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찾아 삼만리’ 글로벌 대전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9.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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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북극해·아프리카·중앙아시아 ‘선점’ 노리고 격돌…영토 분쟁으로 번지기도

세계의 자원 전쟁이 뜨겁다. 막대한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전세계의 자원을 집어삼키려는 중국은 국영 기업을 앞세워 지구촌 자원 시장을 사냥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서구의 메이저 에너지 기업들 역시 공격적으로 자원 확보에 나섰다. 우리나라 역시 남미 볼리비아의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나서서 대통령을 초청하는 등 온갖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북반구 최북단인 북극부터 남미 대륙까지, 자원을 확보하려는 세계 각국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날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 북극, 자원 싸움의 격전장이 되다

캐나다는 요즘 러시아 때문에 바쁘다. 북쪽의 치안을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해마다 군대·해안경비대·경찰 등이 참가하는 합동 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늘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러시아의 TU-95 전략폭격기는 캐나다 영공 쪽에 자주 출몰한다. 그럴 때마다 캐나다 퀘벡 공군기지에서는 F-18 전투기가 출동한다. ‘여기는 캐나다 영공이니 러시아로 돌아가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면 러시아 폭격기는 기수를 돌린다. 이런 과정이 해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반복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북극해 때문이다. 그동안 방치해두었던 북극해 연안에 대한 소유권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불을 댕긴 것은 러시아였다. 2007년 8월 러시아는 해양학자 출신인 아르투르 칠린가로프 국가두마(하원) 부의장의 지휘 아래 북극 해저에 티타늄으로 만든 러시아 국기를 꽂았다. 잠수함 미르 1호에서 뻗어나온 로봇 팔이 꽂은 러시아 깃발은 TV 화면을 통해 전세계로 송출되었고, 탑승했던 승무원들에게는 러시아 최고 훈장인 ‘러시아 연방의 영웅’이 수여되었다. 러시아의 치밀한 계획에 캐나다는 뒤통수를 맞았다.

러시아가 해저 퍼포먼스를 벌인 이유는 북극해 아래 유라시아 대륙과 북미 대륙 사이의 해저를 잇는 ‘로모노소프 해령’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이 해령이 러시아 대륙붕의 연장으로 인정된다면 러시아는 북극점을 포함한 광대한 해저 자원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북극해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원은 천연가스이다. 전세계에서 발굴되지 않은 천연가스의 3분의 1가량이 북극권에 잠들어 있다. 세계 1위인 러시아 내 총 매장량과 맞먹는 47조㎥가 매장되어 있다. 석유도 적지 않다. 지난 2009년 7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북극권에 최대 1천6백억 배럴의 석유(전세계 5년 이상 소비량)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극 해저에 위치한 대륙붕과 북극해 인접 지역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유전과 가스전은 5백50개가 넘는다.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을수록 그 숫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이미 국제 사회에 북극해 일부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 적이 있다. 지난 2001년 유엔에 북극해 일부를 소유하게 해달라고 승인을 신청했다가 ‘증거 부족’으로 거절당했다. 이후 러시아는 로모소노프 해령과 러시아 대륙붕의 관계를 입증하는 쪽으로 방법을 바꾸었다.

다른 당사국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덴마크는 로모노소프 해령이 자국 대륙붕의 연장이라 주장하며 ‘롬로그 2007’로 명명된 탐사대를 지난 2007년 약 5주 동안 그린란드 일대로 보냈다. 미국 역시 5년째 북극해 해저 지형을 탐사하며 과학적 물증 찾기에 나서고 있으며 동시에 또 다른 이해 당사국인 노르웨이와의 협력 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북극권 순찰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서 48대의 전투기를 수입했다. 캐나다는 북극권 영해의 해저 지도를 제작하기 위한 예산을 늘렸고, 북극해 인근에 초계함대를 신설하고 원양 항구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처럼 북극에 대한 갈등은 언제 어디서든 단숨에 표면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변수까지 생겼다. 3백여 년 동안 덴마크령이었던 그린란드는 지난 2008년 11월 자치권 확대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외교권과 국방권은 여전히 덴마크가 가지지만, 그린란드는 사법권과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린란드는 북극권과 가장 가까운 곳 가운데 하나이다. 이번 자치권 확대를 통해 천연 자원에 대한 권리도 갖게 되어 북극해 자원에 대한 권리까지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영토의 85%를 차지하는 그린란드의 만년빙 아래에는 상당한 양의 석유·천연가스 등 부존 자원이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연안국이 아닌 중국 역시 일찌감치 북극에 쇄빙선을 보내는 등 북극 연구에 관심을 쏟고 있다. 중국은 영해권 주장보다는 얼음이 사라진 이후의 북극에 대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 “니하오 아프리카”…중국의 끝없는 아프리카 사랑

바다에서는 북극해가 달아오르고 있다면 대륙에서는 아프리카가 중국 때문에 뜨겁다. 올해 7월, 중국 정부는 약 35억원을 들여 명나라 때 유명한 탐험대였던 정화의 탐험선과 유적을 발굴하기로 결정했다. 탐험대의 흔적은 아프리카 케냐의 라무와 말린디 인근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와 중국이 자원 외교로 밀접히 가까워지고 있는 시기와 발맞추어 중국은 15세기에 있었던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 흔적까지 발견하려고 한다. 만약 발견될 경우 중국측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할지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상층부는 진작부터 국가적인 전략 차원에서 자원 개발에 나섰다. 중국 내 서열 2위인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 지질대학 출신으로 간쑤 성에서는 지질광산 부부장을 역임했다. 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몸소 익힌 사람이 전면에 나서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이 민주화 여부를 따지며 아프리카에서 더딘 행보를 보인 반면, 중국은 오로지 ‘자원’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독재 국가나 군사 쿠데타 정부 등을 가리지 않고 협정서 조인식에 끌어들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꺼려 하던 서아프리카 기니의 군사 정부와도 약 70억 달러 규모의 석유·우라늄·철강석 등 원자재를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렇게 시나브로 쌓아온 투자액은 어마어마하다. 앙골라에는 약 80억 유로를, 나이지리아에는 약 1백10억 유로를, 수단에는 약 100억 유로를 투자했다. 엄청난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물량 공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원자바오 총리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은 향후 3년간 아프리카에 100억 달러 규모의 양허성 차관을 제공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올해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의 밀월 관계가 눈에 띈다. 남아공은 남부 아프리카에서도 광물 자원이 가장 풍부한 곳이다. 전세계 백금의 90%, 망간의 80%, 크롬의 73%, 금의 41%를 보유하고 있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실장은 “특히 남아공은 전략적 거점으로 중요한 곳이다”라고 지적한다. 남부 아프리카의 맹주국이며 동시에 주변 국가들의 광구 정보도 대부분 남아공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주변 국가인 나미비아·잠비아·모잠비크 등 광물 자원 부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남아공만큼 효과적인 곳이 없다. 이곳에 중국이 터를 잡은 것이다.

중국 국영 기업인 중국야금공사는 남아공에 1백20만t의 선철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초기에 유전 광구 개발에 손을 뻗쳤다면 이제는 광물로까지 확대되었다.

중국이 최근 열심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프리카 자원 개발에서 주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제1세계 국가들이다. 나이지리아만 해도 셸을 비롯해 셰브런, 엑손 모빌 등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이 나이지리아 석유 개발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토탈 S.A는 가봉과 콩고-브라즈빌에서 다량의 원유를 확보하고 있고, 이탈리아 Eni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거대 유전 개발 사업과 유럽으로 통하는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회사인 로얄 더치 셸은 나이지리아에서, 영국 BP는 알제리, 리비아, 앙골라 등지에서 유전과 가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주류 세력의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되면서 아프리카 자원 경쟁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뒤를 이어 인도·러시아·브라질 등도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있으니 그 양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시노팩의 수슐린 회장은 “해외 지분을 인수할 기회는 많지만 이를 노리는 업체들도 정말 많다”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거칠 것 없던 중국도 지난해 7월 이후에만 세 번의 입찰에서 패배했다. 특히 가나의 주빌리 유전 시추권 입찰에서 패배한 것은 뼈아팠다. 막대한 자본을 내세운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를 제친 곳은 미국 최대 정유업체인 엑슨모빌이었다. 미국 역시 중동의 정세가 불안할 때 아프리카가 그 대체 역할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 2008년 7월9일 카자흐스탄-중국을 잇는 가스 파이프라인 중 알마틴-캅차카이 구간에서 인부들이 공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자원으로 인기 끄는 중앙아시아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데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독재자로 악명 높다. 지난해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지목한 세계 최악의 독재자 5위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는 요즘 어느 나라에서나 환대를 받는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세계 13위(점유율 2.1%)이지만 매장량은 세계 4위(4.3%)로 추정된다. 생산 규모와 비교했을 때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가스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는 수출이 쉽지 않았다. 수송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거쳐 러시아로 가는 라인으로 한정되었다. 이란을 통한 파이프라인도 있지만 제재 탓으로 수송량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한정된 파이프라인 때문에 덕을 본 곳은 러시아이다. 러시아 회사 가즈프롬은 그동안 투르크메니스탄 천연가스의 독점적인 수요자가 되었다. 가즈프롬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싸게 사온 천연가스를 유럽에 비싸게 팔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 쪽으로 향하는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2008년 1천㎥당 1백40달러였던 투르크메니스탄의 천연가스 공급 가격이 2009년에는 3백40달러로 상승했다. 러시아의 독점 구조가 깨지면서 이제는 새로운 가스전 개발을 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다국적 에너지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앙아시아 자원 부국은 투르크메니스탄뿐만이 아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최대의 산유국이다. 원유 매장량만 해도 3백98억 배럴에 달한다. 우라늄과 크롬의 매장량은 세계 2위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원유 매장량이 6억 배럴에 달한다. 금과 우라늄은 각각 세계 5위, 10위의 매장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세 국가의 공통점은 아직 미개발 지역이 많다는 데 있다. 다른 국가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이다.

가장 급부상한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6월 투르크메니스탄에 40억 달러를 대출해주었다. 아프가니스탄 국경 근처에 위치한 투르크메니스탄의 최대 가스전을 개발하는 비용이었다. 30년 계약으로, 중국은 연간 4백억㎥의 가스를 공급받게 된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최대 석유업체인 중국석유(CNPC)가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회사 카즈무나이가즈(KMG)에 50억 달러를 제공하고 개발 사업 우선권을 확보했다. 카자흐스탄 최대 석유회사인 만기스타우무나이가즈(MMG)도 사회 기반 시설 투자금 명목으로 50억 달러를 대출하면서 인수했다.

■ 남미·몽골·동중국해 등도 소용돌이 속으로

그동안 중앙아시아 국가와 관계된 유전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 몫이었다. 30년 가까이 발굴된 유전 가운데 세계 최대로 평가받는 카자흐스탄 카스피해 지역에 있는 카샤간 광구의 지분은 대부분 미국의 엑슨모빌과 필립스, 이탈리아 국영 기업인 아집 등이 차지했다. 아바이 광구에는 노르웨이 국영 회사인 스타트오일이 참여했고, 이탈리아 국영 회사인 아집은 카샤간 광구 지분을 일부 가지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영 회사인 토탈과 렙솔 역시 각각 쿠르망과 다칸의 운영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산유국의 몫이 커지는 추세이다. 과거 헐값에 계약을 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자국 국영 기업의 지분을 늘리고 다국적 기업의 지분을 줄이는 쪽으로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확보하려는 해외 자본들의 경쟁이 더욱 격화할 수밖에 없다.

북극해·아프리카·중앙아시아뿐만이 아니다. 석유 외에도 구리·금·은 등의 매장량이 많은 남미는 미국과 유럽 등 1세계 국가 외에 중국과 일본 등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석탄(세계 10위)·구리(13위)·우라늄(14위)·몰리브덴(11위)·형석(3위) 등을 보유한 자원 부국 몽골에도 인접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이 터전을 잡고 있고, 최근에는 일본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자원은 영유권 분쟁의 씨앗이 된다. 최근 일본이 중국 어선을 나포해 중국과 외교적 마찰을 불러일으킨 센가쿠 열도 역시 자원 때문에 생긴 갈등이다. 센가쿠 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는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바다 아래에는 석유 1천억 배럴, 천연가스 10조t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중국해 중부에 있는 작은 산호초 무리를 둘러싼 영유권 다툼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난사 군도’라 불리는 이 산호초 무리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국가는 중국, 타이완,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등이다. 이곳이 영토로 인정될 경우 확대될 바다 아래에 매장된 석유의 양은 사우디아리비아의 매장량과 비슷한 2천억 배럴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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