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금고에 51억원뿐…”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10.25 18: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인터뷰 / “빚 24조원 육박…오세훈 시장 추진 사업 일부 중단해야”

 

▲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서울시 양천구의 민주당 소속 3선 시의원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1995년 부활된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그리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동시에 뽑는다. 그래서 전국 동시 지방선거라고 불리기도 한다. 단체장과 의원을 동시에 뽑다 보니 ‘시장(도지사·군수) 권력’과 ‘의회 권력’이 함께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울만 해도 1995년과 1998년에는 민주당이 시장과 의회를 모두 장악했고, 2002년과 2006년에는 한나라당이 장악했다. 그러다 보니 의회가 시정(市政)을 제대로 감시하는 역할을 못한 채 ‘거수기’ 역할에만 그친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일각에서는 시의회 무용론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6월의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시장 권력과 의회 권력이 갈라졌다. 처음으로 ‘여소야대’가 형성된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의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민주당 소속인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취임 일성에서부터 강력한 날을 세워왔다. 양측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예사롭지 않다. 서울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의회가 지난 15년간 받은 관심보다 더 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최근 100일 동안에 받은 것 같다”라고 말한다. 지난 10월19일 서울시의회 의장실에서 허광태 의장을 만났다.

사실 그동안 서울시의회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그동안 한나라당이 시장과 의회를 장악했다. 그로 인해 의회는 거수기 역할만 했고,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렇다 보니 제도적으로도 미비한 것이 많다. 우선 중앙 정부가 모든 것을 장악한 상태에서 서울시의회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의회 직원의 인사권도 없다. 또 서울시의 중요한 모든 정책과 예산을 심의·의결하고 조례를 제정하고 감독·감시하는,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는데도 보좌 제도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의회 사무처 홍보 예산도 매우 미흡하다.

민선 시장 출범 이후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로 당적이 달랐던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천만 서울시민은 시민을 대변하는 의회가 되라고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 집행부(서울시청)는 과거 관치에 의한 관행·관습 등에 젖어 있었다. 이제는 달라지고 변화해야 한다. 이번 8대 의회는 거수기에 불과했던 의회가 아닌, 의회다운 의회로 거듭날 것이다. 여소야대라고 하여 수적 우세를 업고 과도하게 서울시를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 함께 일을 잘해보고자 할 때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특별히 이유 없이 시비 걸고 하지는 않는다.

의장 취임 일성이 “서울시민들에게 광장을 돌려드리겠다”라는 것이었다. 다분히 오세훈 시장을 의식한 발언 같다. 향후 두 사람 간의 험난한 길을 예고하는 듯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광장은 시민 광장이다.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역사적 상징이다. 지난 월드컵 때 나타났듯이 국민의 하나 된 힘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이런 광장을 그동안 시청이 선별적·자의적인 판단으로 시민의 자유로운 이용에 제약을 가했다. 폭력 시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시민은 상당히 성숙되어 있다. 또한 서울광장운영위원회라는 기구가 있다. 여기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고, 또 집회 신고는 경찰에서 허가해주는 것이다. 굳이 시청이 나서지 않아도 거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서울광장 문제는 관치 행정에 연연해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오시장이 지난 9월30일 대법원에 시의회가 의결한 ‘서울광장 조례’에 대해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양보할 수 없다는 오시장의 의지도 강한 것 같다.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대법원 선고가 나기 전에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 이 자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거나 또 우리 두 사람 간의 기싸움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한다.

서울시 재정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렇다. 중앙 정부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과 무리한 성장 위주의 건설 행정, 보여주기 위한 전시 행정이 만연했다. 위기의식 없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해 재정 악화가 빠르고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지금 서울시 빚은 24조원에 달하고 있는데, 의회가 역추적해서 서울시 금고를 들여다보니 51억원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시민 생활과 관련이 없이 남발된 대규모 토목·건축 사업과 무리한 조기 집행 때문이다. 어떻게 시민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이런 엄청난 사업을 추진하느냐고 물어보니, 서울을 세계 5위 도시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하더라. 시민이 즐겁고 행복지수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세계 5위도 되고, 또 1위도 되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어떻게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고 의결해나가야 할지 심히 걱정스럽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 디자인 서울 거리 조성 사업, 서해 비단뱃길 조성 사업,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예술섬 추진 등 오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많다. 어떻게 될 것 같은가?

현재 10개 상임위별로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사안에 따라 일부는 중단이 불가피하다. 또 수정할 것은 수정하는 등, 완급 조절도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이 중단 대상이 될까?

현재 검토 중에 있으므로, 지금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예술섬 재단은 해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유력 정치인들에 의해 차기 대권을 위한 교두보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보니, 치적 성격이 짙은 무리한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절대 동감한다. 서울시장이라는 브랜드는 시장의 가치를 높여주는 위치이다. 이 자리를 단지 대권을 위한 교두보로 여긴다면, 진짜 시민을 위한 정책은 놓칠 수밖에 없다. 시장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우리 의회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오시장과는 사적으로 얼마나 자주 만나나?

공식적인 자리야 많지만, 거기서는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 어렵고…. 비공식적으로 한 달에 두 번꼴로 만나는 것 같다.  

어떤가?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은가?

그렇다. 오시장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진취적이라고 생각한다. 솔직담백한 부분도 있다. 소통에 별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대화로 잘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다만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그런지, 행동이나 말 등이 지나치게 ‘업무적’이다. 경직되어 있다고 할까. 그래서 내가 일부러 농담도 많이 걸곤 한다. 정치에 대한 미래의 뜻이 있어서 그런지 공식적·외적 모습이 정치 행보에 젖어 있어 보인다.

현재 서울시에서 시민들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서울시가 천만 서울 시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전시성 토목·건축 사업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람 투자형 복지 실현, 즉 1천만 시민 모두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보편적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예컨대 디자인 서울 거리 조성의 보도블록을 화강석으로 바꾸는 낭비성 예산을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