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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환율 전쟁 조종하는 ‘검은 그림자’

환투기 세력 곳곳에서 활개…가공할 담합 위력 가져 각국 정부도, IMF도 통제 못해

조명진│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10.25(Mon) 18: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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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환율 전쟁은 글로벌 유동성이 가져온 결과이다. 문제는 환율 전쟁에서 단순히 각국의 중앙 은행 간에 이자율과 통화량 조절에 따른 머리싸움이 아니라 단기 투기성 자금, 즉 핫머니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외환 시장에서 핫머니를 운영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환투기 세력이다. 사실 환투기 세력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도, 각국 재무부도 이들 환투기 세력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환투기 세력의 정체와 위력을 살펴본다.

   
▲ 자국 통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환율 전쟁’이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환투기 세력의 대표 주자는 1992년 영국 중앙 은행을 상대로 환투기를 벌여 10억 달러의 단기 차익을 챙긴 조지 소로스이다. 소로스는 1995년에 파생상품인 키코(KIKO)를 만들어 일본 엔화를 공격해 추산되지 않는 수익을 올린 바 있다. 그리고 그는 1998년 동남아시아를 뒤흔든 외환 위기의 배후에 있었다. 이렇게 자본 동원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소로스가 이끄는 환투기 세력의 가공할 담합 위력을 무시하고 아시아 각국 중앙 은행들은 이들 환투기 세력과 정면으로 맞서기 일쑤이다.

유럽 재정 위기에 앞서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들이 비밀 회동을 갖고 유로를 공격하기로 했다는 보도들이 잇따랐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는 지난 2월 소로스를 필두로 한 헤지펀드들이 일제히 유로 폭락 및 그리스 파산에 베팅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소로스가 이끄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Soros Fund Management LLC), 골드만삭스 산하의 폴슨 앤 컴퍼니(Paulson & Co), SAC 캐피털 어드바이저스(SAC Capital Advisors LP), 그린라이트 캐피탈(Greenlight Capital Re Ltd) 등 대형 헤지펀드 임원들이 지난 2월8일 맨해튼의 타운하우스 레스토랑에서 비밀 회동을 갖고 유로화에 대한 투기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비밀 회동은 연구 투자 자문회사인 모네스 크레스피(Monness Crespi)와 하트 앤 컴퍼니(Hardt & Co)가 주선했다. 이 비밀 회동의 23개 의제 가운데 하나가 유로화에 대한 베팅이었다. 특히 SAC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포트폴리오 담당이사가 이 베팅을 부추기며 참여를 독려했다고 전한다. 이날 저녁 회동 후 모네스 크레스피를 통해서 수백 명의 헤지펀드 고객들에게 연구 보고서가 전달되었다. 

   
주 표적은 위안화 절상 거부하고 있는 중국

이번 환율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이들이 만나서 아시아 외환에 대해서 공동 전선을 폈다는 보도는 아직 없다. 그런 모임이 있었을 것이라는 심증은 나오지만 실제 보도는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들의 알리바이를 추적하면 환투기 세력의 회동이 어떤 형태로든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환율 전쟁이 소강 국면에 들어갈 때쯤이면 월가에 정통한 언론 또는 환투기 세력과 가까운 금융인의 저서를 통해서 이 회동 사실이 확인될 것이다.

홍콩의 오리엔탈 데일리뉴스 2009년 3월16일자는 “국가 간의 비밀 전쟁이 더 격화될 것이고, 그 전쟁은 더욱 무자비한 것이 될 것이다”라는 경고로 서론을 시작한 뒤 “중국은 발언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 대해서 자국의 위치를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친중국적인 논설을 실은 적이 있다. 마치 환율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는 듯한 보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6일 브뤼셀을 방문 중이던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과의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절상 요구에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자바오 총리는 위안화의 급속한 절상은 중국 기업의 파산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사회 불안을 조성할 것이며, 이같은 중국의 재앙은 전세계적인 재앙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미 미국과 IMF는 중국에 위안화 절상에 앞장설 것을 거듭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환율을 전쟁을 위한 무기로 여겨서는 안 된다”라며, 환율 전쟁은 전세계적인 경제 회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칸 총재는 중국이 IMF 안에서의 발언권 확대를 원한다면 세계 경제에 대해 더 큰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하며 중국을 겨냥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재무부가 10월15일에 발표하기로 예정된 환율 보고서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기보다는 보고서 제출을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미·중 비즈니스 위원회’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섣불리 지정해 중국과 마찰을 빚기보다는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중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라고 논평했다.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데에는 미국과 EU뿐만 아니라 서방 언론까지 가세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0월15일자에서 나라별로 맥도날드 빅맥의 가격 차이를 제시했다. 중국에서는 맥도날드 햄버거의 가격조차 평가절하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에서 3.71달러인 빅맥이 중국에서는 2.18달러이기에 더 올려야 한다는 논조였다. 그러나 이는 현지의 물가에 대비하지 않고 단순히 절대 가격으로 비교한 것으로써, 서방 언론도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동 전선에 가세해 중국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 EU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거부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
ⓒ연합뉴스
‘위풍당당’ 환투기 세력 통제 장치 시급

환투기 세력들 사이에는 묵시적인 ‘믿음’이 있다. 바로 “정부는 결코 시장과 싸워 이길 수 없다”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중국을 제외한 11개 아시아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2조9천6백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에 비해 3.1%가 증가한 수치이다. 지난 9월 일본이 6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 시장 개입에 나선 후 한국과 타이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상당 규모의 달러를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산 다각화 차원에서 유로와 금 보유를 늘린 것도 외환보유액이 급증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유로화의 경우 최근 한 달간 가치가 약 7.5% 올랐고 금값도 11.9%나 상승했다.

이를 보면 환율 전쟁뿐만 아니라 금값 상승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미국과 EU 국가들이라는 사실이다. 더불어 2백50억 달러의 자산을 운영하고 있는 소로스 펀드(Soros Fund Management LLC)는 SPDR 골드 트러스트의 네 번째 큰 투자가로서 2009년 4/4분기에 금에 대한 투자를 1백52% 늘리며 금값 상승을 부추겼다. SPDR 펀드의 금 보유량은 1천1백7t으로 중국의 보유량보다도 많다. 소로스의 금 매입 시점을 보면 중국보다 한 발짝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시세 차액을 많이 챙길 수 있는 것은 현물 가격에 직접적 영향 행사가 가능한 소로스를 비롯한 시장 세력이다.

한편, 원화가 환투기 세력에게 농락당하면 한국 정부는 수조 원, 수십조 원씩 채권을 발행해 만든 실탄으로 환율 방어에 나선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방어력 수준은 환투기 세력을 당해 내기에는 턱없이 낮다. 환투기 세력들도 그것을 알고 덤빈다. 알려진 바로는 2008년 우리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치른 대가(누적 손실)는 30조원에 달한다. 이 돈은 물론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국가 채무이다. 이번 환율 전쟁에서 우리 정부가 얼마나 손실을 보았는지는 진행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G20 모임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무정부적 국제 환율 시스템을 통제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절실하다는 점에는 G20 회원국 대다수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환투기 세력에 대해서 효율적인 규제 조치나 통제 장치가 없다면, 향후 국제 외환 시장에서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더불어 국제 환율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상정하지 않거나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국제 환율 시스템은 계속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10월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에서 ‘환율 전쟁’을 막기 위한 합의 도출에 실패해서, 결국 이에 대한 논의는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에서 다루게 되었다. G20에서 당초 금융 시스템에 대한 규제를 논의하는 대신 환율 전쟁을 우선순위로 다루게 된 것이다. 이것은 바로 환투기 세력이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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