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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환율 전쟁’ 대비하라

김정식 /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현) ㅣ 승인 2010.09.13(Mon) 1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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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 때문에 세계 경기 회복세가 지연될 것이 예상되자 중국은 지금 동아시아에서 환율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과 환율 전쟁을 치러왔다. 중국은 1997년 아시아 위기 이후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대미 환율을 고정시켜 막대한 무역 흑자를 냈다. 국부를 늘리고 글로벌 금융 위기의 최대 수혜국이 되어 G2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중국이 이제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한국에 눈을 돌리고 있다. 2조 달러 이상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일본과 한국의 국채를 구입하면서 엔화 환율은 달러당 83엔까지 하락하고 있다. 일본은 수출에 비상이 걸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침체했던 경기까지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한·중·일 3국은 수출 상품에서 상호 경쟁적인 상황에 있다. 따라서 상대국의 환율을 하락시켜 통화 가치를 평가 절상시킬 경우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자국의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환율 분쟁을 피하기 위해 그 대상을 일본으로 바꾸어 인근 궁핍화 정책을 시작한 것이다. 만약 중국이 우리나라의 국채를 대량 매입할 경우 우리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은 장기적으로 동아시아를 위안화 블록으로 만들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이미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점차 예속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 경제가 더욱 중국 경제권으로 흡수될 것이 우려된다. 동아시아 환율 전쟁에서 피해를 보지 않고 중국 경제에 예속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금융 기관 그리고 대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좀 더 확충해 국부를 늘려야 한다. 그리고 과도한 외국 자본의 유입을 막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물가와 금리를 낮추어 과도한 자본 유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금융 기관과 대기업은 환율과 국제 금융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중국은 자본주의를 도입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자본주의 경제를 연구한 학자들도 많지 않지만 국제 금융의 세계를 꿰뚫어보고 있다. 미국의 압력에도 자본 자유화를 늦추어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을 미국의 금융 산업이 되찾아가지 못하게 해 국부를 증진시켰다. 또한 환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상수지가 막대한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고정 환율 제도로 환율 하락을 막아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왔다.

이에 비해 우리 금융 기관과 대기업들은 국제 금융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금융 기관과 대기업들은 국제 금융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으며, 이에 대한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로 기업 도산과 경기 침체를 겪었고, 똑같은 원인에 의해 2008년 또다시 위기를 겪게 되었다.

지금처럼 한다면 우리 금융 기관과 기업들은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금융 기관 그리고 대기업 경영층이 환율과 국제 금융의 중요성을 인식했을 때 우리는 지금의 동아시아 환율 전쟁을 극복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위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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