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는 ‘경제 권력’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08.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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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18년째 최고 자리 지켜…지목률도 갈수록 상승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2위…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김중수 한은 총재는 3·4위에

 

ⓒ일러스트 장재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경제 관료 포함)으로 꼽혔다. 지난 1993년부터 18년째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 1위에 오른 것이다.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흐름이다. 지난해에는 지목률이 66.6%였는데 올해에는 80%나 되었다. 20%에 불과한 2~3위와는 격차가 크다. 전체 순위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조사에서 2위에 오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제쳤다. 이회장은 전체 순위에서 10위 안에 포함된 유일한 기업인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기업집단 삼성그룹의 최대 주주이자 실질적 지배자라는 명함이 이회장이 지닌 영향력을 돋보이게 한다. 삼성그룹은 총자산 3백44조원, 계열사 67개를 거느린 대한민국 최대 기업집단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2백20조원, 당기순이익은 17조6천6백4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장 매출액까지 포함하면, 태국·남아프리카공화국·핀란드·포르투갈·말레이시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삼성그룹이 세계 36위의 경제 규모를 지닌 단위 국가에 비견되는 것이다. 전세계 고용 인원은 28만명가량이다.

이회장은 지난해 말 특별사면과 함께 삼성그룹 회장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3월 그룹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회장에 복귀한 지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삼성그룹은 신 수종 사업으로 친환경과 건강 사업에 진출하고 이와 관련해 2020년까지 23조3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회장은 국내 제1의 부호이다. 이회장이 가지고 있는 상장 주식의 가치는 지난 8월12일 종가 기준으로 8조6천5백10억원이다.

2위에 오른 경제인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다. 정회장은 세계 5위 자동차 제조업체 현대·기아차그룹을 가부장적 권위로 이끌어간다. 현대·기아차그룹 소속 계열사는 42개이다. 종업원 수는 12만명이 넘는다.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악전고투하고 있는 와중에 현대·기아차그룹은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세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생산 대수를 기준으로 지난해 세계 5위 자동차업체에 올랐다.

자동차 산업만큼 산업 전·후방 효과가 큰 장치 산업은 없다. 자동차는 2만개가 넘는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는 4천5백개가 넘는다. 협력업체 종업원 수는 50만명을 웃돈다.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현대·기아차그룹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삼성그룹 못지않다. 정회장은 갖고 있는 상장 주식의 가치가 5조4천6백60억원에 달하는 국내 제2의 부호이기도 하다.

3위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올랐다. 윤장관은 지난해 2월 기획재정부장관에 취임했다. 윤장관이 가진 영향력은 경제 분야 최고 권부의 수장이라는 직함에서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경제 정책, 예산, 세제를 총괄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08년 정부 조직 개편으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출범했다. 재정 운영과 정책 조정 기능까지 아우르면서 경제 분야 최고 권부로 떠올랐다. <시사저널>이 해마다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인에게 밀리던 경제 부처 수장이 지난해 순위에서 2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강만수 특보·진동수 금융위원장, 영향력 여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 4위에 오른 인물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이다. 김총재는 중앙 은행이자 발권 은행인 한국은행 총수로서 통화 가치 안정과 은행 신용 제도 건전화, 물가 안정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김총재는 지난 4월 퇴임한 이성태 총재 후임으로 한국은행 총재에 임명되었다. 김총재는 ‘한은도 정부(기구)’라고 발언해 중앙 은행의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한다는 비판을 안팎에서 받고 있다. 그만큼 이성태 전 총재와 달리 독립성보다는 정부와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 5위에 올랐다. LG그룹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3위이다. 그룹 규모에 걸맞은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내 2위의 전자업체 LG전자가 스마트폰 전략 부재로 악전고투하고 있으나 ‘2차 전지’에 뛰어든 LG화학은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LG그룹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선진화한 경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구회장은 지주회사 ㈜LG를 중심으로 계열사 55개를 거느리고 총매출액 1백25조원, 종업원 18만6천명을 이끌고 있다(2009년 말 기준).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받는 경제 관료라는 평가에 힘입어 6위에 올랐다. 강특보는 지난해 2월 기획재정부장관직에서 물러났으나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이대통령이 다시 청와대로 불러들일 정도로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영향력 순위에서 7위에 올랐다. 최회장은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과 정유사 SK에너지를 비롯해 64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총매출액 94조3천억원, 당기순이익 2조3천억원을 기록한 거대 기업집단을 이끌고 있다(2009년 말 기준). 하지만 2세대 오너 경영인과 비교해 그룹 경영에 나선 지가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재계 서열 4위라는 사세에 어울리는 순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8위에 올랐다. 국내 금융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업무를 총괄하다 보니 금융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기획재정부장관보다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은 기업 경영보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다는 정치적 영향력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라는 인지도가 겹치면서 영향력 9위에 올랐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10위를 기록했다. 자산 기준에서 국내 최대 금융 기관 수장이라는 후광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평가가 겹치면서 10위권에 오른 것으로 판단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1위(지난해 6위)로 주저앉았다. 전경련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전 대표도 12위에 올랐으나 지난해 10위에서 두 계단 떨어졌다. 정주영 고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3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삼성그룹 후계자라는 후광 덕에 20위에 올랐다.  김종창 금감원장,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등도 20위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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