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환경의 변화에서 기회 찾아”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11.0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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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KT 부회장 인터뷰 / “새 성장 동력 만들지 못하면 KT 또한 쇠락하게 될 것”

 

ⓒ시사저널 이종현

석호익 KT 부회장(58)은 이석채 KT 회장에 이어 KT 내에서 서열 2위이다. 이석채 회장이 추구하는 변화와 혁신을 실무적으로 보좌한다. 석부회장은 CR(Corporate Relation) 부문장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말이 엄청나게 빠르다. 그렇다고 틀리거나 빠뜨리는 말이 있는 것도 아니다. KT가 추구하는 갖가지 혁신 활동과 사업 내용을 자료 하나 보지 않고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정보통신업(ICT)에서 나오는 온갖 전문 용어나 약어를 언급하면서 반복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2인자에게 보이는 겸양이나 위축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로지 열정과 확신이 가득했다.

지난 10월28일 서울 강남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만난 석부회장은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다. 말은 더 빨라졌고 확신은 더 강하게 내비쳤다. KT가 미국 다우존스 지속 가능 경영 평가지수(DJSI) 기업으로 편입된 데 힘입은 것이다. 미국 다우존스와 스위스 투자평가사 샘(SAM)은 전세계 상위 2천5백개 기업을 평가한 후 3백개 기업을 선정해 DJSI 월드 기업으로 분류한다. KT는 삼성전자, 포스코,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국내 13개 업체와 함께 올해 처음 DJSI 월드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석부회장은 “DJSI 월드 지수에 편입된 것은 KT가 줄기차게 추진해 온 혁신 활동에 대한 보상이다”라고 말했다. 

DJSI 월드 기업에 편입된 것이 KT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지금까지 KT는 관료 조직처럼 정체되었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이석채 회장이 취임하면서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DJSI는 시장이나 사업 환경이 변화하는 흐름에 맞추어 앞으로 지속 가능한 업체만을 DJSI 월드 지수에 편입한다. 평가 기준은 지배 구조, 윤리 경영, 사회 공헌이다. KT가 올해 처음 DJSI 월드 기업에 편입된 것은 지금까지 추구한 혁신 노력이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통신 영역에서는 SK텔레콤을 제치고 국내 최우수 기업으로 평가되었다. 윤리 경영이나 지배 구조에서 만점을 받은 것이 주효했다.

앞으로 통신업계 경쟁 양상은 휴먼네트워크가 좌우할 것이다. KT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 유수 정보통신(ICT)업체와 협력해야 한다. DJSI 월드 기업이라는 지위는 세계 정보통신업체와 제휴를 용이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유수 기업들은 DJSI 월드 기업으로 이미 검증된 업체와 손잡으려 할 것이다. KT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비전 ‘글로벌 기업’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통신업계는 성장 지체증에 걸려 있다. KT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 영역은 무엇인가?

SK텔레콤은 성장 정체로 고민하겠으나 KT는 쇠락을 걱정해야 한다. KT 집 전화 가입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제 ‘줄 장사(전화망 사업)’로 먹고살 수 없다. 새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KT는 쇠락을 면치 못한다. KT가 지난해 11월 아이폰을 도입한 것은 외국산 휴대전화 단말기 수입이 아니라 혁신 활동이었다. 이제 통신 시장은 음성에서 데이터 위주로 바뀌고 있다. 아이폰이 도입되고 나서 데이터 트래픽(전송량)이 30배 가까이 늘었다. KT는 이제 데이터 통신에서는 국내 1위이다. 아이폰은 국내 정보기술(IT)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18.9%이다. 아이폰이 도입되기 전에는 3%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이 스마트폰 위주로 재편되자 애플리케이션, 솔루션, 콘텐츠 분야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올해만 벤처기업 수가 4천개 늘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는 각각 애플리케이션 전문가 1천명가량을 뽑고 있다. 

KT는 아이폰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다. 앞으로 통신 시장의 화두는 유비쿼터스, 컨버전스, 스마트가 될 것이다. 와이파이, 와이브로, WCDMA 같은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을 활용해 온갖 데이터 통신이 이루어진다. 방송과 통신, 유선과 무선이 통합(컨버전스)되고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부터 TV까지 스마트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KT는 통신 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 성장 동력을 만들려고 한다.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에서 아이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닌가? 

▲ DJSI 월드 기업 인증서를 든 석호익 KT 부회장. ⓒ시사저널 이종현

아이폰 효과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아이폰은 국내 업체들이 만든 부품들을 타이완에서 조립했다. 국산 단말기라고 자처하는 브랜드는 외국산 부품들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했다. 두 단말기 가운데 어느 제품이 국산인가? 아이폰으로 인해 국내 솔루션이나 콘텐츠 분야 벤처기업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 어찌 되었든 KT는 단말기 라인업을 다양하게 하려고 한다. 기술이 뛰어나고 KT 서비스에 적합한 단말기라면 국내외 업체 가리지 않고 들여올 것이다. 내년에는 KT가 도입하는 단말기 종류가 더 늘어날 것이다.  

KT 최고 경영진은 외부에서 수혈된다. 새 경영진이 올 때마다 비전과 미션이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KT에 이슈는 많으나 비전이 없다는 비판을 듣기도 하는데.

KT는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표준)를 추구한다. KT 임원들은 지금 BIT(정보기술 혁신 활동 청사진)라는 창의 경영 교육을 받고 있다. BIT는 전사적 자원 관리(ERP), 고객 관계 관리(CRM), 운영 지원 시스템(OSS)처럼 비즈니스와 정보 시스템을 혁신하는 프로젝트이다. 얼마 전에는 노사 문화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KT 문화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 변화시키면 최고 경영진이 바뀌어도 그로 인한 혼선은 줄어들지 않겠나.

KT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임직원들에게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것이다. 경영진은 변화와 혁신을 이루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임직원들이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조직 깊숙이 확산시켜야 하는데 아직 미흡하다. 이를 위해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우수 인력을 충원할 필요가 있다. 외부에서 우수한 자원을 선발해 핵심부서 곳곳에 투입하고 있다. 외부에서 충원된 전문가들이 혁신의 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보통신업(ICT)이 워낙 경기에 민감하다 보니 한국 경제의 변동성을 높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ICT 업종 덕이다. 외환위기 당시 ICT 업종은 7백8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ICT 업종은 6백억 달러 흑자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ICT 업종이 없다면 한국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를 면할 수 없다. IT에 기초한 정보통신 업종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있다. ICT 업종은 기술 변화가 워낙 심해 변화와 혁신에 뒤처지면 만회할 방법이 없다. KT가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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