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발걸음 빨라진 ‘40대 기수’들 정치 중심에서 ‘세’를 외치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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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선두’…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위

 

4월의 한나라당에는 ‘신(新) 40대 기수론’ 바람이 뜨겁게 불었다. 그 진원지는 6·2 지방선거에 나설 서울시장 후보 경선대회장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연임을 향해 나섰고, 원희룡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이에 도전장을 냈다. 40대인 세 정치인은 치열하게 맞붙었고, 모처럼 만의 경선 흥행에 한나라당은 싱글벙글했다.

 6·2 지방선거에서는 40대 젊은 정치인들을 향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그대로 표출되었다. 오세훈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고, 민주당의 40대 후보 트리오인 송영길·안희정·이광재 후보가 모두 당선하는 영광을 안았다.

7월1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는 나경원 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며 3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되었다. 7월15일 민주노동당은 전당대회에서 42세의 이정희 의원을 최연소 당 대표로 새롭게 선출했고, 7월21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사무총장에 원희룡 의원을 전격 임명했다. 원의원은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이 맡고 있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여기에 남경필 의원이 새로 앉았다.  

9월9일 민주당 전당대회 예비 경선에서 ‘486 정치인’인 이인영·최재성·백원우 후보가 모두 컷오프를 통과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10월3일 전당대회에서는 이인영 후보가 ‘빅3’에 이어 전체 4위로 최고위원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에서 보듯 2010년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40대의 대약진’으로 정의할 만하다.    

<시사저널>이 창간 21주년을 맞아 전문가를 대상으로 ‘차세대 파워리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치 분야에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의 면면은 모두 앞에서 소개된 인물들과 일치한다. 과거 40대 정치인들은 ‘가능성’만을 평가받았다면, 이제 이들은 기성 정치권에 ‘도전’했고, 성과를 얻어냈다. 실제 광역단체장이나 여야 수뇌부의 자리를 차지하며 실질적인 정국 운영의 주역으로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신 40대 기수론을 처음 부르짖었고, 이후 여당의 사무총장에 오른 원희룡 의원은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이어 올해에도 역시 ‘차세대 파워리더’ 정치 분야 1위를 차지했다. 40.0%의 지목률을 나타내 지난해(20.0%)보다 크게 상승했다. 이처럼 전문가 집단 설문조사에서 원의원이 계속 강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 원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따뜻한 보수, 개혁적인 보수에 대해서 일관된 문제의식을 가진 채 거기에 내용을 쌓아나가는, 그런 학습하고 도전하는 자세에 대해서 아직은 (전문가들이) 기대를 접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대한 일종의 격려성 주문이 아닐까 싶다”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원의원은 해마다 전문가 집단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데 비해 대중적인 인기가 상대적으로 다소 약한 것을 자신의 취약점으로 꼽았다. ‘정치인 원희룡의 단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똑똑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좀 강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나 스스로는 친화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다른 분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고쳐야 하지 않겠나”라며 크게 웃었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008년 총선에서 재선에 실패한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시사저널>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 처음으로 10위권 내에 진입했는데, 처음부터 단숨에 2위(26.0%)로 뛰어올랐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나경원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등은 2008년 첫 조사 이래 3년 연속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안희정 지사는 올해 3위(24.0%)로 치고 올라온 상승세가 무섭다. 4위에 오른 오세훈 시장도 지난해에 비해 순위가 두 계단 내려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차세대 리더로 자리매김하며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까지 거론된다. 1961년생인 오시장은 <시사저널>의 ‘차세대 리더’ 조사가 50세 미만의 인물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번이 마지막이 되는 셈이다. 6위에 오른 송영길 시장의 뚝심도 대단하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3선 의원에 최고위원을 거쳐 광역단체장에까지 입성함으로써 좀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입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정희·나경원 의원 ‘여풍’도 매서워

올해 정치권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을 들라면 단연 나경원 최고위원을 꼽을 만하다. 한때 ‘이미지 정치인’이라는 오명도 들었으나, 이를 말끔히 씻어내고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과시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오시장과 최종 경합까지 가는 명승부를 연출했고, 이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는 예상을 깨고 안상수-홍준표 양강 구도에 이어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공동 7위에 올랐다. 486세대 정치인 중에서는 최다선(4선) 의원인 남경필 의원의 저력도 상당하다. 공동 10위에 올랐다. 

 5위에 오른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이광재 강원도지사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이대표는 42세의 나이에 ‘제4당’인 민노당을 이끄는 대표가 되었다. 이번에 순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진보신당의 대표로 선출된 조승수 의원(48)과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최근 강원도지사 업무에 복귀한 이광재 지사는 공동 7위에 올랐다. 스스로가 거침없이 ‘대권의 꿈’을 말할 정도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경선에서 40대 돌풍을 일으켰던 최재성 의원과 백원우 의원은 각각 9위와 공동 10위로 ‘차세대 리더’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또 한 명 주목할 만한 ‘뉴페이스’는 공동 10위에 오른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다. 1970년생인 그는 가장 막내 정치인이다. 이제 초선이고 특별한 당직을 맡고 있지 않지만, 한나라당 경선 때 초선 의원을 대표하는 최고위원 후보로 여기저기서 거론될 정도로 일찌감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486세대 정치인들의 강점은 개혁성과 소통에 있다. 여야로 갈라져 있지만, 그들끼리의 공감대가 있다.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야권의 40대 정치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일부러 자주 만들고 있다. 안희정 지사, 송영길 시장과는 최근에 식사도 했다. 이광재 지사도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486이 세력화한다는 것이 계파화하거나 패권 집단이 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질서, 새로운 통합을 창조하는 데 486이 앞장서서 헌신하겠다는 취지이다”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정치인’ 부문 2위로 뽑힌 것에 대한 소감은?

너무 과도한 기대인 것 같다. 2012년으로 가는 길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주당이 진보의 길로 조금 더 나아가고 민주·진보 대통합을 이루는 과정을 확실하게 만들어가는 데 집중할 것이다.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변화에 대한 열망은 강력하다. 단지 새로운 사람, 젊은 사람에 대한 기대는 아니다. 내가 외쳤던 소리에 대한 공감도 있다고 생각한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의 진보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으로서 당장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내 정치 철학이나 입장을 앞세울 마음은 없다. 하지만 민심의 반영, 국민의 삶과 관련된 문제들은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양보하지 않고 지켜나갈 것이다. 당장 FTA(자유무역협정) 문제만 해도 국익을 훼손하고 피해 산업과 피해 계층이 증대되는 것들은 시정해야 한다. 많은 국민이 이를 지지하고 찬성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것은 양보 없이 주장할 생각이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 창구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페이스북을 많이 활용한다.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하면서 시작했는데 페이스북 친구가 5천명을 채웠다. 그곳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아이디어도 많이 얻는다. 최고위원회 모두 발언의 아이디어도 거기서 많이 얻었다. 트위터도 열어놓기는 했는데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설득 논리나 설명이 뒷받침되기 어려워 나한테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정치인 이인영의 장점과 단점을 들자면?

사람들과 한두 번 만나서 깊어지는 것은 잘 못한다. 서너 번 이상 만나는 과정에서 서로의 진면목을 보면서 관계가 깊어지는 편이다. 스킨십이 강한 사람도 아니고, 순발력 있는 대중 정치인의 모습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면목을 확인하면 오래가려고 한다. 의리일 수도 있고 진정성일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그런 것들이 이념이나 노선보다 힘차다. 너무 느리지 않게 신중하려고 한다. 덧붙이자면 옳지 않은 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

옳지 못한 것을 못 견디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장점이라고 보는가, 단점이라고 보는가?

하기 나름이다. 옳지 않다고 욱하고 때려친다면 좋지 않다. 바로잡으려는 지혜, 단호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키워갈 생각이다.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에 동의한 적은 거의 없다. 혼자서라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한나라당에도 운동권 출신 486 의원들이 많이 있는데.

그분들이 우리 세대가 가지고 있던 가치인 민주화·복지·평화를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잘 되지 않는데도 한나라당에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계속 남아있는 것은 회절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화·복지·평화와 같은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벽에 부딪히면 미련 없이 털고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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