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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이론’에 창조의 비밀 담겼다?

최근 논란 일으킨 스티븐 호킹 박사의 ‘우주 자연 생성론’에 인용된 물리학 법칙과 이론들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ㅣ | 승인 2010.10.18(Mon) 15: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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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가끔씩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번쯤 가져보았을 궁금증이다. 우주는 정말 <성경>에서 말하는 전지전능하신 신이 친히 창조한 것일까. 아니면 우주가 폭발해서 저절로 생겨난 것일까. 이에 대해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리어나드 믈로디노프 박사와 함께 써 최근 펴낸 저서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신이 우주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저절로 생겨났다고 과학적으로 설명해 세계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모든 과학적 연구 결과, 우주는 중력의 법칙과 같은 물리학 법칙이 있었기 때문에 무(無)의 상태에서 스스로 창조할 수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즉, 대폭발인 ‘빅뱅(대폭발)’이 신적 존재의 개입이 아닌 중력의 법칙에 의해 불가피하게 발생했고, 이같은 자발적 창조가 우주와 우리가 존재하게 된 이유라는 것이다. 

   
▲ 지난 2008년 5월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스티븐 호킹 박사.
ⓒ연합뉴스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은 우주를 창조할 필요가 없고 특히 우리 인간을 창조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이다. 그러면서 그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간이 입증할 수는 없지만, 찰스 다윈이 생물학에서 창조자의 필요를 제거했듯이 인간과 우주가 존재하게 된 이치를 물리학의 법칙들이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이 신을 불필요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호킹이 우주가 신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저절로 생성되었다는 근거로 내세우는 이론은 무엇일까. 바로 ‘M 이론’과 ‘다우주 이론’이다.

저서 <위대한 설계>에서 M 이론과 다우주 이론은 예전보다 훨씬 복잡하게 발전하기는 했지만, 근본이 변하거나 놀라운 발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과학적 결과물을 보는 호킹의 시각이 변한 정도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아주 난해한 이론이지만, 잠시 그의 우주 생성론을 들여다보자.

■ 우주 생성 모델 ‘빅뱅’

현재의 표준적인 우주 생성 모델은 ‘빅뱅’이다. 우주는 1백37억년 전에 무한히 작은 한 점에 모든 물질이 모여 있다가 대폭발을 거쳐 지금의 우주처럼 팽창했다는 것이 바로 빅뱅 우주론이다. 무한히 작은 점에서 폭발적으로 우주가 탄생했다는 것이 가당하기나 할까.

우주론자들은 빅뱅이 시작된 시점을 태초라고 부른다. 빅뱅 우주론에서 태초는 어마어마한 밀도와 온도를 가진 특이점(singularity)이 있다. 이 점에서는 현재의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학의 법칙이 전혀 맞지 않는다. 그래서 특이점이라 불린다.

현재 우주 공간은 팽창하고 있다. 팽창하는 우주를 시간적으로 거꾸로 돌리면 어떻게 될까. 이는 과거로 돌아갈수록 수축된다는 의미이다. 지구·태양·은하 등 우주의 모든 물질을 과거로 되돌리면 결국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온도와 에너지 밀도를 가진 매우 작은 한 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 작은 점이 대폭발해 우주가 생성되었고, 그 폭발에 의한 팽창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주가 빅뱅에서 시작되었다는 아이디어는 미국 천문학자 허블의 관측 결과에서 나왔다. 1929년 허블은 당시 세계 최대 망원경으로 여러 은하의 후퇴 속도(적색 이동)를 관측해 은하들이 거리가 멀수록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즉,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던 것이다.

이후 1970년대 호킹이 로저 펜로즈와 함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우주 탄생 순간에 크기가 0인 한계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주가 무한히 작은 점인 특이점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 시점이 바로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한 지 10-43초가 되는 순간이다. 이 짧은 시간을 ‘플랑크 시간’이라고 한다. 플랑크 시간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이다.

우주 초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찰나가 있었다. 바로 급팽창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 일어난 시기이다. 빅뱅 후 플랑크 시간이 지난 바로 뒤에 우주가 가속적으로 부풀어 그 크기가 찰나보다 짧은 순간에 1030배 이상 커졌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빅뱅 후 10-35~10-32초 사이에 우주의 크기가 10-33㎝ 정도에서 10-3cm 이상으로 커졌다는 것이다.

우주 초기에는 에너지 분포가 방향에 따라 달랐다. 그런데 엄청난 팽창을 겪으면서 이런 차이가 사라지고, 우주는 등방성(공간은 모든 방면에서 성질이 같음)을 갖게 된다. 또 초기의 우주는 평탄한 우주였다고 한다. 풍선을 엄청나게 크게 불면, 불기 전에 둥글게 보이던 풍선 표면이 놓으면 평탄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빅뱅의 해결사 ‘급팽창’의 또 다른 매력은 오늘날 여러 천체를 탄생시킨 씨앗을 자연스럽게 뿌려준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대폭발 직후 찰나의 짧은 시간 동안 공간이 1030배 이상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물질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급팽창을 일으키던 기운이 위치마다 다른, 즉 급팽창 때 생긴 미세한 밀도의 차이가 중력으로 인해 점차 커지면서 별과 은하계 등 거대 우주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만일 우주 초기에 인플레이션이라는 엄청난 팽창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우주뿐 아니라 인간도, 지구도 탄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주가 탄생하고 찰나도 되지 않은 순간에 우주에는 너무나도 큰 사건이 벌어진 셈이다.

빅뱅 이론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결정적 증거는 1964년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아노 펜지아스와 로버트 윌슨이 발견한 초기 우주의 흔적인 우주 배경 복사이다. 이는 허블의 우주 팽창 발견 이후 최고의 관측으로 일컫는다. 우주 초기에는 물질과 빛이 뒤엉켜 있어 빛이 자유롭게 다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빅뱅 후 30만년이 지나면 비로소 빛이 물질과의 상호 작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다. 이때 출발한 빛이 현재 우주 배경 복사로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 다우주의 모습. 인플레이션 우주론에 따르면, 탄생 직후의 우주에서는 아들 우주가 무수히 생겼다고 한다.
ⓒNewton사 제공

■ 태초, 그 앞에 있었던 것은?

태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태초 이전은 뭐냐’라고 묻는다. 우주가 시작된 시점이 있다고 하면, 그 이전은 어떠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이 이론은 우주론자들을 무척이나 괴롭혔던 주제이다. 이 의문을 설명할 수 없어 그동안 우주론자들은 태초의 특이점을 제거하려는 쪽으로 노력해왔다. 태초가 시공간의 특수한 점이라면 우주의 탄생이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뱅 우주론은 이 질문을 의미 없게 만든다.

호킹은 1983년 제임스 하틀과 함께 자신의 ‘무경계 우주론’으로 태초에 대한 의문을 훌륭하게 설명했다. 무경계 우주론은, 우주에는 시작이나 끝을 나타내는 시간적 경계가 없고 또 공간적 부피는 있되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즉, 우주는 마치 지구 표면처럼 면적은 있지만 경계선이 없다는 것이다.

호킹은 ‘태초 이전은 뭐냐’라고 묻는 것은 ‘북극점에서 더 북쪽은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과 같다는 예를 들었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북쪽으로 가면 언젠가는 북극에 도달한다. 하지만 북극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북쪽으로 갈 수 없다. 북극에서는 북쪽이라는 방향조차 없다. 동쪽이나 서쪽도 없고 오로지 남쪽이라는 방향만 존재한다. 따라서 북극에 서 있는 사람이 어느 쪽으로 간다 해도 그쪽은 모두 남쪽인 것이다.

그는 또 태초보다 10분 전의 시간에 대해 묻는 것도 지구의 북극에서 북쪽으로 1㎞ 더 간 지점이 어디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풀이했다. 빅뱅이란 공간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시간의 시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언젠가는 태초에 도달하지만, 태초에 도달하면 더 이상 과거는 없고 미래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정말 놀라운 해석이 아닐 수 없다.

■ 점이 아닌 끈으로 이루어진 우주

자연계에는 네 가지 힘(강력·약력·전자기력·중력)이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순간부터 플랑크 시간 동안, 이 네 가지 힘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주가 탄생한 후 플랑크 시간이 지나자마자 네 가지 힘 가운데 중력이 분리된다. 이때는 일반상대성 이론을 적용받는다. 그리고 10-35초에 이르면 공간의 팽창과 함께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마치 수증기가 물로 변하듯 상태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때 우주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원자핵을 뭉쳐 있게 하는 강력이 분리된다. 그 후 10-11초에 이르면 다시 한번 상태 변화를 거치면서 전자기력과 약력이 분리되었다고 본다.

문제는 이 빅뱅 찰나를 기술할 물리학이 아직 없다는 데 있다. 현대 이론물리학자들의 최대 관심은 바로 이 네 가지 힘을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른바 이 ‘모든 것의 이론(TOE)’을 찾는다면, 빅뱅 당시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던 모든 힘이 하나씩 분리되는 과정, 즉 우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비밀까지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통일장 이론을 찾는 데 생애의 마지막 30년을 보내기도 했다.

이 네 힘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대통일 이론(GUT Grand Unified Theory)의 유력한 후보로 제시된 것이 바로 ‘초끈 이론’이다. 초끈 이론은 작은 끈의 진동으로 모든 입자와 힘을 설명하려는 이론이다. 만물을 구성하는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점(입자)이 아니라 고무줄과 같은 성질의 아주 작은 1차원 끈이라는 것이다.

이 끈은 길이가 10-33㎝밖에 안 되지만 바이올린 줄이 어떻게 진동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다르듯이, 일정한 에너지를 가진 끈의 진동에 의해 다양한 입자와 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들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가령 전자기력을 전달하는 광자와 중력을 전달하는 중력자도 모두 끈의 진동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초끈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4차원 시공간이 아니라 네 가지 기본 힘들을 모두 포함하는 10차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을 넘어선 그 이상의 추가적인 차원은 매우 촘촘하게 말려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2차원의 종이를 돌돌 말면 원통 모양이 생기고, 이것을 더 얇게 말면 1차원 선이 된다. 이 선의 양 끝을 붙여서 고리를 만들고, 이 고리의 크기를 역시 아주 작게 하면 0차원의 점이 된다.

■ 우주 설명할 마지막 이론

그런데 문제는 유일해야만 할 것 같은 통일 이론의 후보가 다섯이나 있다는 것이다. 끈의 모양이 여러 개일 수 있고, 또 6차원이 축소되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현재 이론적으로 틀리지 않다고 받아들여지는 초끈 이론만도 다섯 개나 된다. 이 때문에 하나뿐인 우주를 설명할 이론이 너무 많다는 문제점을 들어 끈 이론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제안된 것이 M 이론이다. 1995년 미국의 위튼 박사가 다양한 초끈 이론을 통합한 ‘M 이론’을 제안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1차원 끈들이 사실은 아주 가는 두께를 가진 2차원 막과 같은 형태라는 M(막을 뜻하는 Membrane의 첫 글자. 때로는 모든 이론의 어머니라는 의미로 Mother라고도 함) 이론으로 다섯 가지 초끈 이론을 모두 통합한 것이다. 막을 둘둘 말아둔 것을 끈으로 착각했다가 자세히 보고 사실을 알게 된 격이다.

M 이론에서는 시공간의 기본 구성물이 흔들리는 미세한 끈이고, 전체 우주는 11차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6차원은 미세한 필라멘트로 말려 있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5차원 공간에 완벽하게 평평한 4차원 막 두 개가 존재한다. 4차원 막 가운데 하나는 우리 우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숨겨진’ 동반 우주이다. 이 이론은 현재 가장 유력한 대통일장 이론으로 알려져 있고, 우주론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호킹은 “일종의 끈 이론인 M 이론을 통해 이제 자연의 모든 특성을 완벽히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틀을 구성할 순간에 와 있다”라며 우리가 지금 인식하는 우주는 수많은 우주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다우주(multiverse) 개념을 주장한다. 우리가 사는 이 우주(태양계)가 유일한 우주가 아니라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저 우주 너머로 무수한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신의 의도가 인간을 창조하는 것이었다면, 결코 태양계와 유사한 환경의 많은 우주가 필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초끈 이론 연구자들은 M 이론을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과학적 업적을 세울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제 M 이론의 남은 과제는 11차원 이상의 우주가 어떻게 4차원으로 내려왔는지를 밝힐 수학의 개발과 실험을 통한 증명이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이론물리학에 던져진 화두이다.

   
▲ 우주는 팽창을 계속하면서 차츰 온도가 내려간다. 그 과정에서 은하와 별 등의 천체가 만들어졌다.
ⓒ Newton사 제공

■ 종교계 과학자들의 반론

그렇다면 이러한 호킹의 우주 생성론에 대해 다른 과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과학적 신학’의 영역을 개척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킹스칼리지의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는 “물리학 법칙 자체가 무에서 유를 만들 수는 없다”라며 우주가 중력의 법칙으로 만들어졌다는 호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또 “중력 법칙이나 물리학 등은 어떤 조건에서 발생한 결과에 따른 설명일 뿐이지 법칙 자체가 특정 세계를 창조할 수는 없다”라고 비판했다.

영국 왕립연구소장을 지낸 수전 그린필드 링컨 대학 교수 또한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호킹 박사처럼 과학 이론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물리학자들은 탈레반처럼 행동한다”라고 혹평하고, 영국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년)의 말을 인용해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사람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성공회 수장 로완 윌리엄스 켄터베리 대주교는 과학자들이 “빅뱅이 어떻게 무 상태에서 발생했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라며, 그것을 증명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물론 호킹 박사가 신과 관련해 항상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다. 1988년 발행되어 수백만 권이 팔린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에서 그는 ‘우리가 하나의 완전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인간 이성의 궁극적 승리가 될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 우리는 신의 정신(mind)을 알아야만 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호킹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호킹은 우주 생성의 ‘완전한 이론’을 발견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1992년 지금의 태양과 다른 별(항성)을 돌고 있는 행성이 발견되었다는 아주 중요한 사건과 그 후의 연구 결과물들을 통해, 우주의 창조에 신이 절대로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믿음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어느 쪽이 옳은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다양한 자연계의 현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 완전히 밝혀지는 날, 비로소 물리학자들과 종교계가 조물주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장애 딛고 우주에 다다른 호킹의 삶과 학문

   
▲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그의 전 부인 일레인(오른쪽).
ⓒ연합뉴스

호킹은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뒤 1966년 ‘팽창하는 우주의 성질’이라는 논문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대학원 과정 중이던 1963년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경화증)에 걸려 2~3년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그는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으나, 곧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고 우주 연구에 매진했다. 1960년대 특이점 정리, 1970년대 블랙홀 증발 이론(호킹 복사 이론) 그리고 1980년대 무경계 우주론 등 획기적인 이론들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우주의 기원과 본질에 대한 연구를 이끌어왔고, 과학자로서의 인생의 꽃을 피워나갔다. 이같은 업적으로 1974년 32세의 나이로 최연소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되었다. 1979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최고 명예인 루카시언 석좌교수에 임명되었고,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호킹은 또 1985년 폐렴 때문에 기관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 목소리마저 잃어버렸고, 손가락도 두 개만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신체 장애를 딛고 1988년 우주의 역사와 시공간 개념을 쉽게 풀이해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를 출간했다.

호킹은 루게릭병에 걸린 2년 뒤 제인 와일드와 결혼했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세 명의 자녀를 낳았다. 제인은 25년간 호킹 박사를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하지만 호킹의 병이 악화되자 그녀는 견디기 힘든 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호킹의 허락을 받고 딸의 피아노 교사와 교제를 했을 정도이다. 게다가 신실한 로만 가톨릭 신자였던 제인은 무신론자인 호킹과의 사상적 갭을 극복하기 힘들어 했다. 결국 1990년, 이들은 25년에 걸친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1995년 호킹은 자신의 간호사인 일레인 메이슨과 재혼했다. 일레인 또한 호킹과 결혼하기 위해 이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전 남편은 호킹에게 컴퓨터 음성 합성기를 만들어준 컴퓨터공학자 데이비드 메이슨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대 초부터 일레인이 호킹에 대해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호킹은 목에 면도날로 그은 상처나 타박상을 입은 채 병원에 실려오기도 했다. 이를 보다 못한 호킹의 전담 간호사들이 2004년 일레인을 고소했지만, 호킹은 일레인이 상습적으로 구타를 했다는 것을 부인(否認)했다. 그가 그렇게까지 하면서 아내를 곁에 두고 싶어 했던 것은 지독한 외로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결국 이들은 2006년 법원을 통해 이혼했다. 현재 호킹 박사는 케임브리지에서 살고 있으며, 세 명의 자녀와 한 명의 손자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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