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 김정식 / 연세대 상경대학 교수(현) ()
  • 승인 2010.10.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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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오랫동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수명이 짧다. <포춘>에서는 세계 5백대 기업을 발표하는데, 10년 후 다시 5백대 기업에 드는 기업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아도 기업의 수명이 짧다. 60여 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우리 기업사를 보면 그동안 업종이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가발, 섬유, 합판, 신발에서 석유화학, 건설을 거쳐 지금은 전자와 반도체 그리고 조선과 자동차가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업종이다. 업종의 변화가 이렇게 심한데 그 속에 있는 기업들의 부침은 말할 것도 없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부침은 더욱 심해지고 기업들의 성장세 또한 크게 둔화될 것이 예상된다. 노동 생산성과 노동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존 자원이 없는 우리 실정에서 인적 자원만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기반이었다. 그러나 경쟁이 없고 질 낮은 교육을 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온 지금의 대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자질이 크게 떨어져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 기업들의 경영 전략이 단기 전략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윤의 대부분을 주주와 경영자 그리고 노동자들이 나누어 갖고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는 최소화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러한 전략은 일본 기업이나 미국 기업의 경영 전략과는 비교되는 부문으로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 없이는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최고경영자들이 기업의 외부 경영 환경을 중요시하지 않는 것도 우리 기업의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 경제는 1992년 자본 자유화를 하면서 기업의 경영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 자본의 유입과 유출에 따라 환율과 주가 그리고 최근에는 금리까지 그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외부 환경이 과거와 달리 급변하는데 최고경영자들은 과거 자신이 교육받고 경영 전략을 세우던 폐쇄 경제하에서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외부 경영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의사 결정은 기업을 도산하게 만든다. 이는 외환위기를 두 번씩이나 당하고도 아직도 환율 전망에 투자하는 조선회사나 자동차회사가 없다는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중국의 부상 또한 큰 문제이다. 중국은 예상과 달리 모든 분야에서 우리를 너무 빨리 따라잡고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그리고 반도체 산업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선업은 과거 건설업이 겪었던 것과 같이 빠른 시일 내에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산업 자체 기반이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조선 산업은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성장을 지속하려면 정부와 기업들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초등학교부터 교육 제도를 개선해 인적 자원의 질을 높여야 하며, 기업은 이윤 나누어 먹기 식 단기 전략에서 연구 개발 위주의 장기 전략으로 경영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개방 경제에서 사고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환율, 세계 경제와 같은 외부 기업 경영 환경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의 장래는 어둡다. 성장세가 멈추고 도산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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