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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빛나는 인재의 ‘황금 벌판’

특별 기획 시리즈 -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전주고 vs 남성고

이춘삼 | 편집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8.03(Tue) 18: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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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고등학교

전주고 전북 지역을 대표하는 고등학교를 전주고등학교와 익산의 남성고등학교로 보는 데는 대체적으로 이견이 없다. 특히 전주에서는 전주고 이외의 학교를 모두 뭉뚱그려 ‘나머지 고등학교’로 부를 만큼 전주고의 위상은 뚜렷하다. 1919년 6월16일 관립 전주고보로 문을 연 전주고는 2010년 제87회 졸업식을 갖기까지 총 3만5천8백24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이들 중에는 전통적으로 법조계·정계·언론계 등을 망라해 주요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기둥으로서 큰 몫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편의상 정계의 인물들부터 살펴보면 이철승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이 19회 졸업생이고,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32회이다. 현 18대 국회의원은 김춘진(민주당·고창 부안), 신건(민주당·전주 완산 갑), 유성엽(무소속·정읍), 장세환(민주당·전주 완산 을), 정동영(민주당·전주 덕진), 최규성(민주당·김제 완주), 최규식(민주당·서울 강북 을) 등 7명으로 최규식 의원을 빼고 난 6명이 전라북도 내 11개 지역구 중 6개 선거구를 차지하고 있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전라북도 도청·내무부 근무와 남원시장, 전주시장의 경력으로 지사 연임에 성공했다. 신건 의원은 ‘전주고 출신의 대부’로 불린다. 부산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광주지검장, 법무부 국장, 대검 중앙수사부장, 광주고검장, 법무부 차관 등 검찰과 법무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15대 대선 시절 김대중 후보 법률특보를 맡았으며 국정원 차장을 거쳐 국정원장까지 지냈고, 2009년 4·29 재·보선을 통해 18대 국회에 진출했다.

MBC 기자 출신인 정동영 의원(민주당 상임고문)은 언론인 생활을 떠나 정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던 15대 총선과 연이은 16대 총선에서 전국 최다 득표로 돌풍을 일으킨 인물이다. 당 대변인을 맡는 동안 정치 9단인 김대중 총재로부터 직접 정치 수업을 받았고 출중한 용모와 언변, 콘텐츠를 두루 갖춘 재목으로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나섰으나 이명박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정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전주고 동문 모임인 ‘정동포럼’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중진들을 전진 배치한다는 당 방침에 따라 서울 동작 을에 출마했지만 정몽준 후보에게 지고 와신상담하던 중 마침 그의 텃밭인 전주시 덕진구의 김세웅 의원(전주고 부설 방송통신고-방송통신대 법학과)에게 궐위 사유가 생겨 2009년 4·29 재·보선을 통해 짧은 공백 기간을 마치고 정계에 복귀했다.

최규식 의원(민주당·서울 강북 을)도 한국일보 정치부장과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정동영 의원에게는 전주고 1년 후배가 된다. 정의원의 언론특보를 맡아 17대 국회에 진출했고 18대에 재선에 성공했다. 당의장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현재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읍시를 지역구로 둔 무소속 유성엽 의원은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에서 당선된 무소속 6명 중 가장 높은 득표율(61%)을 기록했다. 특히 정읍에서 6선을 지낸 경력의 김원기 전 국회의장으로부터 지원받은 민주당 후보를 25.8%포인트 차로 꺾는 기염을 토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20여 년간의 공직 생활을 대부분 전라북도에서 보낸 점이 승리의 포인트로 작용했다.

법조계·언론계에서 강세

고등학교는 서울 중동고로 진학했지만 전주가 고향인 한광옥 민주당 상임고문은 전주북중을 졸업했기 때문에 전주고와 한 동아리나 마찬가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동교동계는 목포-목포상고 출신의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이 모임에는 한고문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김옥두 전 의원도 함께한다. 지난 18대 총선 때 전주시 완산구 을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한고문은 여의도에 사무실을 두고 서울 지역에서의 재기를 다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28 재·보선에서 서울 은평구 을 출마를 마음에 두었었다는 설도 있다. 
 

   


전주고 동문들은 법조계에서 활약이 크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김지형 대법관 등 재조의 고위 법조인을 비롯해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장,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여럿 있다. 지난날 하경철 전 헌법재판관이 고위직에 올랐는가 하면 박재윤 전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 3학년 재학 시절 9회 사법시험에 최연소 합격해 많은 법조 지망생의 부러움을 샀다. 전주고 출신들이 전통적으로 법학 전공의 대학에 많이 진학한 데 따른 결실일 것이다.

전주고 출신 법조인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한승헌 변호사이다. 전주고를 수석 졸업하고 전북대 정치학과를 나와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로 들어선 한변호사는 독재 정권 시절 양심수들을 위한 변론에 앞장서는 등 인권 변호사로 명성을 떨쳤다. 독재에 맞서 싸우다 두 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지난 김대중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법무법인 광장의 고문 변호사로 있다. 

   
   

전주고 출신 중에는 언론인들의 세도 상당히 강한 편이다. KBS 사장을 지낸 박권상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석좌교수가 좌장 격인 전주고 출신 언론인 친목단체 ‘전언회(全言會)’는 결속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언회는 올 초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뇌물 스캔들과 관련해 언론으로부터 주목되기도 했다.

박권상 교수는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합동통신 기자로 언론인 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일보를 거쳐 동아일보에 몸담아 논설위원, 편집국장, 런던 특파원을 지냈으나 동아일보 논설주간 겸 편집인으로 있던 1980년 8월 신군부의 이른바 언론 정화 작업에 따라 해직되었다가 1994년 동아일보 고문으로 복직했다. 1998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직후 KBS 사장으로 임명되어 2003년까지 김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했다. 그는 평생을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인촌문화상, 서울언론인클럽 언론상, 한국언론학회 언론상, 관훈클럽 특별공로상, 중앙대 중앙문화언론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얼굴이 널리 알려진 신경민 논설위원은 보도국 선임기자로 있으면서 한때 7·28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인 서울 은평 을의 민주당 주자 영입설이 꾸준히 나돌았고 그 후 논설위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신논설위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문화관광부장관을 지낸 연극인 김명곤씨가 모두 정동영 의원과 전주고 동기이고 정동영 의원, 신경민 위원, 최규식 의원은 같은 시기에 서울대 문리대를 다녔다.

김광일 조선일보 부국장 겸 국제부장, 박노승 경향신문 편집국장, 박실 전 기자협회 회장(현 대한민국 헌정회 부회장), 송기원 MBC 보도제작국장, 최영정 골프 칼럼니스트,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실장 등이 전주고 출신이다.

관료 중에서는 진념 전 경제 부총리가 단연 두드러진다. 장관만 여섯 차례를 지내 ‘직업이 장관’으로 통하는 진념 전 경제 부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제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해결사’라는 별명을 들었을 정도로 어떠한 난제도 그에게 맡겨지면 정연한 논리와 임기응변, 배짱으로 풀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남성고
옛 이리시에서 이름이 바뀐 익산시에 소재한 남성고등학교는 광복 이듬해인 1946년 학교법인 화성학원과 함께 설립되어 지역을 대표하는 사립고로 우뚝 섰다. 시대에 따라서는 전주고를 능가한 때도 있었다고 한다. 이명박(MB) 정부가 출범할 당시 김덕룡 국민통합특보(남성중),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남성중), 정진곤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발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백용호·김백준 등 ‘MB맨’들 눈에 띄어

전북 김제 출신으로 도쿄고등사범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윤제술 선생이 1946년 개교에 맞춰 남성중고 초대 교장으로 부임해 1954년까지 재임하는 동안 전북 일원의 우수한 학생들을 의욕적으로 유치해 남성고가 명문교의 반열에 오르는 기틀을 마련했다. 학교를 떠난 윤교장은 정계에 들어가 3~5대 때는 김제에서, 6~8대에는 서울 서대문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7대 국회 부의장과 통일당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김덕룡 청와대 국민통합특별보좌관은 익산군 오산면 출신이다. 오산남초등학교와 남성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경복고로 유학을 했으나 심정적으로 남성고 동문들과 통한다. 서울대 사회학과에 다닐 때 문리대 학생회장으로 ‘대일 굴욕 외교 반대’ 시위를 주도한 6·3 사태의 주역으로 훗날 6·3동지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기도 하다.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 조직 개편 때 정책실장에 기용된 백용호 전 국세청장이 핵심 ‘MB맨’ 중 한 사람이자 대통령의 심복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충남 보령군 웅천읍의 산골에서 태어난 그는, 부친의 사업 때문에 전학이 잦아 광주에서 초등학교와 광주서중을 다녔다. 부친의 사업 실패와 모친과의 사별이라는 말할 수 없는 시련을 이겨내며 남성고에 진학했고, 그의 학업은 전액 장학금이 제공된 중앙대 경제학과, 미국 유학-학위 취득으로 이어졌다. 그의 ‘공사(公私) 구분’은 국세청장 시절 남성고 동문들 사이에 “백용호, 남성고 맞나?”라는 말이 돌았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 백실장의 현실 정치 참여는 이화여대 교수 시절 당시 신한국당 중진이었던 김덕룡 의원의 매개로 이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 4·11 총선에 출마한 신한국당의 몇몇 후보들이 ‘경제를 걱정하는 모임’을 꾸리면서부터다. 이 선거에서 당선된 이명박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잃게 되었을 때 그의 손을 잡은 일은 ‘인간 백용호’의 최대 베팅이었다.

김백준 대통령실 총무기획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동년배이나 고려대 졸업 회수로는 2년 선배가 된다. ROTC로 군 복무를 마친 후  줄곧 금융 기관에서 근무하다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시장직인수위원회 위원으로 합류했다. 세종문화회관 이사, 서울지하철공사 상임감사, 서울메트로 상임감사로 인연을 이어나갔고 17대 대통령 당선자 총무담당 보좌역을 거친 후 청와대 살림을 맡아보는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현재 청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소설가 박범신씨는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오영우 전 1군사령관은 육사 동문들을 대표하는 총동창회장이다.

남성고 출신 중에도 언론계와 정계에서 두루 두각을 보인 거물급 인사들이 상당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기자 출신 정치인인 강인섭·조남조·이협 전 의원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당하기도 한 강인섭 전 의원은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지내다 14대 국회에서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16대 총선에서는 서울 은평 갑에서 당선되어 지역구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기도 했다.

조남조 전 의원은 중앙일보 정치부장을 거쳐 11·12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산림청장과 관선 전라북도지사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사료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4선 의원인 이협 전 의원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1979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공보비서를 맡아 정계에 발을 들였다. 10·26 사건 이후 DJ가 정치 규제에 묶여 있을 때에도 꾸준히 DJ의 동교동 자택을 찾아 의리파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임대홍 대상그룹 명예회장과 임채홍 내쇼날프라스틱 명예회장은 정읍 출신의 형제 기업인이다. 형인 임대홍 회장은 이리농림고를 졸업하고 미원과 내쇼날프라스틱을 창업했다. 일본제의 ‘아지노모도’를 대치한 인공 조미료의 선두 주자로 선풍을 일으킨 ‘미원’은 한때 삼성그룹의 제일제당에서 생산되는 ‘미풍’과 불꽃 튀는 경쟁을 벌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며, 미원그룹은 1997년 대상그룹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임회장의 장남인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이 한때 삼성가(家)의 이건희 회장과 사돈 관계를 맺었던 일은 시대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임대홍 회장의 8년 아래 동생인 임채홍 회장은 전주고와 동아대 법대를 졸업하고 형을 도와 사업을 키워 오늘에 이르렀다. 이런저런 연고로 조관호 대상 중앙연구소장(남성고-서울대 화학과)처럼 대상그룹에는 상당수의 남성고 출신들이 근무하고 있다. 

‘진정한 벤처 기업인 1호’로 이름을 날리던 중 모든 것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긴 채 ‘아름다운 은퇴’를 선언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정문술 전 미래산업 사장, 수입 쇠고기 파동으로 애를 먹은 ‘참다래 아저씨’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수학 과목의 바이블로 통했던 <수학의 정석>의 저자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모두 남성고 출신이다. 
 

   
▲ 남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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