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사회 갈등
  • 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0.11.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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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에는 교회에 다니는 분이 많습니다. 목사님도 계시고, 장로·집사님도 계십니다. 어떤 분은 전화번호 끝자리를 9191로 해놓으셨습니다. ‘구원’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지요. 어떤 분은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제게 ‘할렐루야~’라고 말하십니다. 또 저를 만나면 기도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형제님께서 하나님의 품으로….” 그때마다 저는 종교는 다르지만 즐겁게 웃으며 그분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지하철에서 선교하는 분을 보았습니다. 가끔 겪는 일입니다. 사람들의 무표정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분은 열심히 ‘하나님의 나라’를 외쳤습니다. 목소리가 좀 작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했습니다. 물론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나라입니다. 한이 많은 땅,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으로부터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린 우리 민족은 의지할 곳을 필요로 했습니다. 동네 앞 성황당, 마을을 지켜온 느티나무, 집 뒤 우물과 장독대, 뒷산 바위…. 거기서부터 종교는 시작되었습니다. 자연 자체였고, 자연과 공존하면서 믿음을 키웠습니다. 고등 종교로 진화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전통 신앙과의 교감, 자연과의 합일은 우리 민족의 특질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올해로 개신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1백25년이 되었습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개신교도 ‘한국 개신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봉은사 땅밟기’ ‘동화사 땅밟기’ 동영상 파문이 있었습니다. 개신교인들이 봉은사 법당에서 개신교식 예배를 보는 동영상, 동화사가 사탄 숭배지로 세워진 곳이라는 동영상입니다. 나중에는 ‘미얀마 땅밟기’ 동영상까지 나왔습니다. 미얀마의 한 법당에서 개신교인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를 보는 동영상입니다. 우발적인 행태가 아니라 일부 개신교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조직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울산역 표지판에 ‘통도사’를 함께 표시하기로 관보에 고시까지 했는데 개신교계의 반발 때문에 없던 일이 되었고, 대구기독교협의회는 ‘템플스테이 예산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적 대응을 천명하는 등 불교계에 대한 개신교계의 공세가 점점 강해지는 흐름입니다. 이러다가 자칫 종교 갈등 사태로 번질까 걱정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종교가 사회 통합에 역할을 하기는커녕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론 다른 종교를 공격하는 식의 행태를 보이는 이들이 다수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진다면 그저 간과할 일만도 아닙니다. 종교 자체적으로 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사회적으로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따져 보면 이러한 종교 행태가 나오게 된 근본 원인은 물신주의에 있다고 봅니다. 양적 성장을 추구하고 ‘돈’을 중시하는 의식이 그렇게 공격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화한 개신교’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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