를 느리게 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만 하면 되는 결과 지향적 가치를 확대시켰다.

이제 우리 정치에도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선진화된 문화가 필요하다. 진보가 되었든 보수가 되었든, 완장을 찬 정치인들이 앞장설 때 사회는 불안하고 국민들의 정치적 불신은 증폭된다. 선진 사회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정치인은, 자신만이 옳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싸움꾼 정치인보다 합리적인 설득을 통해 감동을 주는 정치인이다. 이제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첨예한 갈등으로 투쟁할 때 사회와 국민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비용이 전가되는가를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진보의 완장을 찬 정치인들이 활개치는 것이 싫어서 보수 정권을 선택한 많은 국민이 보수의 완장을 찬 정치인들이 활개치는 것을 보고 실망하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7·28 재·보선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는 갈등을 완화하는 정치인이 더 많이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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