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장한나·장영주·김선욱 선의의 경쟁 ‘3중주’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10.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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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 차이로 각각 1~3위 차지…성악가 3명도 순위권에

 

음악 분야 차세대 리더 그룹에서 가장 높은 지목률을 보인 음악인은 첼리스트 장한나(28)이다. 그 뒤를 장영주(30·바이올리니스트), 김선욱(22·피아니스트), 김대진(48·피아니스트), 조수미(48·소프라노), 김동규(45·바리톤), 연광철(45·베이스), 김상진(38·비올리스트) 순으로 이었다.

올해 순위의 특이점이라면 지난해 장한나-장영주 선두 그룹의 지목률이 20% 이상으로 나머지 순위와 차이가 났는데, 올해는 선두 3인방 장한나-장영주-김선욱이 각각 16%, 14%, 12%로 차이가 좁혀졌다는 점이다. 특히 김선욱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김선욱은 2008년 지목률 4%로 순위권에 첫 등장한 이후 지난해 10%로 상승하더니, 올해에는 12%로 스승인 피아니스트 김대진을 앞서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김선욱의 상승세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

이 순위는 차세대 리더라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에 국내 음반 판매량이나 콘서트 티켓 판매 실적과는 다르다. 조수미의 경우 음반만 냈다 하면 플래티넘(1만장)은 기본이다. 하지만 성악 장르가 다른 장르에 비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이다. 이번 조사에서 순위권에 오른 인물 가운데 김동규와 연광철 등 성악가만 세 명이다. 장르별로 따지면 가장 많다. 연광철의 경우 지난해 말 지휘자 정명훈과 슈베르트 가곡 콘서트를 열어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 공연을 음반으로도 담아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슈베르트의 연가곡집이 국내에서도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광철의 지명도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장한나가 3년 내내 정상을 지키고 있는 것도 가벼이 볼 수 없다. 첼로보다는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의 인기가 높은 만큼 더욱 그렇다. 그러나 향후 선두권 3인방의 인기는 가늠할 수가 없다.

‘국내에서 키우고 만들어내 해외 영재파만큼 국내에서 인정받는 첫 사례’(한정호 공연기획자)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김선욱은 향후 더 큰 폭의 인지도 상승이 예상된다. 오는 11월에 첫 단독 투어 콘서트를 열 정도로 김선욱의 대중적 인기는 수직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 국내 무대에 설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지휘 공부와 유럽 무대에 치중하기 위해 2011년 국내 활동 일정은 잡지 않고 있다. 장한나 역시 내년에는 성남아트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한 달간의 지휘 프로그램인 앱솔루트클래식 말고는 첼로 무대를 잡지 않고 있다.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첼로 연주와 지휘 작업을 한다. 장영주는 바이올린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교향악단과의 협연 프로그램 등 지금껏 보아왔던 투어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없다.  

 장한나가 지휘 음반 녹음을 하고 지휘 투어를 떠나는 첫해인 내년 활동이 어떤 성과를 나타낼지, 김선욱이 내년 유럽 투어 무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연광철이나 순위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인기 있는 임선혜가 지금보다 더 큰 찬사를 받을 경우 내년도 음악계 리더 순위에는 큰 폭의 변화가 나타날 듯하다.

 

 “오케스트라 지휘는 나름의 사회 공헌 활동…첼로·지휘 둘 다 놓칠 수 없어”
INTERVIEW / 첼리스트 장한나

뉴욕에 머무르고 있는 장한나에게 전화를 통해 차세대 리더 음악 분야 1위에 선정되었다고 전하자 장한나는 “즐겁고 고마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언제부터 지휘를 생각하고 있었나?

2007년에 지휘 데뷔를 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 아버지가 성인이 되었으니 사회에 무언가를 되돌려주어야 한다며 사회 공헌을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셨다. 클래식의 대표 악기가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서 사회 환원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지휘인가?

첼리스트로 할 수 있는 일보다 지휘자로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다. 오케스트라는 100명이 어우러져 소리를 내는 거대한 악기이다. 다른 어느 음악 장르에도 없는 거대하고, 살아 있는 공동체이자 악기이다. 첼리스트로 시작했지만 성인이 된 뒤에는 지휘를 하고 싶었다.

지휘 공부는 어떻게 하나?

스스로 연구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처럼 지휘 역시 직접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경험이 실력을 쌓는 데 중요하다. 로린 마젤이 지휘 선생님이다. 마젤과 내가 서로 스케줄이 빌 때, 또 마젤이 여는 여름 캠프에 참여하면서 배우고 있다.

지휘 녹음도 한다고 하던데.

내년 6월에 독일 밤베르크심포니와 바이에른 방송국을 위해 녹음을 한다. 오는 11월에는 바이에른 청소년교향악단과 함께 뮌헨 등 5대 도시 순회 공연을 한다. 내년 가을에는 시애틀심포니 지휘자로 데뷔한다.

첼로보다 지휘 일정이 더 많아지는 것인가?

아니다. 내년에 첼로 공연이 40회, 지휘 일정이 10회 정도 잡혀 있다. 지휘 일정은 첼로 일정과 섞어가면서 천천히 수행할 것이다. 첼로는 열한 살 때부터 해서 어떻게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일정을 유지하는지 노하우를 안다. 지휘도 그런 노하우가 생길 때까지는 천천히 갈 것이다.

이제 지휘자라고 불러야 하나?

첼로와 지휘, 둘 다 놓칠 수 없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첼로 소리는 귀하다. 내 목소리와 같다. 상상하던 머릿속의 그 소리를 손으로 뽑아내면 나오는 것이 첼로이다. 지휘는 내 마음의 열정과 비전을 모든 단원과 공유해야 마음속에 그리던 소리가 나온다. 다른 이의 마음을 통해서 얻어 나오는 소리, 그렇게 소리를 만들어갈 때 오히려 나를 능가하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

레코딩 아티스트로서 장한나의 차기 음반을 기대해도 되나?

하고 싶은 것이 많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이나 바흐의 무반주 조곡, 베토벤 첼로 소나타 등이다. 바흐의 무반주 조곡을 스승인 로스트로포비치는 69세까지 기다렸다가 녹음했고, 또 다른 스승인 마이스키는 젊었을 때 한 번, 나이 들어 다시 한번 녹음해서 두 번이나 녹음했다. 문제는 언제 녹음하느냐보다 어떤 녹음이냐가 중요하다. 내가 지금 이 음반을 꼭 해야겠다는 갈망을 느낄 때 녹음을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도 음반사에서는 10년 전부터 요청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이 지휘자와 이 악단과 꼭 음반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이도 그렇고 결혼을 고려할 나이가 되지 않았나?

하고 싶어도 할 사람이 있어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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