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사 “대권? 조심스레 살펴보는 중”
  • 감명국 기자 | 정리 ·한병관 인턴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09.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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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수록 이승만·박정희 존경하는 마음 생겨”

 

ⓒ시사저널 임준선

당초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주변 참모들이 하나같이 난색을 표명했다. 최근 언론에서 김지사를 너무 ‘세게’ 쓴다는 것이다. 김지사의 한 측근 인사는 “지금 김지사가 너무 자주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라는 말도 한다.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9월10일 오후 1시,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시사저널> 인터뷰에 응한 김지사는 대통령직에 대해 “조심스레 살펴보고 있다”라는 말로 향후 대권 행보를 시사했다. 문제는 그 출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달려 있는 듯했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에 특히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우리 경기도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 베드타운이 많지 않나. 분당·일산·송탄 등이 다 베드타운이다. 동탄 2기 신도시 역시 베드타운이다. 아파트 단지만 지어놓으니까 일자리는 없고 잠자리만 있다. 일자리는 결국 서울에 있다. 따라서 아침 출근은 지옥이다. 이 지옥을 좀 개선해달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50~60%에 이른다. 1순위이다. 이렇게 많은 도민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가 하는 것이다. 경부선 자체는 이미 주차장이 된 지 오래다. 2층 고속도로도 안 되고, 철도도 안 되고, 그나마 KTX는 광명으로 간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GTX이다. GTX는 우선 지하로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 굴착 기술은 세계 1위 수준이다. 또 역사를 적게 만들면 속도가 2백km까지도 나온다. 그러면 동탄에서 서울 강남의 삼성역까지 18분이면 된다. 경기도 전체가 1시간대로 통한다.

▶2012년이 착공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과 같이 이 또한 ‘대권 주자 김문수’의 업적용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있다. 

청계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청계천은 도시형·환경 친화적인 성격이고, 그에 반해 GTX는 생계형인 경기도민의 숙원이다.

▶GTX 사업에 대해 애초 정부의 반응이 미온적이었다고 들었다.

지난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 때 처음 GTX 안을 들고 갔다. 그 때 경기도에서는 이미 GTX 안에 대한 검토가 다 끝났었다. 설계도를 10번 이상 드렸다. 국토부장관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계속했는데도, 그동안 안 되다가 국토부의 검증 기간 후에 검토가 끝났다. 이것은 진짜 녹색 교통이다. 빨리, 그리고 당연히 해야 한다. 대통령께서 좀 더 신속하게 결정했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10대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60%를 내겠다고 하는 사업이다. 또 지하로 파 들어간다.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나.

▶그런 사업이 최근에 청와대의 전향적 검토 지시로 급진전되고 있는 느낌이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상대적으로 김지사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것이 작용한 것 아닐까?

나는 그렇게는 안 본다. GTX 자체는 당연이 해야 하고, 이것을 통해서 앞으로 우리는 베이징·도쿄·뉴욕·런던·파리에 비해서 상당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굉장히 중요한 수출 전략 상품이 된다.

▶지난 임기와 달리 이번 임기는 경기도의회가 여소야대 정국이 되었다. 도정을 이끌어가는 도지사로서 진짜 시험대에 선 듯하다.

그 역시 민의의 반영이니까, 국민 뜻으로 뽑아놓았기 때문에 우리는 따라가야 한다. 야당 도의원들과 대화해야 한다. 끊임없는 대화로 소통하도록 하겠다. 

▶김지사의 트위터 팔로워가 1만명을 돌파했다고 들었다.

그 역시도 소통이 중요하니까. 솔직히 우리가 이 안에서 공문서 만들면 밖에서 과연 몇 명이나 보겠나. 신문 기사는 많이 봐도, 공문서는 별로 안 본다. 심지어 이 안에 우리끼리도 옆방에 무슨 공문서가 있는지 잘 모른다. 칸막이 행정이요 탁상 행정, 비밀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트위터는 훌륭한 소통 수단이 된다. 시간이 없으니까 이동 중에 틈틈이 그리고 수시로 글을 올린다. ‘오늘 지방 어디를 갔다 왔다’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영화제 때 비 흠뻑 다 맞았다’ 등등. 이렇게 다니면서 바로 올리면 그야말로 칸막이 없는 무제한 소통이 되는 것이다. 직접 소통의 시대가 상당히 어지럽고 부담되고 힘들기도 하지만, 기존 행정에 비하면 굉장한 혁명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얼마 전 대학생들과 1박2일 캠프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트위터도 그렇고 젊은 층과의 교류에 부쩍 신경을 쓰는 듯하다. 일종의 표심 공략인가?

오늘 저녁에도 양평에서 ‘4대강’과 관련해 젊은이 1백70명과 대화한다. 젊은이들도 다 마찬가지다. 정보가 얼마나 있느냐의 차이이다. 젊은이들도 물 깨끗한 것, 일자리 많은 것, 좋아한다. 다만 젊은이들은 정보가 편중된 듯한 느낌이 있다. 일방적인 대학 문화에 의해 4대강이 나쁘다는 이야기만 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 기성세대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소통해서 알려주어야 한다. 필수적이고, 더 노력해야 한다. 

▶최근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상승세에 있는 듯하다.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하기도 한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상당히 쇼크를 먹은 것 같다.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것이다. 거기서 내가 어떻게 하건 살아남아야 했다. 나는 사실 예전에 하던 그대로 한 것이다. 그저 그냥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택시기사를 하니까 우선 택시기사들이 좋아한다. 도지사가 택시기사를 계속하면서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니 좋아할 밖에. 농촌에서 농민도 자주 만나고, 한센촌도 같이 있고, 잠도 자고 한다. 그것은 선출직 도지사로서 당연한 민생 행보이다. 특별한 것은 없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 것이다. 거기에 국민들은 감동한다. 상식적이고 간단한 것에도 우리 국민들은 감동하는 것이다. 지지율은 그 차후 문제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이 점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중앙 정치권에서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가?

평소에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언론이 확실히 달라졌다. 최근에 나에 대해서 보도를 많이 하던데, 절대 내가 달라진 것이 아니다. 내가 각종 세미나·토론회에서 연설한 것이 그동안 한두 번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치고 참 많이 했다. 그런데 전에는 보도자료 줘가며 써달라 해도 (언론에서) 별 관심도 없더니, 최근에는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기자들이) 컴퓨터 가져와서 직접 치고 끝나고 나면 따라와서 따로 또 물어본다. 관심 가져주니 우리야 감사하지.(웃음)

▶정치권 인사들의 변화는 어떤가? 요즘 수원을 많이 찾는다고 들었다.

머니까 아무래도 (서울에 있을 때보다는) 덜 온다. 사실 최근 들어 보자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맞다.

▶그 자체가 대권 행보 아닌가?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관심이 증폭된 것은 사실이다. 

▶김지사가 최근에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노이즈 마케팅’이라고도 한다. 들어보았나?

들어 봤다. ‘노이즈’라기보다는 국가 비전 마케팅이다. 우리가 비전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대해서 늘 고민한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인정하자.’ 이것 당연한 얘기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의 신도시 건설은 소규모 베드타운 건설이다.’ 이것도 아무도 비판 안 하지만, 나는 비판한다. 이것은 노이즈가 아니라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북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쌀 주자. 남북 교류 협력과 안보가 투 트랙으로 같이 가야 한다.’ 계속 이야기했다. 일각에서는 노이즈로 보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필요한 비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이때 배석했던 최우영 대변인은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라 읍소 마케팅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지사의 말투 자체가 투박하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 것은 있다. 세련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말을 알듯 말듯 해야 하는데, 나는 직설적이다.(웃음)

▶그래서 청와대도 다소 불쾌해하는 것 같다. “김지사는 경기도 일에나 신경 써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내가 경기도 제6백89대 관찰사인데, 나만큼 열심히 한 사람 없다. 나는 역대 최장수 관찰사이다. 역대 어느 관찰사(도지사)가  여기 서해안의 섬 풍도나 이런 데 가는 사람 있나. 나는 한센촌도 갔다. 역대 관찰사 중 처음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김지사의 말 중에 “지금 국가 리더십이 혼미하다”라고 한 말에 대해 불쾌해하는 듯했다. 이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인가?

국가 리더십은 3자 구성이다. 제1은 대통령과 장관, 제2는 국회, 제3은 중앙 언론이다. 대한민국은 이 3자 구성의 리더십이다. 나는 이 3자의 리더십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장기적 비전은 없고, 단기적 비전밖에 없다. 중국만 해도 그들은 5년, 10년, 100년을 장기적으로 바라본다. 그냥 단순히 지금 ‘G2’가 아니다. 글로벌 리더 구성을 생각한다. 우리는 단발성 위주의 리더십과 어젠더밖에 없다.

▶이재오 장관과는 최근에도 가끔 만나나? 최근 정치권에서 대권 구도와 관련해 두 사람의 관계를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도지사에) 당선되고, 식사했다. 우리는 친하다. 서로 도와준다. 아직 대권에 대해 깊이 말을 나눈 적은 없다.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도지사 임기를 다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원칙은 도지사 임기를 완주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상황을 딱 잘라서 말하지 못하겠다. 현재로서는 도지사 임기를 완수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그러나 상황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권 주자로 본격적인 검증 잣대에 올라가면 과거 운동권 전력 시비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들어 부쩍 보수적 발언을 많이 하는 것도 이런 우려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위장 전향’이라는 것 아닌가?(웃음) 그런 우려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내가 과거에 걸어온 궤적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부정한 것이니까. 하지만 다시 보니 아니었다. 공부할수록 그분들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대권 주자 김문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나이를 많이 먹기는 먹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는 생각도 들고. 꼭 (대통령)직을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할 일을 열심히 찾아 하려고 했다. 나 자신에 대해 신중하게 돌아보고, (대통령직에 대해) 조심스레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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