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다니면서 낮게 사는 방법 배웠다”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0.11.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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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욱 전 KT 사장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계의 모든 독립 국가를 여행한 사람은 누구일까. 지난 10월19일 이해욱 전 KT 사장(72)은 세계 1백92개국을 여행해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여행 인증서를 받았다. 그는 유엔 가입국에 바티칸·코소보·팔레스타인을 더한 1백95개 독립국 가운데 우리 정부가 여행을 금지한 아프가니스탄·소말리아·이라크를 뺀 나머지 국가들을 직접 다녀왔다.

이 전 사장은 서울대 상대를 나와 행시 1회, 체신부 우정국장과 차관을 거쳐 4년간 KT 사장을 지낸 뒤 1993년 은퇴했다. 그해 6월10일 아내와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그는 “공직자로 일했을 무렵인 1971년 일본 출장을 간 것이 첫 해외여행이었다. 당시 느꼈던 신선한 충격 때문인지 한 번 출장을 가면 돌아오기 싫을 정도였다. 원래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이 전 사장이 1백92개국을 여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누구보다 아내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산부인과 의사였던 아내는 이 전 사장이 은퇴할 즈음 35년 동안 운영해왔던 병원 문을 닫고 남편과 함께 세계 여행을 다녔다. 그는 “아내는 서울 신림동의 병원 건물을 임대해주고 생긴 비용과 내가 모아놓은 돈을 세계 여행에 투자하자는 것에 선뜻 동의해주었다. 여행을 다닐 때에 누군가 옆에 있어 주는 것이 큰 무기가 되는데, 그 점에서 아내에게 고마움이 크다. 아쉽게도 2006년 11월에 떠난 아프리카 여행은 아내와 함께하지 못했다. 지부티·에리트리아·수단 여행은 나 혼자 일본인 관광객들과 떠났다. 

세계 여행을 하고 난 이후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을까. 이 전 사장은 “전세계를 누비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지만 무엇보다 ‘낮게 사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5만3천명이 모여 있는 그룹의 CEO로서 그동안 대접받는 생활만 해왔었다. 하지만 세계 여행을 시작한 순간부터 ‘대접받을 생각’을 버렸다. 안내에 따라 움직이고 격식을 차리는 것이 이제는 불편하게 느껴진다. 여행이 내게 준 가장 큰 가르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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