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환경’으로 부활 꿈꾼다
  • 도쿄·임수택 |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7.2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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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나오토 정부, ‘그린이노베이션’에 입각한 신 성장 전략 내놓아…산·학 공조 다지기에 적극 나서

미국과 일본 두 경제대국을 의미하는 G2의 개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 7월 일본 다이와연구소의 종합 보고서는 그동안 부동의 세계 2위를 유지해왔던 일본의 GDP(국내 총생산)가 올 상반기에 중국에 추월당했다고 분석했다.

▲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태양 연료전지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태양열 자동차 ‘도카이 챌린저’를 바라보고 있다. ⓒEPA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는 2000년대 초 2~3년간 회복되는 듯했으나 그 이후 다시 추락해 아직까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실업자가 늘고 급여가 줄면서 생활에 여유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일본 국민들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자신감을 상실해가는 듯하다. 일본 사회 전체가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경쟁력이 점점 저하되어가고 있는 일본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에서 일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강한 재정, 강한 경제를 부르짖은 이유이다. 언론에서도 일본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재발굴해 국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려는 기획을 하고 이를 내보내고 있다. 1970~80년대 고도 성장 시절의 성공 모델을 부각시키는 내용이다.

정부도 신 성장 전략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큰 틀의 방향은 그린이노베이션이다. 이 그린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산업 구조를 고도화시켜 환경 에너지 대국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큰 목표는 세 가지이다. 2020년까지 50조 엔 이상의 환경 관련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것, 환경 분야에서 1백40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것, 그리고 민간 기술을 이용해 13억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삭감하는 것이다.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연구 기관이 힘을 합치고 있다.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기술 개발 프로젝트의 닻을 올렸다. 연구 범위는 현재 주력인 실리콘계 전지에서 유기계 전지까지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샤프, 교세라, 쇼와셀석유, 교토 대학, 도후쿠 대학,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등 무려 60여 기업·대학·정부 연구소가 모였다. 프로젝트명은 ‘태양광 발전 시스템 차세대 고성능 개발 프로젝트’이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기간 부품인 태양전지에는 여러 타입이 있는데, 기업과 대학이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를 분담해서 연구하기로 했다. 사업비도 2백억 엔(2천5백억원)을 책정했다. 예를 들면 CIS계 태양전지에서는 후지필름이나 쇼와셀석유 등이 고성능 제품 분야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는데 이것은 CIS계가 실용화된 태양전지 중에서는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계 2위와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 부동의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처럼 산·학·관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본은 태양광 발전 시스템 생산이 세계 1위였지만 시장 확대와 더불어 각국 메이커들의 시장 점유가 확대되어 2004년 세계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던 것이, 2009년에는 14%로 격감한 데에 따른 위기의식 때문이다.

기업 간의 협력 관계도 활발하다. 샤프, 산요전기, 카네카, 미츠비시중공업 등 박막 메이커들이 손을 잡았다. 결정 실리콘에 이어 변환 효율이 좋은 해외 기업들로부터 추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연합해 다접합화라고 불리는, 좀 더 넓은 파장 영역의 빛을 흡수해서 발전에 활용하는 기술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

▲ 일본 도쿄 시내에 설치된 파나소닉 사의 대형 광고판 앞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EPA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 우위 되찾으려 다각적 방법 모색

태양광 발전 이용 부분에서도 기업 간의 기술 제휴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판넬은 주택이나 건물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토목 분야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다. 고속도로 방음벽이나 고가 다리 상부에 태양광 발전 판넬을 설치하는 것이다. 한 사례로 서일본고속도로가 올 3월20일 교토와 오오사카 도로 사이에 방음벽과 태양광 발전 판넬을 일체화해 거기서 얻은 전기로 정보 기기·전기 설비에 필요한 전력의 일부를 충당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판넬과 일체화시킨 방음벽도 서일본고속도로, 중일본고속도로, 대동금속, 닛테츠주킨건재, 다시마스틸 등의 기업들이 공동으로 새롭게 개발했다.

기업 간 M&A(합병·매수)도 이루어지고 있다. 파나소닉 그룹은 지난해 말에 산요전기를 사들였다. 산요전기의 높은 기술력과 전국적인 판매망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파나소닉 그룹은 이를 통해 환경 에너지 산업에 진출할 기회를 만들었으며 태양광 발전 시스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구체적인 성과가 나왔다. 산요전기의 기술을 활용해 태양광을 전력으로 변환하는 변환 효율이 주택용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16.8%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이전에 최고였던 샤프의 14.4%보다 한 단계 높은 시스템이다.

일본이 가전·중공업·조선·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타이완 등 해외 기업들의 추격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게 되자 새롭게 산업 구조 고도화를 모색해 온 영역이 바로 친환경·에너지 분야이다. 일본은 이 분야에서 소재·부품 등의 기초 기술이 여전히 건재하다. 또, 개별 제품의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도 강하다. 리튬전지의 판매는 전세계 48%를 차지하고 있다. LED도 44%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버터 역시 압도적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태양광 판넬에서는 세계 2위 생산 국가이다. 수소를 이용해 전력을 만드는 가정용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상당한 기술이 축척되어 있다. 하지만 친환경·에너지 분야 역시 최근 독일과 스페인 등에 다시 추격을 당하자 산학·기업 간에 공동 연구 및 기술 제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타깃은 아시아 시장이다. 2007년 4월 원자바오 총리가 방일했을 때 환경과 관련해 많은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중·일 간에 환경 제품과 기술을 매개로 한 경제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일본은 비교 우위에 있는 스마트그리드·연료전지·전기자동차 분야에서도 아시아 각국에 국제 표준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인프라가 정비되어 있지 않은 중국 등 신흥 국가에는 분산형 발전 설비가 적합한데 이런 분야에 노하우와 기술, 인력을 공급하는 것을 통해서 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녹색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 재정 지원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최근 CO2 절감의 일환으로 차세대 조명으로 각광받고 있는 LED 형광등·전등·가로등·투광등의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중요 부품 가운데 하나인 칩은 상당 부분이 일본의 니치아·도요타코세이 제품이다. 단가가 국산에 비해 비싸지만 기술력이 한 단계 우위에 있기 때문에 일본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바야흐로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의 세계 각국 간 주도권 쟁탈전은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 핵심은 기술이다. 일본의 움직임에서 보듯이 고도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산·학·관, 기업 간의 제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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