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 이어진 ‘파워맨’ 행렬
  • 이춘삼 |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9.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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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 시리즈 -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경북고②

 

▲ 경북고등학교 교정 ⓒ시사저널자료

7·7 청와대 조직 개편과 8·8 개각으로 짜인 이명박 대통령의 후반기 진용에 들어 있는 요직 인사를 출신고별로 살펴보면 경북고가 경기고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박인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비서관, 권재진 민정수석비서관, 이현동 국세청장, 김경원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 정창영 감사원 사무총장이 그들이다. 1위인 경기고의 경우 김성환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최중경 경제수석비서관, 진영곤 고용복지수석비서관 등 3명의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김태영 국방부장관, 김준규 검찰총장,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한덕수 주미 대사, 주재성 금감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 등이 핵심 요직에 자리 잡고 있어, 그 세(勢)에서 일견 차이가 나지만 경북고 역시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다.

사회통합수석비서관 자리는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이 재편된 요직인데 박인주 수석이 ‘TK(대구·경북)-고려대’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기용된 것은 그가 평소 흥사단, 한국시민단체협의회, 통일교육협의회 등을 거치면서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등과 폭넓은 인맥을 쌓은 내공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한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청도 출신으로 김명식 청와대 인사비서관과 동향이며 경북고 동기이다. 이청장은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세청에서 첫 걸음을 디뎠고, 김비서관은 영남대 경영학과-제23회 행정고시를 거쳐 총무처에 몸담아 두 사람 사이에 닮은 점이 많다. 이청장은 일선 세무서장을 거쳐 지방 국세청과 본청에서 주로 조사 업무를 담당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으로 근무하다 이명박 당선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되었고, 이후 본청 조사국장과 서울지방청장을 역임했다. 조사국장에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서울청장에 발탁되어 3급에서 1급까지 불과 1년 만에 초고속 승진해 화제가 되었다. 그는 1991년 12월 퇴임한 서영택 전 국세청장 이후 19년 만의 TK 출신 국세청장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이 자리를 경남·호남·충청도 출신들이 이어왔다. 총무처 사무관 시보로 시작한 김명식 비서관은 주로 인사과에서 근무했고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국장을 지낸 후 전공을 살려 청와대 2008년 2월 인사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비서관은 이른바 ‘박영준 라인’으로 분류된다.

전통적으로 법조계에서 강세 두드러져

경북고는 전통적으로 법조계에서 강세를 보인다. 검찰에서 특히 더 그렇다. 그것은 현직 검찰 간부들 중 검사장급 이상을 살펴보더라도 한눈에 드러난다. 고검장급의 박용석 법무연수원장을 위시해 김병화 의정부지검장, 김영한 수원지검장, 박청수 울산지검장, 조영곤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이 있다. 동시대에 ‘검사의 꽃’이라는 일선 검사장 3명이 동문이고, 전국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최교일 검사장이 있다. 서울고검장을 지낸 권재진 민정수석비서관은 대통령 최측근에서 사정 라인을 통괄한다.

현직 고위 법관 중에도 각급 법원별로 많은 동문이 포진해 있다. 대법원에는 박일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차한성 대법관이 있고, 헌법재판소에는 김희옥 재판관과 이동흡 재판관이 있다. 지법원장으로는 김수학 대구지법원장, 최병덕 수원지법원장, 최우식 울산지법원장이 있다.

법원에서는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차관급 대우를 받으며, 이 자리부터가 고위직 법관으로 분류된다. 사공영진 대구고법 부장판사, 여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종석 서울고법 부장판사, 조영철 서울고법 부장판사, 조해현 서울고법 부장판사, 조희대 서울고법 부장판사, 최상열 서울고법 부장판사, 황한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홍우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이 경북고 출신으로 한 학교가 배출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숫자이다.

참고로 고위직을 지낸 경북고 동문 법조인을 보면 법원 쪽에 강신욱 전 대법관, 박만호 전 대법관, 배기원 전 대법관, 송진훈 전 대법관, 최재호 전 대법관, 우의형 전 사법연수원장(현 영남학원 이사장)이 있다. 검찰에서는 김경한 전 법무부장관,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 박순용 전 검찰총장, 박종철 전 검찰총장, 박주환 전 법제처장, 서동권 전 검찰총장, 오탁근 전 법무부장관, 이명재 전 검찰총장, 정경식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상명 전 검찰총장, 정성진 전 법무부장관, 정해창 전 법무부장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장관과 총장 자리를 거쳐갔다.

이명재 전 총장의 경우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이명재 전 총장, 이정재 전 금감원장,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대표이사 사장 4형제가 지역에서 알아주는 수재 집안이라는 점을 지난 호에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송진훈 전 대법관의 집안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송 전 대법관은 초임 시절 4년간 광주·목포에서 근무한 것을 빼고는 30년 법관 생활의 대부분을 영남에서 보낸 향토 법관의 상징이다. 그가 향판(鄕判)의 옷을 벗고 대법관이 되자마자 맞닥뜨린 일이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을 단죄한 5·18 내란 사건 재판이었다. 송진혁 전 중앙일보 논설실장, 송진명 전 한국방송개발원 실장, 송진현 전 서울행정법원장이 동생이며 4형제가 모두 경북고 동문이다.

경북고 출신 언론인으로는 권영빈·권오기·남시욱·현소환 씨가 중진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권영빈 전 중앙일보 사장은 한국신문협회 부회장을 지내고 현재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권오기 울산대 석좌교수는 동아일보에서 평기자, 도쿄-워싱턴 특파원을 지내고 편집국장, 논설주간, 주필,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기까지 36년을 언론인으로 동아일보에 몸담았다.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을 지낸 다음에도 친정으로 돌아가 동아일보 신문박물관 관장으로 인연을 잇고 있다.

남시욱 전 문화일보 대표이사 사장 역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 입사한 이래 사회부·정치부 기자, 주일 특파원,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실장, 상무를 거친 동아일보맨이며 1995년 문화일보 사장을 맡아 3년여 재직했다. 언론계 현장을 떠난 후에는 성균관대와 세종대에서 ‘취재보도론’을 강의하며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현소환 전 연합뉴스 사장은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언론계 생활을 시작해 주로 정치 관련 기사를 다루다가 통폐합된 연합통신으로 이적했다. 연합통신 사장을 거쳐 1995년 처음 개국한 종합뉴스 채널 YTN을 맡아 초석을 다졌다. 현재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과 뉴스앤뉴스 대표를 맡고 있다. 경북고 출신 현직 언론인으로는 김창기 조선뉴스프레스 사장, 강병태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배인준 동아일보 주필, 류근하 코리아헤럴드 논설실장, 정흥보 춘천MBC 사장이 활동하고 있다.

언론인 연수와 국민대 그리고 성곡 김성곤의 뒷받침

성곡 김성곤 선생의 마라톤 같았던 인생 역정에는 동양통신 창간과 연합신문 인수를 통한 언론 참여가 의미 있게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IPI(국제신문편집인협회) 활동에 능동적으로 관여했으며, 1965년 성곡언론문화재단을 설립해 당시만 해도 척박했던 언론인들의 해외 연수 환경 개선에 크게 이바지했다. 지금까지 성곡언론재단을 통해 해외 유수 신문대학원에서 연수 기회를 가진 기자들이 2백여 명을 넘어 섰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속속 특파원으로 나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권오기 전 부총리가 현재 이 재단의 이사로 재직하며 인연을 맺고 있다.

국민대학교는 경북고와 인연이 깊다. 설립자인 김성곤 전 쌍용 회장이 경북고 출신으로서 대구를 발판으로 사업을 일으킨 연고가 있다. 5~6대 총장으로 재임한 현승일 전 총장, 7대 정성진 전 총장, 8대 김문환 전 총장과 현 9대 이성우 총장이 모두 경북고 동문이다. 정성진 전 총장은 검사장 출신으로 처음 대학 총장이 된 사례를 남긴 인물이다.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이라는 평을 듣는 그는, 장래가 기대되는 검사로서 대검 중수부장까지 갔으나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며 단행된 공직자 재산 공개 때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최단기 중수부장으로 기록되는 불운을 겪었었다. 세월이 흘러 국민대 총장으로 선임되며 ‘명예 회복’을 하고 부패방지위원회(뒤에 국가청렴위원회로 개칭) 위원장과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다.

 ‘아름다운가게’ 이사장인 김문환 전 총장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끄는 연구재단인 ‘동행’의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학계에는 노동일 경북대 총장, 박우희 세종대 총장, 손제석 위덕대 명예총장, 이강숙 한국종합예술학교 석좌교수, 정주택 한성대 총장이 있다. 강북삼성병원(전 고려병원) 원장을 지낸 조운해 박사는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부군이다. 조박사와 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매스컴을 통해 대중과 친숙한 이시형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이 모두 경북대 의대 출신이며, 명문 의과대학이라는 자부심으로 동문들의 인맥과 관계가 꽤 끈끈한 편이다. 최규완 전 삼성의료원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주치의를 지냈고, 최상묵 한누리치과병원 원장은 오랫동안 서울대 치대 병원에서 환자 진료에 힘을 쏟았다.

문동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직업이 ‘사무총장’이다.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총무처에서 기획관리관, 복무감사관, 조직국장, 대통령 비서실 파견 의전비서관, 소청심사위원장을 거쳤고 그 사이 서울올림픽 조직위에 파견 근무를 했다. 뛰어난 영어 실력에 이같은 경험을 더해 2002년 월드컵조직위 사무총장,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총장을 지내며 국제스포츠계에 폭넓은 교유를 쌓아 현재는 김범일(대구시장)·조해녕(전 대구시장) 공동위원장과 함께 대구 육상대회 성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경북고는 또 야구로도 유명하다. 오랜 전통과 동문 학부모를 아우르는 성원을 바탕으로 탄탄한 위치를 굳히고 있는 야구부에서는 이승엽 같은 대선수가 많이 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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