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 이렇게 대비하라] 내 ‘독서 이력서’는 이렇게 써라
  • 김재천 | EBS 교육뉴스부 기자 ()
  • 승인 2010.09.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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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은 무엇? 9월부터 시·도교육청별로 운영… 대입 전형 자료로도 활용 방침

 

▲ 2008년 12월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학부모 대상 입시 설명회가 열렸다. ⓒ시사저널 임준선


새 학기 들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독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번 학기부터 새로운 독서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후부터다. 이른바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이다. 학부모들의 관심은 단연 대입 전형과의 연계에 쏠려 있다. 대학 입학사정관이 이 정보를 대입 전형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교과부가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대입에 유리하겠지’라는 생각만으로는 시간만 낭비하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이 나오게 된 배경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선 학교에는 이미 2001년부터 이른바 DLS(Digital Library System)가 보급되어 활용되고 있다. 말 그대로 전자 도서관 시스템으로, 한국교육학술원이 운영하는 도서관 운영 사이트이다. 일선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를 교육청별 또는 학교별로 활용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도서의 대출과 반납 관리, 도서관 업무 관리 등으로 기능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 학생들이나 교사들을 위한 서비스 기능은 부족했다.

실제로 교과부가 조사해보니 지난해 1학기 DLS를 통해 독후 활동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전체의 12.7%에 불과했다. 또 학생들의 독서 활동이 초등학교 때는 그나마 기록되지만,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점점 입시 공부에 매달리면서 학생들의 독서 이력은 제대로 관리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것은 교과부가 밝힌 추진 배경과 필요성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새 시스템을 통해 지역 교육지원청(과거의 지역 교육청)별, 또는 각각 학교별로 산재해 있는 독서 교육 자료와 학교 도서관 자료를 공유해 활성화하고, 학생과 교사의 다양한 독후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이른바 독서 교육과 관련한 종합 포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하나 더. 올해 들어 정부의 정책적 변화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바로 창의 인성 교육의 강화이다. 창의 인성 교육의 강화라는 추상적인 용어 뒤에는 대입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교 현장에서부터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현 정부의 교육 철학이 녹아 있다. 그래서 찾아낸 것 가운데 하나가 독서이다. 이는 토론식 학습이나 서술형 시험 문항의 확대,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 확대 등과 궤를 같이하는 현 정부의 큰 정책 방향이자 줄기이다. 독서를 강화하려다 보니, 학생들이 학창 시절 읽은 책에 대한 종합 정보를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은 독서 이력철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으로 이어졌다.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은 9월부터 일선 시·도교육청별로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모델은 부산시교육청이 10여 년 전부터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이다. 현재 정부가 도입한 새 시스템은 부산시교육청이 개발해 이미 정착 단계에 있는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을, 교과부가 그대로 따와 전국 시·도교육청별로 활용하도록 전국화한 것이다.

 

 그러면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이 무엇인지 들여다보자(위 표 참조). 시스템은 이미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일반인도 쉽게 들어가 내용을 볼 수 있다. 홈페이지는 크게 다섯 개 분야로 구성되어 운영된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공립 도서관에 등록된 도서를 검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자책 열람 기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초·중·고 학년별·교과목별로 관련 도서를 검색할 수 있다. 독서 퀴즈 자료와 학교나 교사가 올린 추천 도서 목록도 볼 수 있으며, 등록되지 않은 신간을 읽은 학생들이 직접 책을 등록할 수도 있다. 이 밖에 다른 학생들의 독후 활동 기록을 볼 수 있는 ‘추천 독후 활동 메뉴’나, 전국의 학교 독서 동아리의 활동 등도 검색할 수 있다. 학생과 교사들을 위한 개인 문집이나 학급 문집을 만들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한다. 학생들은 읽고 싶은 책을 종합 검색해 읽고 난 뒤 소감문이나 등장 인물과의 인터뷰, 그림 등 독후 활동 내용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다. 자신의 독후 활동을 인정받고 싶다면 게시물을 등록할 때 담임이나 담당 교사에게 추천을 신청할 수도 있다. 기존의 DLS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학생들의 독후 활동을 평가하고, 조언하고, 지도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독서와 관련한 활동이 원스톱으로 이루어진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대입 전형 자료로 활용된다는 대목이다.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자.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에 올라온 학생 개인별 독서 정보, 즉 이력철은 교과부가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창의적 체험 활동 종합 지원 시스템과 연동되어 운영된다. 학생이나 교사가 창의적 체험 활동 종합 지원 시스템에 로그인한 뒤,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의 개인 자료 ‘가져오기’ 메뉴를 선택하면, 독서 이력을 곧바로 불러와 자신의 창의적 체험 활동 기록에 포함시킬 수 있다. 평소 조금씩 기록된 학생 개인별 독서 이력은 고등학교나 대학에 진학할 때 그대로 활용된다. 대학 입학사정관이 지원자의 독서 이력을 보고 싶다면 창의적 체험 활동 종합 지원 시스템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된다. 평소 학생들의 독서 경험이 대입 전형 요소로 반영되는 셈이다.

거짓 이력 관리는 오히려 해 될 수도

이 부분에서 학부모들 사이에 가장 큰 오해가 생긴다. 독서 이력을 대입에 반영할 수도 있다고 하니, 초등학교 때부터 이를 포트폴리오 형태로 잘 만들어 관리하면 대입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하나의 부담이 늘었다고 하는 푸념도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이는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결과이다. 현재 이를 대입에 활용하고 있는 부산 지역 현황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새 제도의 모태가 된 부산의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14개 대학과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객관적인 검증이 쉽지 않고, 자칫 또 다른 독서 사교육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부작용 때문이다. 실제 입학사정관들도 독서 이력 자체만 그대로 믿고 학생들을 뽑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그 책을 읽었는지, 정말 그런 독후 활동을 직접 했는지 확인하려면 면접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올해 고3이 대학에 들어가는 2011학년도부터 독서 이력을 대입 전형 요소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대학가에서는 실질적으로 반영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이다. 어떻게든 내 아이의 독서 이력이 대입에 반영된다고 하니 학부모들은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새로운 제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얘기를 들으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 권의 책이라도 학생 스스로 읽고, 그 경험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소감문을 대필로 작성하거나, 사교육에 의존해 자기 주도적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은 나중에 심각한 후회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서울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 지난 2월18일 오후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전국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참석해 ‘전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창립총회와 심포지움을 열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면접에서 질문이 조금만 깊이 있게 들어가면 진위 여부는 금방 드러납니다. 책을 읽었다고 거짓말을 하는지, 읽기는 읽었는데 정말 기억이 안 나는지, 소감문에 대해 서너 개의 심층 질문만 해봐도 독서의 깊이와 수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독서 이력을 거짓으로 작성했다면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됩니다.” 특히 입학사정관 전형이 중요한 전형 방법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짓 독서 이력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대입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1·2학년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독서를 수능처럼 단순한 전형 요소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독서의 특성상 그 양이나 수준을 점수화해 평가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신 독서는 학생들이 지원한 전공에 대한 관심이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정성(情性) 평가 도구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진학하고 싶은 전공 학과와 관련한 책을 지금부터라도 재미 삼아 찾아 읽어본다는 생각으로 펼쳐보라. 입학사정관들이 평가하려고 하는 것은 이런 관심과 열정이지, 거짓부렁의 독서 이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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