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경제를 정말 살리겠다면…
  • 김정식/연세대 상경대학 교수(현) ()
  • 승인 2010.08.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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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명박 정부는 서민 경제를 중시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정부는 서민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소기업을 살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과 같은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민 경제가 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러한 대책은 올바른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서민 경제와 연관된 각종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먼저 서민들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 관행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고용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창출된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낮은 임금 때문이다. 지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두 배 이상이다. 중소기업 임금이 낮은 원인은 생산성이 낮은 데에도 있지만, 그보다는 대기업과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이익 추구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임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 경영진과 대기업 노조의 양보가 필요하다. 또한 대기업과의 하청 관계에서 중소기업에 불리한 각종 제도와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

서민들에게 중요한 생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서민 생활에 필수적인 채소와 같은 농산물 가격은 유통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농산물의 물류 체제와 유통 구조를 선진국형으로 개선해야 한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행 교육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서민들의 주거비를 줄여주기 위해서는 서민 주택 공급을 늘리는 등 부동산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서민 경제 활성화는 모두 제도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와 같이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늘리는 일시적인 땜질 처방으로는 중소기업을 근본적으로 살릴 수 없다. 각종 제도를 개선해야만 중소기업이 활성화되어 서민 경제가 살아날 수 있고, 서민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의 제도 아래에서 이익을 누리고 있던 이익 집단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소기업을 살리고 서민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일은, 정부가 얼마나 이익 집단의 반발을 극복하고 국민여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 경제가 도약하고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통화 정책이나 재정 정책과 같은 거시 경제 정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 변경을 가로막고 있는 이익 집단의 반발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대해 대기업과 시장경제학자들의 반발이 크다. 시장 원리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강력한 노조나 대기업의 독과점 구조도 시장 원리에 반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논쟁보다는 좀 더 전략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도 살 수 있고, 서민이 살아야 우리 경제도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제도 개선과 관련한 인식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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