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요지부동 ‘지존’의 권좌 양강의 진군을 누가 막으랴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10.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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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김정주 ‘빅2’ 체제 계속 이어져…‘테란의 황제’ 임요환 4위

 

과거 ‘놀이’로 치부되던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고,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게임’의 위상 변화는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었다.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게임 업계이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위상이다. 그는 게임업계에서 여전히 신화이고 절대 군주이다. 올해 <시사저널> ‘차세대 인물’ 조사 게임 부문에서도 56%의 지목률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지목률이 높아졌다. 위상만큼 그의 지분 가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21일 재벌닷컴이 상장사 상위 100대 주식 부자의 지분 가치와 개인별 신상명세를 조사한 결과 자수성가한 인물은 20명에 불과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김대표였다. 그는 주식 자산 1조2천1백37억원을 보유해 자수성가형 중 유일하게 1조원을 넘긴 인물이었고, 전체 순위로는 13위에 해당하는 부호가 되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9년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리고 맞은 2010년 시무식 날, 김대표는 IT 산업의 향후 10년을 전망하며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계속해서 변화하지 못하면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라며 위기론을 강조했다. 위기론을 강조하면서도 엔씨소프트는 게임업계 1위를 다지기 위한 라인업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니지→리니지2→길드워→아이온’으로 이어지는 MMORPG(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라인업에 내년에는 ‘길드워2’와 ‘블레이드앤소울’이 추가된다.

 

김대표의 존재는 그의 한마디가 게임업계에서 지니는 무게감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0월12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크리에이터 포럼’에서 김대표는 “게임이 하드코어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너무 싫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더 쉽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도 김대표의 이날 발언이 게임에 열심히 몰입하는 일부보다는 다수의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것 아니냐며, 차기작이 가져올 패러다임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모양새이다.

김정주 NXC(구 넥슨홀딩스) 대표는 3년 연속 2위를 차지했다. 김대표는 외부 노출이 많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넥슨의 주요 문제를 결정할 때면 어김없이 그의 뜻이 반영된다. ‘던전앤파이터’로 한 해 매출이 4백억원 정도인 게임업체 네이플을 약 4천억원을 들여 인수했던 김대표의 결정도 결국 접속자 수가 급증하면서 대박을 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대표 역시 김택진 대표처럼 자수성가형 재산가로 분류되는데, 재벌닷컴의 조사에서 5천58억원의 주식 지분을 보유해 전체 38위를 기록했다.

 

‘천재 게임 개발자’ 송재경은 3위에

‘천재 게임 개발자’라고 불리는 송재경 XL게임즈 대표는 김택진·김정주 대표와 깊은 관련이 있다. 엔씨소프트의 터전을 만들어준 게임 ‘리니지’를 주도적으로 만든 인물로서, 김정주 대표와 넥슨을 공동 창업했다. 이후 XL게임즈를 만들어 독립하면서 게임업계의 큰 기대를 모았지만 첫 작품인 레이싱 게임 ‘X1’은 실패로 돌아갔다. 지금은 ‘아키에이지’라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장르인 MMORPG 분야이다.

이전의 조사를 살펴보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은 모두 게임을 ‘창조’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올해에는 변화가 엿보인다.  게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프로게이머들이 순위에 등장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4위에 이름을 올린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이다.

임선수는 2008년과 2009년 조사에서는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면 올해에는 왜 등장했을까. 그 배경에는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2’가 있다. 지난 7월27일 블리자드가 ‘스타2’를 공식 발매하자 게임계에서는 ‘스타1’과 ‘스타2’의 공존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한 쪽에서는 “10여 년간 스타1이 구축한 프로게임계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공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스타2가 대세가 되려면 거물급 스타1 프로게이머들이 넘어오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특히 e스포츠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임선수의 행보는 항상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블리자드는 곰TV로 유명한 ‘그레텍’과 스타2의 국내 모든 권한을 대리하도록 계약을 맺었고, 그레텍은 스타1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마무리하지 않고 스타리그를 주최한 한국e스포츠협회(KeSPA)를 배제한 채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GSL)’를 개최하고 있다. 이 GSL 시즌2부터 임선수가 예선 참가를 결정하면서 ‘스타2 전향’을 선언했다. 임선수가 스타2 전향을 선언하자 팬들은 GSL 예선에 모든 이목을 집중했다. 그리고 지난 10월10일, 임선수가 짧은 준비 기간에도 훌륭한 게임 감각으로 예선전을 전승으로 통과하자 각종 게임 관련 사이트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스타1 프로게임계에서 독주하고 있는 이영호 선수(KT)도 이번 조사에서 순위에 올랐는데, 이는 그의 압도적인 성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타1과 스타2가 대립한 현 상황에서 그의 행보 역시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으로 손꼽히는 박지영 컴투스 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컴투스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용 콘텐츠 사용자를 위해 안드로이드 전용 웹사이트를 구축해 게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권준모 전 넥슨 대표 역시 지목률이 적지 않았다. 권대표는 복귀를 위해 ‘네시삼십삼분’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법인을 세웠다. ‘네시삼십삼분’이 내놓은 처녀작은 뜻밖에 게임이 아닌 ‘할인의 달인’이라는 생활용 앱이었다. 이 앱은 자신이 가진 신용카드나 멤버십카드가 어떤 할인 혜택을 가지고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권대표는 차기작으로 스마트폰용 게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영진 프로게이머, 김범수 아이위랩 대표, 서민 넥슨 공동 대표이사, 장병규 블루홀스튜디오 이사장 등의 이름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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